'빌라왕' 뺨치는 2천700채 '건축왕'…266억 전세 사기(종합)

손현규 2022. 12. 2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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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2천700채를 차명으로 보유한 건축업자가 26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건축업자와 공모한 이들 중에는 명의를 빌려준 '바지 임대업자'뿐 아니라 전세 세입자를 끌어들인 공인중개사들도 있었다.

조사 결과 10여 년 전부터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한 A씨는 지인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지은 뒤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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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업자·공인중개사 등 51명 적발…피해자 327세대 '피눈물'
인천 전세 사기 아파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2천700채를 차명으로 보유한 건축업자가 26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건축업자와 공모한 이들 중에는 명의를 빌려준 '바지 임대업자'뿐 아니라 전세 세입자를 끌어들인 공인중개사들도 있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A(61)씨 등 5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바지 임대업자, 중개 보조인 등 공범 4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27채의 전세 보증금 266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자금 사정 악화로 아파트나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전세 계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담보 대출 이자와 각종 세금이 연체돼 계약 만료 시기가 도래하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보증금을 수천만원씩 올리며 계약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10여 년 전부터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한 A씨는 지인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지은 뒤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갔다.

A씨 소유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천700채로 대부분은 그가 직접 신축했다. 이는 빌라 1천139채를 보유했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이른바 '빌라왕' 보다 배 이상 많은 규모다.

눈물로 전세사기 대책 촉구하는 피해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에 함께 적발된 공범 중 일부는 A씨에게 명의를 빌려주고는 자신의 이름으로 세입자들에게 전세를 준 바지 임대업자들이다. 이들은 명의신탁 대가로 A씨로부터 매달 200만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중개사나 중개 보조인들은 A씨의 좋지 않은 자금 사정을 알고도 "집주인은 돈이 많고 땅도 많아 걱정 안 해도 된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아파트나 빌라에 우선순위로 잡혀 있는 담보대출 탓에 전세 계약을 주저하는 세입자들에게는 "전세보증금을 못 받으면 대신 돌려주겠다"며 효력도 없는 이행보증각서를 써주기까지 했다.

A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실장 4명이 이들 바지 임대업자와 공인중개사를 관리했으며 피해자들은 1인당 최소 6천만원부터 최대 1억원가량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 사기로 인한 고소가 잇따르자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해 실소유주 A씨의 존재를 확인했다.

A씨 등 5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인천지법에서 열리며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경찰은 A씨 일당과 관련한 추가 고소 사건을 계속 조사하며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계약을 할 때는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통해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담보대출 등으로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집은 향후 경매 가능성도 생각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처음부터 전세 보증금을 가로채려 한 것은 아니었다"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데다 회사 운영도 어려워지면서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회사 자산을 매각해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겠다"며 "세입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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