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 Rule] 직장인 레시피

2022. 12. 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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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인간 관계가 8할이다

직장인의 기본은 능력이다. 그 능력은 협업에서 최대치를 낼 수 있다. 협업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같은 부서원이니까’, ‘부장이 하라고 해서’ 같은 이유들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서원 간의 긍정적 관계이다. 직장에서 보람도, 배신도, 서운함도, 시기도 유발하는 것이 바로 인간 관계다.

‘기본과 원칙’, 지키라고 있다
인간은 후회한다. 그래서 더 발전할 수도 있지만 ‘후회는 언제 해도 늦다’라는 말처럼 가장 좋은 건 후회할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다. 부서는 구성원들이 각각의 몫을 하고 그것이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당연히 자신의 몫을 해내야 함은 물론 일의 속도나 호흡도 맞춰야 한다. 이것이 ‘소통과 배려’라는 아름다운 단어로 각자에게 입력되었을 때, 또 ‘존중의 문화’가 뿌리를 내렸을 때 조직은 최대의 효율성을 낼 수 있다.

매일 얼굴 보는 사이가 부서원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식사하고, 술 마시고 때로는 기뻐하고, 싸우면서 부서원들은 조금씩 ‘정’이 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존중하는 마음이다. 가깝다는 것에는 ‘생략’이 따른다. 인사도, 보고도, 예의도 조금씩 생략된다. 하지만 격의 없이 소통한다 해서 공적 관계에 ‘형, 동생’하는 사적 감정이 개입하면 분명 그 직장, 부서는 ‘사단’이 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존중과 배려, 이는 상사에 대한 예의만은 아니다. 상사에 대한 존중이 있듯 상사도 부하에게 지켜야 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허물없는 사이에, 내가 상사인데 뭐 까다롭고 불편하게…’ 등등 주관적 자기합리화와 변명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

인간은 사소한 것에 마음이 상한다. 즉 의도하지 않더라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의외로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는 경우가 많다. 부장의 부서 전체에 대한 질책에는 그 누구도 상처를 받지 않는다. 나는 1/n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실패는 내 책임이 큽니다. 우리 모두 반성하고 이런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합시다. 그런데, 박 대리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안 기획에서 좀 꼼꼼히 보지, 아쉬워요”라는 부장의 말을 살펴보자. 박 대리에게는 실패의 원인이 ‘너’라는 소리로 들린다. 위 문장 속 부장의 발언은 사족이다. 박 대리를 따로 불러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말을 덧붙여 박 대리에게는 부채감을, 부원들에게는 ‘찝찝한 면죄부’를 준 셈이다. 부장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책하고 있는 박 대리를 들쑤셔 결국 부장에 대한 반감만 키운 셈이다.
먼저 하는 인사는 포인트 적립
문을 열 때 백화점이 가본 적이 있는가. 직원들이 밝은 미소와 상냥한 목소리로 폴더 인사를 한다. 이는 ‘우리는 당신을 손님으로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세인 것이다. 인사의 기본은 눈을 마주치며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또 직급, 부서, 성별과 상관없이 ‘내가 먼저’라는 마음이 중요하다. 형식에 상관없이 상대방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를 인지하면 된다. 인사는 직위를 나타내는 척도가 아니다. 물론 부하직원이 먼저 인사를 하고 상사가 답례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인사는 먼저 본 사람이 먼저 하는 것이 가장 좋다. 회사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가벼운 미소와 인사를 건네는 것은 ‘내 명함을 주는 것’과 같다. ‘박 대리는 인사성이 밝아. 예의도 있고. 박 대리 보면 기분이 좋아’라는 말을 듣는 것. 이는 직장에서 ‘운명의 선택’에 당신이 처했을 때 당신의 인사에 호감을 갖고 있는 그 누군가를 당신의 우군으로 만들 수 있다.
술, ‘정신적 내시경’이다
찰리 채플린은 “인간의 진짜 모습은 술에 취했을 때 드러난다”고 했다. 술은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정신적 내시경’이다. 술은 대인관계를 친숙하게 연결해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원수 사이가 될 수도 있다. 간혹 음주 전후가 달라지는 직장인도 있다. 물론 누구나 약간의 주사는 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술을 권하고, 울기도 하고, 슬며시 자리를 빠져나가고, 자기도 하고, 2, 3차 가자고 떼쓰는 등 별의별 유형이 다 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태도와 언행이 달라지는 것은 관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K기업에 일하는 김 대리는 부서 에이스이다. 하지만 그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술만 마시면 깔끔하고 예의 바른 김 대리는 사라지고 망나니 헐크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불편할 정도로 부장이나 차장에게 술을 권하고 여직원에게 성적 농담을 일삼으며 큰소리로 다른 사람의 말을 끊어버린다. 게다가 부장 집에 가서 술 한 잔 더 하자고 떼를 쓴다. 회식 다음날, 김 대리는 멀쩡히 출근한다. 마치 지난 밤에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그러나 부서원들은 그와의 술자리를 점점 피한다. 김 대리는 외로운 신세가 되었다. 호프집에서 간단하게 1차를 하고 헤어지는 척하며 김 대리를 제외하고 2차를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Y기업의 박 차장, 그는 간특한 인물이다. 회식 자리에서 부장 옆에 달라붙어 부하나 동료를 곤경에 빠뜨리기 일쑤다. 그는 부서원을 부장 테이블로 부른다. 그리고 묻는다. “자, 술자리인데 편하게 마시자구. 그러니까 오 대리. 우리 부서 개선할 점이 있지? 부장님 계신 자리에서 말하면 좋잖아.” 주저하던 부서원들도 박 차장의 화술에 걸린다. 그리고 한 마디씩 털어놓는다. ‘솔직히 부장님은 조금 강압적인 것 같아요. 말씀 드리기 불편하지만 우리 부서는 야근이 많아요. 부장님은 김 대리에게 애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편애처럼 보입니다. 영업2부는 인센티브 받았는데 저희는 못 받아서 조금 섭섭합니다’ 등등이다.

잘 듣던 부장도 점점 평정심을 잃게 된다. 좋은 소리도 10번 들으면 지겨운 법, 그런데 불만이 있고, 서운하다는 말에 대인배처럼 ‘호호’할 부장님은 어떤 회사에도 없다. 그렇다. 너무 솔직해지면 안 된다. 물론 부서 운영이나 일에 대한 건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술자리가 아닌 공식 자리에서 하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털어놓는 이야기는 불만이란 이름으로 부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다.

보고는 직장 생활의 기본이다
‘이 정도는 보고 하지 않고 내가 알아서 해도 되겠지?’라는 무신경한 판단은 위험하다. 보고는 업무의 시작이자 결과이다. 진행 사항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보고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거나 누락한 채 업무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보고는 포괄적이다. 업무, 조퇴, 출장, 외근, 퇴근 시는 물론 업무 행선지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도 보고이다. 부장은 한 가지 일만 진행하지 않는다. 몇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아무리 기억력 좋고 뛰어난 능력의 부장이라도 모든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세밀하게 머리에 꿰고 있을 수 없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보고이다.

가끔 ‘이런 사소한 것까지 보고를 해야 하나? 내가 처리해도 되겠지’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의 경중을 판단하는 기준은 직급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즉 나는 사소한 것이라고 간과한 것이 부장에게는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내가 중요한 것이라 판단한 것’을 부장은 평범한 업무라 여길 수 있다.

이번 주말에 따로 만날까?
‘직장 부부’, 직장에서 말도 잘 통하고 손발이 척척 맞고, 실무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수시로 식사도 하는 남녀 직장 동료를 일컫는 말이다. 꼭 이성적 호감이 아니더라도, 감성의 공유가 쉬우며,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지내다 보면 언젠가 서로의 속내가 궁금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간극 조절을 현명하게 하지만 간혹 선을 넘어 직장도 잃고 가정도 깨지는 일도 생긴다. 그것은 사랑도, 의리도, 동료애도, 뭣도 아니다. 이 최악의 파탄을 예방하려면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이 깨질 조짐이 보일 때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직장 동료와 사적인 만남, 술자리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상대에 대해 동료 이상의 호감이 있더라도 사적인 자리를 요구할 경우 분명한 이유로 거절해야 한다. 또 상사나 동료의 과도한 선물도 받지 않아야 한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주고받는 초콜릿, 출장 다녀와서 주는 가벼운 선물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고가의 물품은 단호하게 사양하자. 또 출장에 동행을 요구하거나 야근을 같이 하자는 경우도 피해야 한다.

직장인의 애환은 직장인이 아니라면 100% 그 심정을 알기 어렵다. 그런 순간, 동료는 이야기 상대가 된다. 말 안 해도 나의 처지, 입장, 애환을 다 이해한다. 여기서 더 선을 넘으면 두 사람은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부정적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 관계를 끊는 것, 그것은 어떠한 현명한 방법을 동원해도 후유증이 남는다. 애초부터 직장 부부라는 허울 좋은 이름에 함몰될 필요가 없다. 다 세상이,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언어는 교양과 인격이다
얼굴은 살아온 이력서이고 언어는 교양을 드러낸다. 물론 유행어 사용은 긴장을 풀어주는 사이다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비타민 역할도 한다. 하지만 비속어 ‘남발’은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 툭하면 비속어나 은어를 쓰면서 대화를 하는 것은 ‘품격이 떨어지는 인간’이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격이다.

특히 상사에게 사용하는 언어는 주위가 필요하다. 언어 습관은 단순히 언어 사용의 문제가 아닌 신뢰 문제로 연결된다. 군대는 ‘다, 나, 까’를 정확하게 사용한다. 이는 군대의 명령체계를 확고히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명령의 정확한 전달, 숙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요즘 직장에서는 직급과 나이 구분 없이 존대어를 쓰거나 존칭을 정확히 붙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특권의식, 갑을 관계를 형성하는 시발점인 언어의 독점을 막기 위함이다. 물론 적당한 은어, 유행어는 양념과 같다. 하지만 양념은 음식의 재료가 갖고 있는 본질을 해치지 않고 맛을 살리는 부재료이다.

양념이 과한 음식은 부담스럽다. 직장 언어도 마찬가지다. 정확하고 격이 있는 그리고 직급과 나이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어렵지 않다.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존재감 부풀리기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큰 소리보다 오히려 작은 목소리가 상대의 집중력을 더 일으킨다.

“부장님, 제가 3000만 원 꿔드릴게요”
누구나 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가 있다. 대개는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보험약관 대출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직장 내에서 돈을 융통하기도 한다. 그럴 때 향하는 시선이 평소 여유 있어 보이는 동료나 상사이다. K기업 오 대리. 그는 재력가의 둘째 아들이다. 대학 졸업할 때 상속으로 몇 백억 원대의 상가와 아파트를 받았다. 부동산만 믿고 이런 저런 사업을 하던 그는 몇 번의 실패를 맞보자 그는 아버지 덕으로 입사했다. 그에게 월급은 하루 용돈. 그는 일에 열의나 흥미가 없고 동료들도 그를 ‘타고난 금수저’ 취급했다. 그는 ‘언제든 그만두어도 괜찮지만, 있는 동안은 대접받으며 살자’고 결심했다. 그의 유일한 무기는 넘치는 돈. 그는 이 돈을 활용했다. 마침 양 대리가 돈을 부탁해 왔다. 오 대리는 1000만 원을 빌려주었다. 이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오 대리는 이렇게 동료, 후배, 상사들의 사설 금고가 되었다. 많게는 3000만 원, 적게는 300만 원 등등 그에게 돈을 빌린 이가 꽤 되었다.

오 대리는 직장 내에서 치외법권이 되었다. 물론 오 대리는 돈을 언제 달라, 이자는 얼마다 등등 단 한마디도 재촉하지 않았다. 그에게 돈을 빌려간 사람들, 특히 상사들은 그의 실수도 못 본 척했고, 심지어 ‘채권자 오 대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업무’는 알아서 배제시켜 주었다. 오 대리는 출퇴근, 휴가도 마음대로 했다. 당연히 부서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다. 1년 후 오 대리는 퇴직 6개월 전부터 빌려준 돈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이자는 없었다. 아마도 오 대리는 이자는 회사 편하게 다닌 비용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처럼 돈 관계로 맺어지는 순간 직급과 계급은 사라진다. 단지 채권자와 채무자가 되는 것이다.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아무런 요구를 할 수 없다.

박기종(커리어코칭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포토파크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0호 (22.12.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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