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조였던 헬릭스미스, 단돈 50억에 경영권 팔렸다...주가 폭락에 투자자들 ‘망연자실’
한때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까지 등극했던 헬릭스미스의 주가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 주자인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를 필두로 한 연구진이 혁신 신약을 시장에 내놓겠다던 다짐과 달리, 카나리아바이오의 모회사인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인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경영권 매각 소식에 충격을 받은 것은 헬릭스미스를 믿고 투자한 소액 주주들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나리아바이오의 지주사 격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은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 헬릭스미스를 인수한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카나리아바이오의 지분 51.27%를 보유한 모회사다.
인수는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졌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보통주를 신규로 발행해 신주인수인이 최대주주가 되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헬릭스미스는 주당 1만1780원에 297만1137주, 약 35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고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이를 인수한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인수금액 중 300억원은 연결기업인 세종메디칼의 전환사채(CB)로 헬릭스미스에 납입한다. 나머지 50억원은 현금으로 인수대금을 지급한다.
이렇게 신주 발행과 인수가 이뤄지게 되면,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의 지분 7.30%를 확보, 기존 특수관계인 포함 7.27%를 보유한 김선영 대표를 넘어 최대주주에 오른다. 김 대표의 지분은 신주 발행으로 6.73%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간 주력 신약 ‘엔젠시스’ 임상 3상의 최종 결과 발표가 올해로 예상됐지만 사실상 연기됐다. 여기에 엔젠시스를 개발해온 김선영 대표가 내년 초쯤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도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김 대표가 임상 3상 성공을 자신하던 것과 달리,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물러서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 8월에는 헬릭스미스가 미국 IDMC(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엔젠시스 당뇨병성 신경병증(VM202-DPN)’ 임상 3상 진행 여부 관련 “추가 중간분석 데이터 확인 후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사실상 판단 유보로 해석된다.
당시 박영주 헬릭스미스 임상개발부문장은 “현재 최소 임상시험 대상자 152명 중 95% 이상이 등록 완료했다”며 “이미 동의서를 받아 스크리닝 중에 있는 대상자는 임상시험에 참여시켜야 하기 때문에 최종 등록 인원은 160명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임상참여동의서(Informed Consent Form) 제출 기준일을 정해 모집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회사의 경영권이 카나리아바이오엠에 넘어가자, 소액주주들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소액주주 측 이사진들은 모두 이사회에서 경영권 양수도 계약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고, 소액주주연합회는 이같은 인수 소식이 전해진 날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삼는 것은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 연결기업인 세종메디칼이 발행하는 300억원 규모의 CB를 취득하기로 하면서, 실 양도금액은 5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23일 주가는 최대 12%까지 빠진 상황이다.
김선영 대표는 이번 경영권 인수건을 두고 “그간 다각도의 검토와 논의를 거쳐 양사 간 최적의 파트너십을 이끌어내도록 이번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헬릭스미스가 가지고 있는 엔젠시스를 포함한 다수의 파이프라인 외에도 카나리아바이오의 유망한 물질들과 세종메디칼의 인프라를 결합해 세계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는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헬릭스미스는 여전히 일부 소액주주와도 소송을 벌이며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통해 8명의 이사 중 3명이 소액주주 비대위의 추천인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소액주주인 헬릭스미스 비상대책위원 측은 “주가하락에 대한 자기 방어 차원에서 주주 우편물을 발송했다”면서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고 기울어진 회사를 바로잡고 주가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헬릭스미스 역시 소액주주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형사고소한 상황이다.
앞선 지난 2019년에도 헬릭스미스는 미국에서 엔젠시스의 임상 3상 결과를 분석하던 중 일부 환자가 위약(僞藥)과 엔젠시스를 혼용했을 가능성이 발견돼 별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공시한 바 있다. 위약과 혼용 가능성 때문에 엔젠시스의 효과가 왜곡됐기에, 정확한 임상시험 결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이 당시 주식시장에선 헬릭스미스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기도 했다. 당시 코스닥시장에서는 반대매매로 인한 투자자 공포가 커지면서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신약 후보물질 연구개발(R&D)을 위해 증자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것도 악재였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시가 총액 2위까지 올랐던 헬릭스미스는 현재 코스닥 146위까지 추락했다. 시총은 3조원에서 현재 393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헬릭스미스의 지난 1년간 주가 수익률은 -48%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1세대 헬릭스미스 여파가 바이오 업종 투자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소액주주 보호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투자자는 “헬릭스미스가 각종 나쁜 소식이 발생할 때마다 내놓았던 해명들이 투자자들에겐 충분히 납득될만한 설명이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제는 회사 경영권 인수라는 카드까지 꺼내며 일부에서는 경영에서 ‘발 뺀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투자자 불신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바이오 기업 특성 상 임상 과정에 따르는 리스크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경영에 있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계”라면서 “회사 차원에서 투자자들과 충분한 소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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