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훈, '3인칭 복수'가 남긴 것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2. 12. 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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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 복수 서지훈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지겹도록 입은 교복이지만, 입을 수 있을 때까지는 입고 싶단다. 해봤던 역할이라도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을 빛내기도 했다.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어느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하고 싶다는 포부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3인칭 복수’가 배우 서지훈에게 남긴 건 어떤 역할이든 주저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3인칭 복수’(극본 이희명·연출 김유진)는 쌍둥이 오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나선 찬미(신예은)와 불공평한 세상에 맞서 복수 대행을 시작한 수헌(로몬)이 인생을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高자극 하이틴 복수 스릴러로, 지난 14일 디즈니+를 통해 전편이 공개됐다.

이번 작품에서 서지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키플레이어 인물인 석재범을 연기했다. 극 초반에는 찬미와 미묘한 러브라인으로 극의 분위기를 이끌다가도, 극 후반부부터는 찬미의 쌍둥이 오빠를 죽인 진범으로 밝혀지면서 극적인 반전을 선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석재범의 또 다른 자아인 석재준까지, 이중인격 캐릭터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놀랍게도 서지훈은 석재범이 이중인격이라는 걸 모르는 채 촬영에 들어갔다고 했다. 서지훈은 “저도 몰랐다. 감독님이 이중인격인 걸 나중에 알려주셨다. 범인인 건 따로 리딩 때 부르시더니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라고 했다.

석재범에게서 석재준의 인격이 튀어나왔던 장면을 촬영할 때에서야 감독이 이중인격 캐릭터라고 알려줬다고. 서지훈은 이에 대해 “그때 처음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 재범이가 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욕을 해보는 게 어떻냐고 말씀을 드린 다음에 연기를 했다”라고 비화를 전했다.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캐릭터의 숨겨진 설정을 알게 됐지만,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석재범에 이입하던 서지훈에게 석재준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서지훈은 이에 대해 “대본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제가 기억이 안 나고 갑자기 다른 곳에 있는 등 이런 상황들이 계속되면 너무 무서울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그런 일을 많이 겪다 보면 예민해지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누가 신경을 건드리면 이중인격이 또 튀어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중인격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석재범과 석재준을 연기할 때 미묘한 차이점으로 구분을 뒀다고 했다. 서지훈은 “일단 외면적으로 봤을 때 석재준은 왼손잡이다. 또 재준이는 성격이 조금 공격적이다. 시비조의 말투일 때가 많았다. 표정도 무표정일 때가 많았다. 재범이가 MBTI의 F 성향이라면, 재준이는 그 반대 성향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석재범과 석재준을 확연히 다른 인물로 그려내지는 않았다. 캐릭터의 반전이 극 후반부에서야 밝혀지는 만큼 그전까지 극 중 인물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속여야 했기 때문에 미묘한 차이만 느껴지게 연기했다고 했다. 서지훈은 이에 대해 “저는 재준이를 좀 더 공격적으로 표현하길 원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재준이 일 때도 재범이와 어느 정도는 비슷해야 친구들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면서 “너무 공격적으로 가지 않아도 분위기나 뉘앙스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서지훈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석재범이 기오성(채상우)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꼽았다. 이에 대해 서지훈은 “사실 리허설 할 때 소리를 질렀다. 결국에는 소리 안 지르는 걸로 촬영을 하긴 했다”라고 했다.

이어 서지훈은 “감정적으로는 소리 지르는 게 더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극의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디렉팅을 하신 거라서 아쉽거나 불만이 있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배우 신예은 로몬 등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한 촬영장은 매일이 즐거웠단다. 서지훈은 “아무래도 또래들이랑 찍을 때는 즐겁게 촬영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호흡이 잘 맞다 보니 애드리브도 잘했다”라고 했다.

특히 드라마 ‘어서 와’로 한 번 연기호흡을 맞춘 바 있는 신예은과의 재회는 서지훈에게 큰 힘이 됐다. 서지훈은 이에 대해 “처음 리딩 갔을 때 예은이를 보는데 되게 반가웠다.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마음의 안정을 주더라”라고 했다. 또한 신예은의 연기를 보며 놀라기도 했다고. 서지훈은 “예은이가 전 작품에서 했던 역할이랑 많이 다르기도 하고, 연기 스타일도 바꿔서 놀랐다. 그래서 저는 지금 모습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예은이와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3인칭 복수’ 이후 SNS에 외국인 팬들이 남긴 댓글이 많아지면서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서지훈은 “인도네시아 팬분들이 정말 많더라. 친구들이 장난으로 ‘명예 인도네시아 사람’이라고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서지훈은 “너무 감사하다. 한국에서 찍었던 작품을 여러 나라 분들이 봐주신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라면서 “이 일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경각심도 생긴다. 물론 허투루 작품을 찍은 적은 없지만, 좀 더 기쁜 마음을 가지고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3인칭 복수’를 떠나보내야 할 때. 서지훈은 ‘3인칭 복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연기적으로 많은 도전을 했던 작품인 것 같다. 하고 싶었던 이중인격 캐릭터 연기도 해봤다. 재밌고 행복한 마음으로 연기적인 고민을 했다. 다른 작품에서 이런 역할을 하게 되면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신감을 갖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한 서지훈은 어떤 역할과 작품이든 도전하고 싶은 욕심을 전했다. 사실 뭐든 좋다. 서지훈은 “제가 아무래도 순한 역할을 많이 했었다 보니까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남자다운 걸 더 해보고 싶다. 이미지 변신에 대해서 생각 있다. 지금 하고 잇는 걸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이미지 변신이라기보다는 여러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3인칭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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