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이너에서 미술작가로 변신한 마르지엘라

황희경 2022. 12. 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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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인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순수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시작된다.

이번 전시는 은퇴 뒤 예술가로서 활동하는 마르지엘라의 예술 세계를 회화와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보여준다.

앞코가 갈라진 신발, 밖으로 드러낸 실밥 등 관습을 깨면서 다소 난해한 느낌을 주는 메종 마르지엘라 스타일이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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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뮤지엄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버스 정류장' 전시 모습. 2022.12.23. zitrone@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인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순수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시작된다.

벨기에 태생인 마르지엘라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프랑스로 이주했고 1988년 메종 마르지엘라를 설립했다. 1997∼2003년에는 에르메스의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했고 2008년 메종 마르지엘라 20주년 기념쇼를 끝으로 패션계에서 은퇴했다.

이번 전시는 은퇴 뒤 예술가로서 활동하는 마르지엘라의 예술 세계를 회화와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보여준다. 물질과 신체, 시간의 연속성, 직접 참여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전시 포스터 [롯데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앞코가 갈라진 신발, 밖으로 드러낸 실밥 등 관습을 깨면서 다소 난해한 느낌을 주는 메종 마르지엘라 스타일이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가장 먼저 만나는 '데오도란트'는 작가가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으로, 자연스러운 체취를 인위적으로 숨기고 위생 관념도 산업화한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버스 정류장을 형상화하고 인조털을 붙인 '버스 정류장'도 마르지엘라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상에서 늘 접하는 버스 정류장이지만 전시장의 좌대에 놓임으로써 관객이 다가가지 못하고 작품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에서 생각의 전환과 사물의 가치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신체도 마르지엘라의 주요한 관심 가운데 하나다. 신체를 소재로 확대 재생산하거나 신체 일부를 극적으로 시각화한 작품들도 여럿 볼 수 있다.

인체의 일부를 3차원(3D) 스캔해 만든 실리콘 조각 '토르소 시리즈'는 흔히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인체상인 고대 그리스의 인체 조각 개념을 비튼다. 신체의 어느 부위인지 알 수 없는 형태에 대리석 대신 실리콘을 사용했고 다양한 색상의 실리콘을 사용해 다양한 피부색을 표현한 작품은 미(美)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바니타스'(Vanitas), 2019 [롯데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공 피부를 입힌 실리콘 구체에 자연 모발을 하나하나 이식해 만든 '바니타스'는 밝은색에서 점점 회색빛으로 변하는 머리카락의 색으로 유년부터 노년까지 인간의 생애 전체를 표현한다.

'모뉴먼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작품이다. 관람객은 체육관 소음이 울려 퍼지는 전시장에서 중고 소파에 앉아 2017년 롯데뮤지엄의 개관 전 공사 현장의 모습을 담은 메시 프린트(mesh print)를 관람할 수 있다, 이제는 사라진 공사 현장, 누군가가 썼던 중고 소파 등을 통해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내년 3월26일까지. 유료 관람.

'레드 네일즈'(왼쪽)와 '레드 네일즈 모델' [롯데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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