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55% 올려"…'84% 초인플레' 튀르키예 결단, 속내는?

윤세미 기자 2022. 12. 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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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터키)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55% 인상하기로 했다.

튀르키예 정부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나선 건 인플레이션이 계속 심각해서다.

이스탄불 소재 보아지치대학의 세이쿤 엘긴 경제학교수는 FT에 "인플레이션이 워낙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이 느끼는 실질적 효과는 3~4개월이면 사라질 것"이라며 "되레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튀르키예 산업, 특히 수출업계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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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터키)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55% 인상하기로 했다. 수치가 커 보이지만 이는 이미 치솟고 있는 물가로 내년 선거를 앞두고 악화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자칫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9월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의 한 시장/AFPBBNews=뉴스1

블룸버그·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내년 최저임금을 월 8500리라(약 58만원)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만약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중간 수정에 나설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위해 수입과 복지를 개선시켜 온 우리 정부는 어느 누구도 낙오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튀르키예 노동인구 가운데 30%는 최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집계된다.

튀르키예는 올해 1월 최저임금을 50.5% 인상했고 지난 7월에는 추가로 30%가량 올린 바 있다.

튀르키예 정부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나선 건 인플레이션이 계속 심각해서다. 11월 물가상승률은 84.4%에 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 탓도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악의 근원'이라고 비난하며 금리인하를 강요했다. 저금리가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시장을 튼튼하게 하며, 리라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해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금리인상 물결 속에 튀르키예의 금리인하는 리라 폭락을 야기하면서 튀르키예의 물가 상승폭을 키웠다. 현재 튀르키예의 기준금리를 9%로, 85%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 금리는 -75%인 셈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몇 개월 안에 물가상승률이 40% 정도로 내려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에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한 건 내년 6월로 예정된 선거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치솟는 물가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정치 관측통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정 부양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 선심성 정책을 내놓은 뒤 선거에서 그 효과를 누리려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궁극적으로 튀르키예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표한다. 이스탄불 소재 보아지치대학의 세이쿤 엘긴 경제학교수는 FT에 "인플레이션이 워낙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이 느끼는 실질적 효과는 3~4개월이면 사라질 것"이라며 "되레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튀르키예 산업, 특히 수출업계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티모시 애쉬 신흥시장 전략가는 CNBC에 "정책의 동기는 선거 승리를 위한 것이고, 그 결과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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