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 세워 관세 5600억 덜 물고 참깨 수입... 고액 체납자 공개

100억 원 넘긴 11명의 체납액이 전체의 72%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김포에 사는 장대석(67)씨 등 5명은 높은 세율(630%)이 적용되는 수입 참깨를 낮은 세율(40%)로 갖고 올 수 있는 수입권 공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바지사장을 내세웠다. 농산물 수입권은 수입 농산물의 일정 물량을 저율 관세로 통관할 수 있는 권리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매를 통해 수입자에게 배정한다.

장씨 일당은 부정하게 낙찰받은 수입권으로 참깨를 들여오다가 2013년 1월 관세청 사후 심사에서 적발됐다. 이들이 체납한 액수는 5,653억 원에 달한다.

자가 사용 목적의 소액 해외 '직구(직접 구입)' 물품(150달러 이하)에 대해서는 관세가 면제되는 간편 통관제도를 악용, 13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임종만(48·경기 김포)씨도 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그는 9,915차례에 걸쳐 반입한 29억 원의 건강기능식품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팔았다. 판매 목적으로 물건 수입 때 부과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것이다.

관세청은 수입 물품에 부과되는 관세·내국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고액·상습 체납자 24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개인 176명, 법인은 73곳으로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관세·내국세가 2억 원 이상인 체납자들이다. 이번 공개 대상 체납자 249명의 총 체납액은 1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공개 인원은 12명, 체납액은 23억 원 각각 줄었다.

공개 대상자 249명을 체납액 구간별로 살펴보면 체납액 5억~10억 원 구간이 100명으로 전체 인원의 40%를 차지했다. 체납액이 100억 원을 넘긴 체납자는 11명에 그쳤지만, 이들의 합산 체납액이 7,184억 원(전체의 약 72%)에 달했다.

관세청은 고액·상습 체납액의 징수 효과를 높이고자 △출국금지·관허사업 제한 같은 행정제재 △체납자 은닉재산 추적 △신고 포상금 제도 운영 등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윤동주 관세청 세원심사과장은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는 등 건전한 납세문화 정착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