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 진정한 글로벌 '톱3' 되려면…

안경무 기자 2022. 12. 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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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무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 329만9000대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이 기간에 현대차그룹보다 차를 많이 판 기업은 일본 도요타그룹(513만8000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6000대)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뿐 아니라 11월까지 누적으로 626만3872대를 판매하며 연간 기준으로도 3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된다.

단순히 차만 많이 판 것도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차종은 전 세계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전기차 아이오닉 5는 일본에서 '올해의 수입차'에 선정됐다. 제네시스도 세계적 권위를 가진 상들을 연이어 받으며 고급차의 핵심 조건으로 꼽히는 브랜드 인지도와 디자인, 기술력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호평 받는 가운데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 '한국'이라는 점은 그래서 더 역설적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현대차그룹의 품질이 개선됐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한국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문제 삼는다.

무엇보다 소비자 불만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가 가장 큰 문제다. 예컨대 기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SUV인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올해 내내 '엔진오일 증가' 이슈에 시달렸다.

엔진에 공급돼 금속 부품간 마찰을 줄여주는 엔진오일은 주행 거리가 늘수록 원래 줄어드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에선 오히려 엔진오일이 계속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소비자들은 연료로 쓰이는 휘발유가 엔진 오일에 혼입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대 관건은 이렇게 혼입된 연료가 실제 엔진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다. 현대차와 국토교통부에선 아직 연료 혼입과 엔진 성능에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무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엔진제어시스템(ECU)와 하이브리드제어시스템(HCU)을 개선해줄 계획이지만, 물리적인 문제를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처리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선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쏘렌토 구입을 앞둔 한 소비자는 "엔진오일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엔진 성능과 연관 없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회사 측 입장이지 위험을 감수하고 차를 사야한다는 소비자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계속되는 출고 지연 피해를 오롯이 한국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올해 3분기 현대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57% 수준이다. 수출 비중이 큰 사업일수록 환율이 높아질수록 이익이 커진다.

지난해 1월 달러당 1080원 수준이었던 환율이 2년간 우상향해 올해 9월 1445원까지 치솟았다. 사기업으로선 이 기간에 내수보다 수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이익 증대를 위한 상식적 선택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선택은 국내 출고 대란과 중고차 가격의 비정상적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인기 차종인 제네시스 GV80의 경우 출고까지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일부 인기 하이브리드 차의 경우 최근까지 길게는 수 년을 타고 팔아도 새 차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최근 신차 출고 대란이 해소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동시에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의혹들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더욱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현대차가 글로벌 '톱3' 자동차 업체로 우뚝 선 것은 내부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혁신 노력 외에 한국 소비자들의 압도적 지지가 더해진 결과다.

내수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이 소비자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하고, 소비자 역시 현대차를 타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때,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톱3'를 뛰어넘는 진정한 국민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ak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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