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한꺼번에 많이 팔면 불법”…한국도 사재기 단속 나섰다

김명지 기자 2022. 12. 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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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감기약 품귀 사태가 벌어지면서,국내 감기약 시장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22일 대한약사회에 '일선 약국에서 해열진통제를 포함한 의약품을 대량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홍콩에서는 시민들에게 의약품 사재기를 자제 당부했고, 마카오는 약국에 진통제와 해열제, 항원검사 키트 등에 대한 판매 제한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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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품귀조짐에 사재기 단속
수도권 약국서 200개씩 주문
현금 싸들고 와서 웃돈 주며 싹쓸이
복지부 “대량 판매할 경우 의약품 오남용”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약국 출입문에 코로나19 상비용 약으로 사용되는 감기약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감기약 품귀 사태가 벌어지면서,국내 감기약 시장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코로나에 겨울철 독감이 겹치면서 전국 약국에 ‘해열 진통제’를 구하려는 우리 국민들이 몰리는데, 여기에 감기약을 사재기한 뒤 중국에 되팔려는 ‘다이궁(代工·보따리상)까지 가세했다. 초기 코로나 유행 당시 중국발 마스크 대란을 겪은 정부는 ‘감기약 대란’을 막기 위해 일선 약국에 사재기 단속에 나선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22일 대한약사회에 ‘일선 약국에서 해열진통제를 포함한 의약품을 대량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일선 약국은 소매상이며, 도매상으로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 대량 판매 하는 경우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품 대량 유통이 위법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는 차원이다”라며 “감기약도 대량 판매할 경우 의약품 오남용 조장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공문 발생 하루 전인 지난 21일 저녁 대한약사회와 만나 의견을 청취한 후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가 약사회에 ‘법적 책임’까지 거론한 것은 국내 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다. 정부가 조제용 해열진통제에 대한 약가 인상에도 약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이달 중순 인천⋅경기권 약국에서 해열진통제를 포함한 상비약을 현금으로 웃돈을 주면서 사가는 사례가 보고됐다.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ER(6정)은 동네 약국에서 2000원 정도에 판매되는데, 50만원 현금을 주고 200개를 사 가는 식이다. 중국 현지 상황은 더 급박하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7일 중국에서 대규모 PCR(유전자 증폭) 검사 폐지 등 방역 완화 정책가 발표된 후 베이징 등 주요 도시 약국은 감기약 등 주요 상비약 제품이 동이 났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알리바바에서 해열제(파라세타몰) 가격은 10배로 치솟았다.

중국과 인접한 중화권 국가는 이미 감기약 사재기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홍콩에서는 시민들에게 의약품 사재기를 자제 당부했고, 마카오는 약국에 진통제와 해열제, 항원검사 키트 등에 대한 판매 제한을 지시했다. 내년 설 연휴 지역간 이동이 시작되면, 코로나 유행이 농촌까지 확산돼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만 정부는 시민들에게 해열제 등 의약품의 대량 구매를 통한 해외 반출 자제를 당부하고 , 해열제 수출 통제 조치 검토에 착수했다. 대만에서는 정부 허가를 받은 약품 공급자만 의약품 수출이 가능하고, 대량 구매가 국내 의약품 수급 등에 영향을 미칠 경우, 벌금을 부과하거나 세관을 통해 압류할 수도 있다.

호주에서도 당국이 약국에 대해 해열제와 항생제 판매를 1인당 1개로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료의약품 수급과 관련해 중국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식약처는 업체에게 “감기약 원료를 조속히 확보해 산 및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식약처의 특사경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일선 약국의 일반약 대량 판매를 적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사재기 현장에 특사경이 잡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마스크와 감기약을 동일 선상에서 두고 규제를 하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기약 유통 정보는 이미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에 모두 보고하고 있으며, 마스크처럼 대량으로 유통되는 제품이 아니다”라며 “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맞지, 정부 단속으로 배급하듯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것은 상식이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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