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이재용 패딩조끼 완판남' 보도, 뉴스가치는 있었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 2022. 12. 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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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2월21일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센터 준공식 참석을 위해 출국했습니다.

언론은 이재용 회장의 베트남 출장 목적, 삼성전자 베트남 투자 현황과 운영 등에 관해 상세히 보도하며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하지만 언론은 삼성의 베트남 투자보다 이 회장의 패션에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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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2월21일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센터 준공식 참석을 위해 출국했습니다. 언론은 이재용 회장의 베트남 출장 목적, 삼성전자 베트남 투자 현황과 운영 등에 관해 상세히 보도하며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 해외투자인 만큼 보도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삼성의 베트남 투자보다 이 회장의 패션에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핵인싸' 이재용” '완판남' 만드는 언론

이 회장의 베트남 출장길 패션에 가장 먼저 집중한 언론은 서울경제입니다. <“어, 삼성 옷 입었네”… 이재용 베트남 출장길 패딩룩은>(12월22일 신미진 기자)는 이 회장의 '패딩룩'을 부각했습니다. 기사 첫머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베트남 출장길에 삼성물산 패션의 브랜드 '빈폴' 패딩을 입어 눈길을 끌고 있다”며 “삼성물산 패션이 전개하는 트래디셔널(TD) 패션 브랜드 빈폴의 '남성 애쉬 코듀로이 다운베스트'라고 보도했습니다. 서울경제는 이 회장이 “평소 브랜드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옷을 선호”하지만 “기내에서 편하게 입고 벗기 위해 패딩 조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패션 관계자 발언을 덧붙였는데요.

머니투데이 <베스트 어디 거예요?… '완판남' 이재용, 출장길 패션은?>(12월21일 차유채 기자)도 제품명과 가격을 상세히 보도하며 “이번 아우터 역시 '완판남' 이 회장답게 품절 대열에 합류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이 회장은 2019년 12월 137만 원대의 패딩 점퍼를 완판시켰”고 “2014년 미국의 IT컨퍼런스에 방문했을 때 입었던 언더아머 티셔츠는 '이재용 운동복'”, “심지어 이 회장이 2016년 청문회장에서 발랐던 소프트립스 립밤 역시 '이재용 립밤'으로 불리며 품절”됐다며 이 회장의 '완판남'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경제, 아시아투데이, 이투데이, 조선일보는 각 2건 이상 관련 보도를 내놨는데요. 특히 조선미디어그룹은 조선일보, 주간조선, 디지틀조선TV, IT조선, 여성조선 총 6건의 보도를 내 눈에 띄었습니다.

▲ 12월21일부터 22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이재용 회장 패딩'을 보도한 기사 목록. 표=민주언론시민연합

흡사 홈쇼핑 같은 기사도 등장했는데요. 서울신문 <이재용, 출장길에 패딩조끼… 하루 만에 다 팔렸다>(12월22일 김유민 기자)은 “22일 오전 현재 같은 제품은 m 사이즈 단 1점을 제외하고 모두 품절”됐다며 “마지막 남은 상품을 클릭하면 '품절임박'이라는 안내”가 뜬다고 알렸습니다.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인지, '완판남'이란 별명답게 하루 만에 해당 제품은 모두 팔렸습니다. 조선일보 <이재용의 43만 원짜리 공항 패딩조끼, 하루만에 '품절'>(12월22일 정채빈 기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계열사 의류를 입고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해당 제품이 품절 대란을 빚었”는데 이 회장이 입고 나타난 지 “하루 만에 동이 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사 브랜드 처음 입었다” 의미부여까지

이 회장이 자사 브랜드를 입었다는 점도 대서특필됐습니다. 삼성을 대표하는 이 회장이 자사 브랜드를 애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이지만, 언론은 이 회장이 '공개 석상이나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삼성그룹 계열 패션 브랜드 제품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뉴시스 <이재용 회장 선택한 출장 패션은?.… '빈폴골프' 패딩 조끼>(12월21일 박미선 기자)는 “삼성물산 패션 브랜드인 '빈폴골프'의 패딩 조끼 패션을 선보여 이목을 끌고” 있는데 “이 회장이 직접 구매해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서현 사장 시절에는 여동생 사업을 홍보해준다는 인식 때문인지 자사 패션 브랜드를 전혀 입지 않았”으나 삼성물산 사장에서 물러난 만큼 “구설수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이번 출장길 패션으로 '빈폴골프'를 선택했을 것”이란 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이어 삼성물산 패션부문 내부에서 “이 회장이 선택한 패션인 만큼 내부에서는 브랜드를 인정받아 고무된 분위기”로 크게 환영한다는 후문까지 전했습니다.

▲ 12월22일,

이 회장이 “어떤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보다 유통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며 “현존하는 국내 최고의 인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고 보도한 언론도 있는데요. 아시아투데이는 <취재후일담-'핵인싸' 이재용이 '빈폴골프' 옷을 입은 이유는?>(12월22일 장지영 기자)에서 이 회장의 사진 공개 이후 전 사이즈가 품절 됐는데 이 회장의 “'내 돈 내 산(내 돈 주고 내가 산)'”“브랜드 사랑에 빈폴 측도 축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시아투데이는 '나르시시즘'을 언급하며 “지금같이 어려운 때에 리더의 자신감, 제품에 대한 애정은 조직은 물론, 사회까지 바꿀 수 있”는데, “회사 수장이 자사 제품을 직접 입고 사용하는 등 홍보의 야전사령관을 자처한다면 그 브랜드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추켜세웠습니다.

경기침체로 이 회장 패션 저렴해졌다?

언론은 패딩 조끼의 가격에도 주목했습니다. 12월21~22일 이재용 회장 '패딩 조끼' 관련 기사 41건 모두 해당 제품의 가격을 기술했는데요. 동아일보 <이재용 출장길 43만원짜리 패딩조끼 하루만에 '완판'>(12월22일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처럼 옷의 가격을 제목에 적거나 헤럴드경제 <이재용의 공항패션, “검소하네” 커뮤니티 달군 조끼 가격은>(12월22일 이원율 기자)처럼 가격 궁금증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세계일보 <'이재용 공항패션'에 들썩… ○○ 조끼 하루 만에 다 팔렸다>(12월22일 현화영 기자)는 해당 제품의 “가격도 화제가 됐”는데 “회장님 패션이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저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침체와 이 회장의 패션을 연결한 기사도 있습니다. IT조선 <'130만→40만 원' 경기침체에 이재용 패션도 저렴해졌다>(12월22일 이광영 기자)는 “3년 전 입은 빨간 패딩 가격이 130만 원에 달했던 반면, 이날 이 회장이 입은 패딩 조끼는 40만 원대로 3분의 1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회장의 단 두 벌 옷을 비교해 경기침체 영향으로 이 회장의 옷 가격이 1/3로 줄어들었다고 해석한 것인데요. '복붙' 수준의 다른 패딩 조끼 기사와 차별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보도가치가 있는 의미 있는 분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과오는 덮고 '완판남' 포장, 언론은 감시역할 하고 있나

언론은 이코노미스트 <빨간패딩·립밤 이어 '조끼'까지 품절… 이재용 회장, 또 완판남 등극>(12월22일 김채영 기자)에서 보듯 과거 이재용 회장이 착용하거나 사용해 유명해진 다른 제품도 언급하며 그의 '완판남' 이미지를 부각했습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수조 원대 회계조작 의혹에 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법원의 연말 휴정으로 2주간 재판 일정이 진행되지 않자 해외 출장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언론은 이 회장의 패션과 베트남 투자 등 긍정적인 면만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외면하면서 '인기남' 이미지를 만들고 긍정적으로 보도하는 데 열중한 셈입니다. 결국 언론의 과도한 '이재용 출장길 패션' 보도는 그의 불법승계 허물을 덮고 긍정적 이미지로 포장하는 수단이 될 뿐입니다. 삼성전자의 5가지 <경영원칙> 중 첫 번째는 '법과 윤리를 준수한다'입니다. '셀럽 이재용'이 아닌 '경영인 이재용'으로서 평가하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12월21~22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이재용 패딩'을 검색해 나온 온라인 기사

※ 미디어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제휴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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