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오르고 충전소 여전히 부족…전기차는 미래인가?

한겨레 2022. 12. 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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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이코노미 인사이트]
내연기관 수명 연장 예상
2021년 9월30일 서울에서 열린 제네시스 전기자동차 GV60 출시 홍보 행사. REUTERS

자동차산업의 변신이 정체되고 있다. 전기 가격은 몇 배로 올랐고, 국가보조금은 바닥났으며, 어디나 충전소가 부족하다. 이런데 누가 전기차를 사겠는가?

볼프 바른케는 이모빌리티(e-Mobility)의 성공을 의심한 적이 없다. 그는 니더작센주 타름슈테트에서 배터리 자동차를 처음 판매한 폴크스바겐(VW) 딜러 중 한 명이다. 트위터와 링크드인에서 바른케는 자동차 딜러로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휘발유와 디젤이 없는 세상을 공격적으로 홍보한다. 그는 2015년부터 “미래는 대안 엔진의 것”이라고 고객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이 없다. 3대째 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는 그는 “예비구매자가 전기차에 등을 돌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 전기차를 주문하는 사람은 12개월 이상 기다릴 수 있는데 그러면 너무 오래 걸려 기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혜택은 연말에 만료될 예정이고, 이후에는 순수 전기차만 이전의 최고 9천유로(약 1250만원) 대신 최고 6750유로까지 지원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국가보조금이 더 이상 지급되지 않는다. 총액이 정해진 국가보조금은 2023년이면 바닥날 것이다.

전기 가격은 몇 배로 올랐고, 전기차 국가보조금은 바닥났으며, 충전소는 부족하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새 회장 올리버 블루메도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REUTERS

“정부와 자동차산업계에서 나오는 신호가 점점 더 모순적이다”라고 딜러들은 투덜거린다. 폴크스바겐그룹의 메시지도 더 명확해졌다. 유럽에서 가장 큰 이 자동차회사는 항상 자신을 전기차 분야의 개척자이자 테슬라의 도전자라고 자축했다. 하지만 신임 회장 올리버 블루메는 이퓨얼(e-Fuel)이라고 불리는 합성연료(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에 이산화탄소와 질소 등을 합성해 만든 연료)를 “전동화(Electromobility)에 대한 합리적인 보완 수단”이라고 칭찬한다.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내연기관 자동차가 존재할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덧붙여 충전 가격이 부분적으로 휘발유나 디젤 가격보다 많이 상승해 배터리 차량의 장점이 위험할 정도로 줄었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의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센터장은 2023년 말이면 전기차가 “명확하게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32센트 정도로 낮게 책정해도 유지·관리 비용을 포함하면 내연기관 자동차가 1만5천km를 주행했을 경우 월 30유로 이상 저렴하다.

스페인 빌바오의 전기자동차 충전소. REUTERS

배터리 차량 장점 현저히 감소

전기차를 사는 것이 지금도 득일까? 아니면 독일의 가장 중요한 현대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비참하게 실패할 위험에 있는가? 기괴한 상황이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정치인과 투자자의 압력에 못 이겨 내연기관을 포기하고 전기차 모델 공세를 시작하자마자 전략적 전환에 다시 의문이 제기됐다. 에너지 위기와 경기침체에 직면한 소비자들은 신차에 대한 욕구가 거의 없다. 또한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대다수 사람은 급격히 상승한 전기 가격과 현재의 충전 용량을 고려할 때 정말로 전기차를 사야 하는지 자문한다.

아우디(Audi) 같은 자동차회사, 보슈(BOSCH) 및 ZF와 같은 주요 부품업체들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점차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이는 계획을 고수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게다가 자동차 제조업체는 차량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요구 사항 때문에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요받고 있다.

이 야심 찬 계획이 경제적으로도 성공할까?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부품업체 ZF의 인사 총책임자 자비네 야스쿨라는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의 치명적 혼합”을 언급했다. 그는 2023년에도 유럽에서 신차 생산이 감소하리라고 믿는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애초 예상했던 승용차 1800만 대가 아니라 업계 전체적으로 1100만 대만 출하하는 것이다. 독일 정부가 하필이면 이 위기 상황에서 구매 보조금을 삭감하는 것은 실수라고 야스쿨라는 생각한다. 반면에 프랑스는 얼마 전 보조금 인상을 발표했다. “이모빌리티로의 전환은 확실하게 느려질 것”이라고 야스쿨라는 말했다.

야스쿨라의 동료인 프랑크 이베어는 업계에서 선견지명을 가진 사람으로 명성을 얻었다. 독일 지역 인사 책임자로 ZF에 합류하기 전까지 그는 독일 금속노조 IG메탈의 전략 부서를 이끌었다. 이제 그는 그가 수년간 분투해온 현대화 과정이 정체될 것을 두려워한다. 2030년까지 독일 도로에 1500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독일 신호등 연정(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의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고 이베어는 말했다. 이제 EU가 계획한 대로 2035년에 휘발유와 디젤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이베어는 생각한다. 그는 내연기관의 수명 연장을 예상한다. 그리고 이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합성연료가 사용될 것이다. 이모빌리티와 자율주행에 120억유로(약 16조원) 이상 투자한 ZF에는 비극적인 상황이다.

“소형 휘발유 자동차 선호”

이모빌리티를 성공시키려면 전원 공급 장치의 신속한 승인 절차로 전국적으로 1만4천 개 이상의 주유소를 빠르게 전기차 충전소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차의 돌파구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없을 것”이라고 이베어는 경고했다. 독일연방 내각에서 얼마 전에 채택한 ‘충전 인프라 마스터 플랜 Ⅱ’는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2027년까지 전체 주유소의 최소 75%에 급속 충전소를 설치할 것이다.

대도시에서는 고객들이 공공 충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충전소는 여전히 부족하다. 예를 들어 프랑크푸르트에서는 60대 이상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충전소 한 곳을 공유해야 한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얼마 전 1만796개 독일 지자체 중 절반 이상이 공공 충전소를 단 한 곳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집 차고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사람은 확실히 유리하다. 특히 그 전기가 본인 소유의 태양광 시스템에서 나온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다수 독일인은 임대주택에 산다. 그래서 새로운 구동 기술로 갈아타는 것을 주저한다.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자동차 판매·리뷰 사이트 카와우(Carwow)의 설립자 필리프 자일러 폰아멘데는 말한다. 카와우에서 자동차를 찾는 사람은 휘발유 자동차를 원하는지 전기차를 원하는지, 주행거리나 마력 또는 다른 특수 사항 중에서 어떤 것이 그에게 중요한지 기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후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기차를 향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폰아멘데는 말했다. 60%에 달하는 고객이 전기차에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는 다시 40% 미만으로 떨어졌다.

카와우의 고객은 온라인 구매자로 새로운 것에 개방적이다. 그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전혀 모른다고 폰아멘데는 말했다. “휘발유 가격은 매일 주유소에서 볼 수 있지만, 자동차 충전 가격은 덜 투명하다.” 소비자는 전기차 비용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할지 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공공 충전소의 가격은 현재 kWh당 40~70센트 사이에서 변동하고 있다.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 상승한 에너지 비용을 아직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폭 제한이 얼마나 부담을 덜어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2022년 1~9월 27만2473대의 전기차가 등록돼 전기차 비율이 12% 미만에서 약 15%로 증가했다. 자동차부품 업체 히르슈포겔(Hirschvogel)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외르크 뤼카우프는 이 속도가 곧 느려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경제침체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많은 고객이 소형 휘발유 자동차를 더 선호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전기차 부진은 자동차 제조국 독일에서 힘의 균형을 다시 한번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전기차 부진이 무엇보다 독일 자동차회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기차 구매자가 테슬라를 확실한 선택으로 여기면서, 테슬라는 2022년 첫 9개월 동안 독일 내 매출이 약 50% 증가했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지속적인 공급 문제로 약 40%의 손실을 보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베엠베(BMW), 아우디는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수 있었지만 테슬라에 견줘 판매량이 적다.

디젤 보조금 여전히 수십억유로

한국의 자동차 제조업체 현대도 선두권 경쟁에 가세했다. 독일 자동차회사들이 엔트리급에서 내놓을 상품이 거의 없다는 증거다. 현재 카와우 같은 판매 사이트에서 3만유로 미만의 순수 전기차 모델은 20여 대뿐이다. 이들 대부분은 르노, 푸조, 현대, 기아와 같은 프랑스 또는 한국 회사에서 나온다. 독일 브랜드 중에서는 오펠(Opel)과 벤츠의 자회사인 스마트(Smart)만 이 가격대의 전기차를 출시했다.

소형차도 앞으로 구매자를 찾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엔트리급의 경우 가격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 공급업체인 보슈의 슈테판 하르퉁 회장은 말했다. 독일 자동차운전자협회(ADAC)에 따르면 독일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자동차 모델이 2017년 이후 가격이 약 20% 올랐고, 전기 구동장치가 장착된 소형 자동차의 경우 최대 44%까지 치솟았다. “엔트리급의 가격이 지속해서 오른다면 저소득층 가정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하르퉁은 말한다. 따라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일시적으로 매출을 하락시킬 수 있다. “저소득자는 자동차 구매를 줄이고, 리스 또는 공유 서비스로 넘어갈 수 있다.”

장기 불황과 높은 전기 가격은 이러한 추세를 강화할 수 있다. 공급 문제로 많은 고객의 수요를 여전히 충족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아직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글로벌투자은행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르면 3~6개월 안에 수요과잉이 공급과잉으로 바뀔 수 있다고 추정한다. 그러면 자동차 회사의 수익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된다.

그러면 제조업체들은 높은 원자재 가격에도 가격을 낮출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고객을 만족시켜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한다. 중국의 니오(Nio), 링크(Lynk) 같은 신규 회사는 자동차 구매의 대안으로 구독 서비스 모델을 점점 더 많이 도입했다. 독일 스타트업 소노모터스(Sono Motors)도 2023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자사의 (태양광 전기차) 모델 시온(Sion)을 자동차 구독 플랫폼 핀(Finn)을 통해 공급하려 한다. 핀은 1만2600대를 소노모터스에 주문했다.

시온의 차체가 태양전지로 덮여 있기에 주행거리의 약 절반을 태양광발전 전기로 무료로 달릴 수 있다는 기술적 이점도 구독 서비스에 유리하다. 소노모터스의 공동설립자 라우린 한은 “지난 몇 달 동안 꾸준히 예약됐다. 사전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4만2천 대의 시온이 예약 또는 선주문됐다.

한은 “단기적 가격 상승 때문에 전기차 전환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정부는 오히려 아직도 수십억유로에 달하는 디젤 보조금을 폐지하고, 충전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소비자에게 디젤 차량이 다시 전기차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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