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가 낸 보유세, 임직원 급여의 80%… "내년 공공주택 임대료 올리겠다"

정영희 기자 2022. 12. 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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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사장 김헌동)가 공공임대주택에 부과하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사진=정영희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면제받도록 법령 개정 건의에 나선다. 10년간 동결해온 임대료 또한 조정하기로 했다. 공공주택사업자에게 일반 다주택자와 같은 세제를 적용하는 현행 세법이 다소 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23일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보유한 공공주택사업자가 임대료 책정 등 재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일반 다주택자와 동일하게 취급해 보유세를 중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전했다.


서초 래미안 종부세 96억↑… 공공임대주택 특례 없어


SH공사 공공임대주택에 부과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2020년 395억원에서 2021년 705억원으로 1.8배 증가했다. SH공사에 따르면 이는 공사 전 임직원의 급여의 80%에 맞먹는 수준이다.

SH공사가 100가구를 보유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아파트에 부과된 종부세는 2015년 13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126억원으로 9배 가량 급증했다. SH공사가 보유한 서초 래미안퍼스티지 67가구에 대해 정부가 부과한 보유세는 지난해 96억7000만원에 달했다. 2015년 10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역시 9배 이상에 해당한다.

김 사장은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제어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인 반면 공공주택은 투기나 재산 증식이 아닌 주거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유한 재산임에도 이에 투기 억제용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어려운 얘기"라고 설명했다.

SH는 늘어난 세 부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법 제도를 지목했다. 2011년 이전 공공임대주택은 지방공사의 목적사업으로 재산세가 면제됐으나, 이후 '지방세특례제한법'이 제정돼 점차 지방세 감면율이 축소됐다. 지난해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으로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이 증가한 데다, 집값이 급격히 오르며 종부세 합산 배제 기준을 초과하는 임대주택이 늘어나 SH공사가 납부해야 하는 종부세가 껑충 뛰었다.

자료제공=SH공사

SH공사는 위헌 소송을 통해 기납부한 종부세 반환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필요 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타 공기업과의 공조를 제안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경우 '국세기본법'상 경정청구 규정에 따라 관할 세무서에 과오납 세금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황상하 SH공사 기획경영본부장은 "전국 16개 광역지방개발공사 사장단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며 "각 공사 세무 정책 관련 부서에 유기적 협조를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SH공사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제안하기로 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공임대주택 재원 확보 필요성 ▲주거복지 기여도 ▲해외 주요국의 공공임대주택 보유세 면제 제도 등을 바탕으로 한 주택 유형, 전용면적, 소유주체에 관계없는 장기간 재산세 면제로 구성된다.

특히 투기 목적이 아닌 공공임대주택에 징벌적 성격의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종합부동산세법'의 정책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공공임대주택은 조건 없이 종부세 합산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할 방침이다.

SH공사는 23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공공임대주택 재산세·종부세 면제 건의 계획을 밝혔다./사진=정영희 기자


'10년 동결' 임대료 상승 조정 검토… 시민 부담 늘어날까


SH공사는 지난 10년간 늘어난 세금에 비해 임대료 상승률이 턱없이 낮다고 토로했다. SH공사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시중 임대주택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할 경우 약 1조6000억원의 수입이 발생하지만, 실제 SH공사의 2021년 임대료 수입은 약 1400억원이다. 임대료가 없는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을 정기예금금리로 환산한 금액(약 600억원)을 더해도 임대료 수입은 약 2000억원 수준이다.

김 사장은 "공사가 보유세를 6~7배 이상 더 납부해왔던 지난 10년간 임대료를 동결했다"면서 "주택 임대료가 2011년 676억에서 2021년 1368억으로 692억이 확대되는 동안 세금은 705억원 증가했다. 들어오는 것보다 세금으로 더 많은 양의 돈을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이 세금의 대부분을 SH공사의 실질적 주인이라 할 수 있는 '1000만 서울시민'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SH공사는 내년 임대료 상승을 검토 중에 있다. 최대 임대료 상승 한도는 5%이지만 각 지역구별 가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심의를 거쳐 상승률을 결정한다. 공사 측은 임대료를 약 3% 가량 올리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임대료 상승분은 노후주택 수선유지비와 인건비, 주거복지비에 쓰일 방침이다. 황 본부장은 "늘어난 재원을 반지하 주택 주거상향 등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복지정책인 '약자와의 동행' 시행 예산으로 편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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