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 오은영 "제가 아동 성추행 방임? 참담한 심정"

김경훈 기자 2022. 12. 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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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서울경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MBC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 불거진 '아동 성추행' 논란 관련, "제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오 박사는 23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시청자분들이 놀라신 그 사전 촬영된 장면에서 저 또한 많은 우려를 했다"면서 "5시간이 넘는 녹화 분량을 80분에 맞춰 편집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이런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지 못했다"고 상황을 짚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19일 전파를 탄 방송에서 한 재혼 가정의 남성이 일곱 살 의붓딸과 놀아주며 '가짜 주사 놀이'라면서 아이의 엉덩이를 손으로 찌른 부분이다.

의붓딸은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새아버지는 이후에도 문제의 행동을 이어갔다. 새아버지는 '딸에 대한 애정 표현'이라고 해명했지만,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아동 성추행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오 박사는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이런 입장문을 드리는 상황이 무엇보다 대단히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하지만 해당 방송분에 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어서 이에 조심스럽게 몇 가지 사실을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오 박사는 "아동학대, 폭력, 성추행과 성폭력에 대한 저의 생각은 지금까지 써 온 책들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대단히 단호하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며,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한 뒤 "그것들이 사람의 영혼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히는 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 박사는 또한 "당연히 출연자의 남편에게도 어떠한 좋은 의도라도 '아이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아이의 의사에 반하는 문제 행동들을 하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면서 "출연자 남편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진 행동으로 인해 아내에 의해 아동 학대 신고가 되어 이후 경찰에서 교육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더욱더 촬영 시간 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아동 학대 교육의 연장선으로 '아이가 싫어하는 신체 접촉을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교육적 지적과 설명들을 많이 해 줬다"고도 했다.

아울러 오 박사는 방송에서 '촉각이 예민한 아이'라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는 "출연자 부부의 딸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다"면서 "일반적으로 촉각이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 가깝게 생각하는 부모들의 신체 접촉도 불편하고 괴롭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아이가 싫다는 표현을 하면 부모라도 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오 박사는 '남편이 가엽다'는 취지로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 어린 시절의 불행한 경험을 했던 것에 대해 '남편의 어린 시절이 가엽다'라고 한 것"이라며 "현재의 문제 행동과 과거에 있었던 남편의 불행을 연결시켜서 정당화하려고 했던 설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오 박사는 "지금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아이다.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향후에는 제 의견이 보다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더욱더 유념하겠다"고도 했다.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MBC는 "아내가 남편을 아동 학대로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고 남편은 그런 아내의 행동에 수긍하지 못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었다"며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방송 후 이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접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오 박사의 일부 발언에 대한 일각의 지적을 두고는 "오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다"며 "그러나 그 내용이 뒷부분에 집중되고 상당 부분 편집돼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작진과 오은영 박사는 이 가정과 아동의 문제를 방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하려 한다"며 "아동에게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은영 박사와 함께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적인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해당 사연 속 남성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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