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로부터 예수를 지켜라…이탈리아 가톨릭의 고민
자신들의 보스를 위해 가톨릭 종교행사를 좌지우지하려 한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징역형에 처해졌다. 이탈리아에선 마피아들이 엇나간 신앙심으로 종교 행사에 개입하려는 일이 잦아, 교황청까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 칼타기론 지방법원이 ‘성금요일’을 기념하는 가톨릭 교회의 도보행렬을 자신들의 보스가 사는 집으로 가도록 강요한 마피아 일당 39명에게 총 80년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주동자 격인 8명은 3년형을 받았으며, 나머지 조직원들은 6개월에서 2년9개월 사이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이번 사건은 2016년 부활절을 앞두고 일어났다. 당시 고난주간을 기념하는 도보행렬이 예수 그리스도의 동상을 들고 산 미켈레 디 간자리아 마을을 지나고 있었는데,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 조직원들이 나타나 행렬을 자신들의 대부인 프란체스코 라 로카가 살던 집으로 가도록 했다. 행렬이 도착하자 프란체스코의 아내는 집에서 나와 헌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측은 이들 조직원들이 감옥에 갇힌 보스를 위해 경의를 표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봤다.
시칠리아 지역 가톨릭 교회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은 성명에서 “하나님은 분명히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마피아의 편이 아닐 것”이라며 “하나님이나 그의 이름을 절대 함부로 불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는 그간 마피아가 종교 행사에 개입하는 일이 잦아 논란이 됐다. 팔레르모, 레지오, 칼라브리아, 나폴리 등의 도시에서는 마피아들이 보스에게 경의를 표하는 차원에서 교회 행렬을 보스의 집 밖에 멈춰 세우는 것이 관례처럼 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가디언은 대다수 마피아 조직원들이 자신들을 종교적이고 사교적인 집단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으며, 사업 번창을 위해 가톨릭 성인들에 기도를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가톨릭은 마피아와 엄격히 선을 그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4년 도보행렬에 사용된 성모 마리아상이 악명 높은 마피아 두목을 기념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이 발생하자, 칼라브리아의 프란체스코 밀리토 주교는 도보행렬을 금지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재임 초기 이같은 마피아들의 관행을 ‘일탈된 영성’이라 표현하며 비난했다. 교황청 산하 국제 마리아 아카데미는 2020년 마피아와 범죄세력으로부터 성모 마리아 신앙을 분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부서를 설립하기도 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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