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cm ‘눈폭탄’ 호남… 탱크로리 넘어지고 하늘·바닷길 막혔다
정승호 기자 2022. 12. 23. 13:29
광주전남‧북지역에 이틀째 큰 눈이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는 등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500여개 학교가 휴업을 하거나 등교시간을 늦추는 등 학교 수업이 차질이 빚었고 눈길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등 ‘눈폭탄’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호남지역에는 23일 오전 11시 현재 전북 순창군 복흥면 58.6㎝를 최고로 임실면 강진면 57.0㎝, 정읍시 35.7㎝ 광주광역시 27.9㎝, 전남 담양군 24.7㎝, 화순군 23.1㎝, 장성군 22.4㎝ 등의 눈이 내렸다. 기상청은 24일 오전까지 광주전남‧북지역에 5~15㎝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북도에 따르면 23일 오전 9시 현재 도내 전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상태다. 진안과 무주, 장수 3곳은 대설주의보가, 나머지 11개 시·군에는 대설경보가 내려져있다. 광주를 비롯한 전남 나주·담양·곡성·장성·화순·순천·장흥·영암에도 대설경보가 발효 중이다.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내외로 떨어지는 등 올겨울 가장 강한 한파가 찾아와 도로가 빙판길로 변하면서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22일 오후 4시 41분경 전남 영암군 삼호읍 한 저수지에 경차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A 씨(48·여)가 익사했다. 경찰은 A씨가 진행하던 방향 1. 2차선 도로가 빙판길로 변해 차량 4대가 정차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하기 위해 우측으로 핸들을 급하게 꺾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차량은 인도를 넘어 저수지로 추락하면서 전복된 것을 확인했다.
23일 오전 7시 27분 전남 곡성군 호남고속도로에서 45인승 버스가 교통시설물을 충격하고 왼쪽으로 넘어졌다. 고속버스에는 승객 10명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 48분경 전남 장흥군 남해고속도로(순천~영암 방면) 장흥톨게이트 인근 지점에서 액화산소가스를 싣고 가던 25t 탱크로리가 눈길에 넘어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 A 씨(51)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충격으로 차량에 실려 있던 탱크로리가 떨어져 나가 액화산소가스 일부가 노출됐다. 22일 오후 10시 반경 전북 임실군 관촌면 완주~순천 고속도로에서 25t 탱크로리 차량이 빙판길에 넘어져 불이 나 전소됐다.
눈길 낙상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오전 11시 현재까지 광주소방안전본부에 접수된 낙상 사고는 22건이다. 전남에서도 낙상 사고 18건이 접수됐다. 교통사고는 12건 발생해 2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안전 조치도 26건 이뤄졌다. 전북에서도 눈이 내리기 시작한 22일부터 소방본부에 접수된 구조 등 신고가 46건으로 집계됐다.
폭설로 도로·하늘길과 뱃길 등 일부 교통도 차질을 빚었다. 광주에서는 북구 금곡마을~4수원지(5.4㎞), 무등산전망대~4수원지(2.1㎞), 일곡교차로~장등삼거리(3.6㎞), 운암고가입구~서영대 정문(0.5㎞) 구간이 통제됐다. 광주시내버스 38개 노선 349대도 단축·우회 운행하고 있다. 무등산 국립공원 탐방로도 전면 통제 중이다.
전남에선 구례군 산동면∼고산터널(4.4㎞), 진도군 두목재(1.5㎞), 화순군 한천면 돗재(3㎞), 보성군 진목마을∼주릿재(3㎞) 등 11곳의 통행이 차단됐다. 여객선 50개 항로 68척 운항도 통제 중이다. 광주·여수공항에서는 항공기 각 15편·10편이 결항됐다. 무안국제공항도 김포·제주를 오가는 3편이 결항됐다. 전북에서도 도로 8개 노선 통행이 제한되고 국립공원 62개, 도립공원 53개, 군립공원 18개 등 총 12곳 133개 탐방로가 통제되고 있다. 군산~어청도 등 도내 4개 항로 5척의 여객선과 제주~군산을 오가는 항공기도 모두 결항됐다.
일선 학교에서는 휴업을 하거나 등교시간을 1시간 이상 늦추는 등 학사일정을 조정했으나 문자메시지가 늦게 발송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광주에서는 전체 610개 학교 중 213개교(34.9%)가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유치원 3곳, 초등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휴업했다. 유치원, 초‧중‧고 160곳은 등하교시간을 1시간 이상 늦췄고, 47곳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폭설이 내리던 전날까지도 학사일정 조정을 결정하지 못하다 뒤늦게 연기를 결정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바람에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실제로 광주 한 학교는 이미 20㎝ 이상 눈이 내린 이날 오전 8시 20분이 돼서야 등교시간을 10시로 조정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학부모들이 항의를 하기도 했다.
전북에서는 유치원‧초·중·고교 173곳이 이날 하루 휴업에 들어갔다. 등교시간이 조정된 학교도 165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눈이 많이 내린 임실과 정읍, 순창, 남원지역의 학교가 휴업을 단행했다.
자치단체들은 공무원을 투입, 눈 치우기에 나서는 등 제설작업에 총력을 쏟았다.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수준을 3단계로 유지하고 있는 전북도는 제설 차량 등 장비 709대와 인력 666명, 제설재 3312t을 동원해 주요 도로 제설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육군 35사단 등 군부대도 눈 치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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