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베트남 亞 허브 R&D’ 시대 열다

이재용, 준공식 참석 각별한 애정
양국수교 30돌 민간외교관 역할도
글로벌기업 최대규모 종합연구소
생산기지 넘어 ‘전략 거점’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와 이재용(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디스플레이 법인(SDV)을 방문해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베트남 삼성 R&D센터’ 건설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베트남 ‘아시아 핵심 R&D 허브’ 시대를 개막했다.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에 맞춰 준공식을 진행,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현재 삼성 스마트폰 절반을 생산하고 있는 ‘글로벌 생산 기지’를 넘어 R&D 역량까지 갖춘 전략 거점으로 우뚝 섰다. 베트남은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낙점한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내년 초까지 연이은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현장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응우옌 쑤언 탕 호치민정치아카데미 원장, 찐 반 썬 베트남 총리실 주임장관, 휭 타잉 닷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 오영주 주베트남 한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도 베트남 R&D센터 준공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베트남 삼성 R&D센터는 삼성이 해외에 세우는 첫 R&D 센터이자 글로벌 기업이 베트남에 세운 최초의 대규모 종합 연구소다. 대지면적 1만1603㎡, 연면적 7만9511㎡으로 지상 16층·지하 3층 규모로 건설됐다. 앞으로 2200여명의 연구원들이 이곳에 상주하며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 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삼성은 현재 베트남에 6개 생산법인, 1개 판매법인 및 R&D센터를 운영 중이다. 베트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의 절반 가량을 ‘글로벌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을 생산뿐 아니라 종합 연구개발까지 수행하는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육성해 나간 단 방침이다. 이번 베트남 R&D 센터를 모바일 기기용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술인 멀티미디어 정보 처리, 무선 통신보안 분야 등에 특화된 곳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은 “베트남 삼성R&D 센터는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베트남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 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 대한 이재용 회장의 관심은 특별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베트남을 찾아 R&D 센터 신축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응우옌 쑤언 푹 주석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에도 준공식을 전후로 하노이 인근 삼성 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사업 현황 및 중장기 경영 전략을 점검했다.

미중 간 경제 패권 싸움이 심화되며 베트남은 기업들의 ‘탈 중국’ 대안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추가 투자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준공식 후 현지 정·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분야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적극적인 해외 출장으로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첫 출장지로 중동 아랍에미리트를 다녀온 후 이달에는 베트남을 낙점했다. 발로 뛰는 광폭 행보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내달 5일에는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이 열린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07년 상무 시절 ‘CES 2007’ 공식 석상에 깜짝 데뷔하며 후계자로서 주목받은 바 있다. 이후 2013년까지 7년 연속 CES를 찾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 회장이 본격적인 대외활동의 출발점으로서 약 10년만에 CES를 다시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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