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바이든 장사정 무기 등 두고 동상이몽" WP
기사내용 요약
우크라 러 본토 공격 없이 공습 못막는다며
ATACMS 등 장사정 미사일 지원 요청 지속
미는 전쟁 확대 우려로 장사정 무기 지원 거부
바이든 젤렌스키에 평화 협상 가능성 타진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그를 백악관에서 맞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겉으로는 단합을 과시했지만 이면에서는 첨단무기 지원을 바라는 젤렌스키와 이를 주저하는 바이든 사이에 동상이몽이 깔려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우크라이나 지원금 470억 달러를 요청한 상황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는 내년 이전에 지원 계획이 승인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이번 전쟁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임을 의원들에게 납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도 내년 방어태세를 강화하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대대적 공세를 펴기 위해 이번 방문이 매우 중요하다.
미하일로 포돌략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미국이 18억5000만 달러의 무기 지원을 발표하기 전인 이달 초 미 정부가 지원을 거절하는 첨단 탱크와 장사정 미사일 등 5가지 무기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트윗했다.
미 국방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이미 충분한 탱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M1 에이브럼즈 탱크는 유지와 운전이 너무 복잡하다고 말해왔다. 또 공동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사정 미사일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러시아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고위당국자는 “젤렌스키와 외교 협상에 대해 논의하길 원한다. 우크라이나가 우위에 서면 협상이 가능할 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외교협상의 방향과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금지선이 무엇인지를 정하지 않을 것이며” 결정은 우크라이나의 몫이라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러시아를 물리쳐야 한다는데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동의한다고 해서 양국의 행보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전 나토주재 미 대사 이보 다들러는 “바이든과 젤렌스키가 진지하게 공동의 목표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바이든은 여전히 지나치게 밀어붙이면 전쟁이 악화할 것을 걱정하고 젤렌스키는 솔직히 미국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지원이 계속된다는 것을 확정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 내 협상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논의되고 있다. 젤렌스키가 지난달 제시한 평화방안으로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크름 반도를 포함한 모든 점령지로부터 철수하는 방안과 2014년 점령지만 남기고 철수하는 방안, 돈바스에서는 철수하지만 크름반도에서는 철수하지 않는 방안 등이다.
뒤의 두 가지 방안에 대해 젤렌스키는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면 회담에서 “평화 방안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탐색했다면서 다만 러시아가 협상에 흥미를 보이지 않기에 “아직은 논의가 연구 수준”이라고 전했다.
유럽외교위원회 리아나 픽스 연구원은 “러시아는 휴전을 통해 군대를 정비하고 훈련할 시간을 가지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지난 21일 연말 회의에서 러시아군의 패배를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 병력 규모를 1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늘려 20개의 사단을 새로 설치하고 병력 동원 체계를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푸틴은 병력 동원 체계 개편을 승인했다면서 전투 작전에서 “특별히 해결해야할 문제들”로 통신, 지휘체계, 대포병 능력 등을 지적했다. 그는 쇼이구 장관에게 장비와 무기, 의료장비, 배급품과 신발 등 “최고 수준에서”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 푸틴은 “우리는 재정적 어려움이 없으며 군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할 것”이라며 “적절한 방안이 마련돼 좋은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우크라이나 군 지도자들이 앞으로 몇 달 안에 러시의 새로운 공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러시아 정부 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공세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러시아군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탄약 부족이 심각해 갈수록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많은 미 당국자들이 러시아 정부내 전술에 대한 견해차가 있을 지라도 전략을 둘러싼 알력은 없다면서 러시아가 피해를 줄이고 철수해 전쟁 종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전한다.
한 국방당국자는 미국이 지원키로 한 패트리엇 대공미사일과 관련 “우크라이나 영공 방어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패트리엇 지원은 단계적 지원의 일환이다. 패트리엇 1개 포대도 도움이 되겠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영공 방어 방안을 진전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공습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공습을 발진하는 기지를 타격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미하일로 자브로드스키 우크라이나 안보, 국방,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적의 공항,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지역을 타격해야 한다”고 우크라이나 관영 통신 우크린폼에 기고했다. 그는 이를 위해 에이태큼스(ATACMS) 등 장사정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21일 미국이 먼저 M1 에이브럼즈 탱크를 지원하지 않는 한 독일제 레오파드 및 마르데르 탱크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스테판 헤베스트라이트 정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나토가 직접 러시아와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독일만 그런 생각이 아니다. 서방의 탱크는 아직 우크라이나에 지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지원 확대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폴란드 주재 미 대사를 역임한 대니얼 프라이드는 “젤렌스키가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강화함으로써 다른 나라로 확산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새로 출범하는 의회는 “다를 수 있다. 영향력은 크지 않겠지만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내년 의회에서도 양당 모두 강력하게 우크라이나 지지를 계속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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