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인류는 왜 달에 가야 할까…달 궤도에 진입한 다누리

서동균 기자 2022. 12. 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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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도 놀란 한국 기술력

2022년 12월 17일 드디어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달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8월에 미국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한 뒤 4.5개월 만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누리에서 수신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누리가 17일 새벽 2시 45분쯤 달 중력에 안정적으로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총알보다 빠르게 항행하던 다누리가 달 중력에 포착되기 위해선 속도를 줄이는 진입기동을 해야하는데 1차 관문을 잘 통과한 겁니다. 앞으로 다누리는 달 탐사를 위해 고도를 달 상공 100km 지점까지 낮춰야 합니다. 총 5차례 진입기동이 예정돼 있고, 현재까지 3차례 이뤄졌습니다. 1,2차 기동은 기존 예상과 달리 하루에 같이 진행했습니다.

그만큼 다누리가 순항하고 있다는 증거겠죠. 열심히 달을 향해 고도를 낮추고 있는 다누리가 28일 마지막 진입기동을 마치면, 항우연이 29일 최종 성공 여부를 발표합니다.
 

왜 중요한데

과학에 관심이 없다면 혹은 관심 있다고 해도 다누리 이슈에 의구심을 갖는 분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누리호 같은 발사체도 아닌데 이렇게 언론에서 떠들고 성공 여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냐는 거죠. 누리호와 다누리 둘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순 없겠지만, 확실한 건 다누리의 성공은 누리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우리가 우주로 갈 수 있는 발사체가 없다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성공시킨 건 일종의 기술적 도약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같은 관점에서 지구 저궤도(500~700km)의 위성 밖에 못 만들던 우리가 약 38만km 떨어진 달까지 비행체를 보낼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도약입니다.
BLT 궤도
또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는 점도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다누리를 달에 보내는 방식, 이른바 BLT(Ballistic Lunar Transfer) 궤도의 난도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BLT 궤도는 달에 직접 가는 방식과 달리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0’되는 지점인 라그랑주 포인트까지 갔다가 다시 달로 돌아오는 방식입니다. 가는 데만 135일이 걸렸고, 우주에서 약 592만 km를 항행했습니다. 어려운 미션이지만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행체의 추진력을 최소화하고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택한 비행 방법입니다. 

당연히 이 비행 과정에서 계산의 오차 등을 보정하기 위해 비행체 자체의 추진력을 이용해 궤도를 수정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이 궤도수정기동(TCM, Trajectory Correction Maneuver)에서 모두 9번의 수정을 준비했었는데, 절반도 안 되는 4번만 궤도를 수정하고 달에 도착했습니다. 연료를 아낀 만큼 달에서 다누리의 탐사 수행일이 길어질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인 겁니다.

저희가 인터뷰한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국장도 한국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존 구이디 / NASA 우주탐사시스템 부국장
"BLT 방식은 고도의 정교함이 필요한 임무입니다. 지구, 달, 그리고 태양이라는 3개의 서로 다른 물체의 중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고, 또한 발사하고 귀환하는 모든 과정에서 정밀한 궤도를 유지해야 합니다.(The BLT trajectory is very delicate mission. It has to balance the gravity of earth, the moon and the sun. 3 different objects.)"

"다누리는 당초 계획보다 절반 밖에 궤도를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다누리 발사와 자세 제어를 수행한 한국 기술진의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Only less than half of the plan correction is an indicator of fantastic of work by Korean trajectory team and as well as the spacecraft management team.)" 

 

좀 더 설명하면

다누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달 기지를 건설할 장소를 찾는 겁니다. 인류가 다시 달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달에 우주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입니다. 달에는 대기가 없고, 중력이 지구의 1/6 수준이라 발사체를 쏠 때 훨씬 힘이 덜 들기 때문입니다. 즉 달에서 발사체를 쏠 수 있다면 더 먼 심우주까지 탐사할 수 있는 겁니다.
다누리 장비 설명
섀도캠
이 장소를 찾는 역할을 하는 것이 다누리에 실린 NASA의 섀도캠(Shadow Cam)입니다. 섀도캠은 달의 극 지역에서 물을 관측하게 됩니다. 현재 달의 극 지역엔 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직 인류가 직접 관측한 사례는 없지만, 이번에 섀도캠이 직접 관측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가장 정밀한 관측은 2020년 NASA의 연구팀과 콜로라도 대학 연구팀이 달에서 날아오는 적외선을 정밀하게 측정해 H2O인 물 분자 형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표한 사례입니다. 달에 물이 있다면 인류가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향후 달 기지의 유력한 후보지로 보는 것입니다.

존 구이디 /  NASA 우주탐사시스템 부국장
"NASA는 달의 남극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인류가 달에서의 첫 임무를 수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누리에는 달의 극지방의 matric image와 가시 광선 이미지, 그리고 수십억 년 동안 햇빛이 닿지 않아서 그 표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던 지역의 이미지를 감지할 수 있는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습니다.(We are mostly interested in the south pole because that's where our first human missions will be. KARI has several cameras on board and several instruments that are taking polar matric images, visible light images and very sensitive images of the shadow region which has never seen sun light for billions of years.)"

광시야편광카메라
편광 카메라로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일단 달 표면에 대해 더 정밀 관측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우리가 보는 달의 이미지만으로는 달 표면에 작은 모래가 있는지, 울퉁불퉁한 자갈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물질이 갖는 각기 다른 편광도를 이용하면 굳이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의 표면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달의 완벽한 지도를 완성하는데 편광카메라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두 번째로는 핵융합에 사용할 수 있는 헬륨-3의 분포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정확히 헬륨-3를 타깃하진 못하지만, 헬륨-3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티타늄의 분포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연구팀이 핵융합 발전에서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했는데 이런 발전과 함께 달에서 자원을 얻을 수 있다면 인류의 미래에 또 다른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감마선분광기 & 자기장측정기
감마선분광기는 달의 자원탐사를 위한 것입니다. 각종 원소들로부터 나오는 방사선을 측정해서 달에 어떤 원소가 있는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최소 6개월 이상의 관측을 통해 달의 원소 5종 이상을 찾아낼 계획입니다.

자기장측정기로는 달에 남아있는 자기장을 측정해 지구와의 연관성, 과거 지구와 달의 관계 등을 알아볼 예정입니다.
 

한 걸음 더

전세계가 다시 달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달을 통해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함이죠. NASA에서도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바로 아르테미스라 불리는 달 탐사 프로젝트입니다. 반 세기 전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자취를 남겼지만, 이번엔 단순 발자취가 아닌 달에서 기지를 건설해 우주로 향하겠다는 일념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게 됩니다. 이미 첫 번째 무인 우주선 ‘오리온’이 달 궤도를 돌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습니다. 2024년에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내고, 2025년엔 인류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가 달로 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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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균 기자wind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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