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줄 바엔 홈런 준다”… 독기 품은 ‘9억 팔’

정세영 기자 2022. 12. 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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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찾았습니다."

키움 우완투수 장재영(20)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장재영의 반전 투구는 원소속팀 키움에도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키움은 투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안우진이 건재한 상황에서 장재영까지 가세하면 막강한 선발진을 가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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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롱 코리아의 장재영(키움)이 지난 19일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의 질롱베이스볼센터에서 열린 멜버른 에이시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질롱 코리아 제공

■ 호주 실전으로 ‘반전 드라마’ 꿈꾸는 키움 투수 장재영

2020년 9억 받고 입단했지만

작년부터 제구력 난조로‘뒷전’

총 33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올 겨울 ‘질롱코리아’에 합류

스트라이크 비율 62.7%로 높여

공격적 피칭… 최고 투수에 선정

“희망을 찾았습니다.”

키움 우완투수 장재영(20)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장재영의 별명은 ‘9억팔’. 지난 2020년 1차 지명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고, 당시 KBO리그 역대 계약금 2위인 9억 원을 받았다. 키움이 장재영에게 큰 금액을 투자한 이유는 강속구 때문. 188㎝, 92㎏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지닌 장재영은 덕수고 재학 시절 최고 157㎞까지 던졌고, KBO리그뿐 아니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구애를 받았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선 고전했다. 장재영은 지난해와 올해 총 33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8.53에 머물렀다. 특히 제구력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31.2이닝 동안 볼넷이 무려 31개에 달했다. 혹평이 따른 건 당연한 일. 그런데 장재영은 올겨울 투수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찾았다. 국내 프로야구 유망주들로 구성된 호주프로야구(ABL) 질롱 코리아에 합류해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6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3.30을 남겼다. 총 6경기, 30이닝 동안 37탈삼진을 잡아냈고, 볼넷은 9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22일엔 ABL리그가 발표한 6라운드 최고 투수로 뽑혔다.

지난 21일 호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장재영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다. 호주리그에서 잘했다고 한국에서 잘할 것이라는 보증은 없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공 하나하나에 더 집중해서 던졌고, 희망을 본 것 같아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사실 ABL리그는 만만치 않은 무대다. 비시즌 메이저리그 유망주들이 대거 참가하기 때문. 실제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 등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했고, 한국인 빅리거인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도 이곳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장재영은 “모든 타자가 경계대상이었다. 타자들의 힘도 좋았고, 야구장도 작아 홈런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더 집중했고, 공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강조했다.

장재영의 반전 비결은 스트라이크 비율. 장재영은 ABL리그에서 공격적으로 던졌다. 웬만하면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으려고 애썼다. 결과는 좋았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62.7%로 높아졌다. 최근 2년간 KBO리그에서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57.2%에 머물렀다. 장재영은 “초구부터 자신 있게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진 것이 좋은 투구로 이어졌다”면서 “볼넷을 줄 바엔 홈런을 주자고 생각한 것이 컸다. 주자가 없을 때는 빠른 카운트로 스트라이크를 넣었고, 공격적으로 승부를 가져간 것이 좋은 피칭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장재영의 반전 투구는 원소속팀 키움에도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키움은 올해 가을 야구에서 눈부신 투혼을 펼치며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아쉽게 SSG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키움은 투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안우진이 건재한 상황에서 장재영까지 가세하면 막강한 선발진을 가동할 수 있다.

장재영도 독기를 품었다. 호주에서 강행군을 했지만 귀국 후에도 곧바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장재영은 “한국시리즈에 나선 선배들이 멋있었다. 개막 엔트리엔 들었지만, 가을 무대에 뛰지 못했다. 내년엔 꼭 선배들과 함께 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목표는 딱 한 가지다. 가을야구에 1%라도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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