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대생 교육 금지 이유…"결혼식에 갈 때나 입는 옷 입어서"

조성하 기자 2022. 12. 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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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대학 교육을 금지해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이슬람 복장 규정 위반 등의 이유로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니다 모하마드 나딤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 장관 대행은 여학생들이 이슬람 복장 규정을 위배했고, 남녀 학생들이 상호 접촉하는 문제 등이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교육이 이슬람과 아프가니스탄의 가치에 위배된다며 '세속적 학교 교육'을 근절하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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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고등교육부, "여학생들이 이슬람 복장 규정 위배했기 때문"
대학 교육 금지 항의한 여성들 체포…학교에서 쫓아내기도
국제사회, "탈레반, 국제사회 인정 받기 더 어려워질 것"

[카불=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아프간 여학생들이 수도 카불의 한 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탈레반은 전국 여성들에게 사립 및 공립 대학에 다니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2022.12.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성하 기자 = 여성들의 대학 교육을 금지해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이슬람 복장 규정 위반 등의 이유로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니다 모하마드 나딤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 장관 대행은 여학생들이 이슬람 복장 규정을 위배했고, 남녀 학생들이 상호 접촉하는 문제 등이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나딤 대행은 "여학생들이 히잡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결혼식에 가는 것 마냥 드레스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과목이 이슬람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학생들은 농업과 공학을 공부했지만 이는 아프간 문화와 맞지 않는다"며 "이들이 이슬람과 아프가니스탄의 명예에 반하는 분야를 배우는 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은 공학, 경제학, 수의학 및 농업, 그리고 저널리즘을 배울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는 지난 20일 대학에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여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금지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며, 해결되면 대학이 여성에게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딤 장관은 지난 10월 장관 대행으로 임명됐다. 그는 여성 교육이 이슬람과 아프가니스탄의 가치에 위배된다며 '세속적 학교 교육'을 근절하겠다고 공약했다.

탈레반, 대학 교육 금지 항의 여성들 체포…학교에서 쫓아내기도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여성 대학 교육 금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여성 5명을 체포했다.

수도 카불에서는 24명의 여성들이 거리에서 행진하며 다리어(페르시아 방언)로 "두려워하지 마라. 우린 함께다"라고 외쳤다.

AP 통신이 입수한 영상에서 한 여성은 탈레반 무장 경비원이 폭력을 사용해 이들을 해산했다고 전했다. 여성은 "군인들이 소녀들을 심하게 구타하고 채찍질 했다"며 몇몇 소녀들은 체포됐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또 타카르 주 북동부 사립 교육 센터에서 여학생들을 쫓아냈다.

이곳에 다니던 주할(15)은 소녀들이 구타를 당했다고 전했다. 마리암(19)도 눈물을 흘리며 "이 센터는 우리의 희망이었다"며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정말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아프간 동부 난가하르 대학에서도 항의 시위가 열렸다. 이 학교 의과대학 남학생들은 여학우들의 배제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험을 거부하기도 했다.

국제사회, "여성 공적 영역 배제...탈레반, 국제사회의 인정 받기 더 어려워질 것"

국제사회의 규탄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조처로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의 합법적인 정부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2일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탈레반이 여성을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기 위해 이번 조처를 고안했다"며 "국제사회가 탈레반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처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조처를 철회하지 않고) 계속한다면, (탈레반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기여할 기회를 앗아간다면 어떤 국가도 성공할 수 없다"며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같은 이슬람권 국가인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실망을 표했다.

메블뤼트 차부소글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여성 교육에 어떤 해악이 있냐"며 "우리 종교인 이슬람교는 오히려 교육과 과학을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외무부도 "(이번 조처는) 모든 이슬람 국가에서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들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비난에 대해 나딤 대행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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