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없는 삶…직장인도 알바전선 뛴다
주52시간제 후 380만→300만 월급 줄어
대기업·中企 가릴 것 없어 투잡족 늘어
“통장 잔고를 보면 알바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물가는 올랐는데, 월급은 오히려 줄었으니, 힘들 땐 잔고만 확인합니다. 정신 줄 놓지 말자고(34세 직장인 A씨).”
주말에도 A씨는 카페에서 일한다. 알바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외쳤다면, 최 씨는 주말마다 ‘중꺾잔(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잔고)’을 되새긴다.
경기불황, 물가상승, 월급감소…. 이 모든 게 겹친 요즘 ‘투잡’을 뛰는 직장인이 급증하고 있다. 투잡족은 주말도 없다. 대부분 투잡이 배달, 대리, 아르바이트 등이다 보니 오히려 주말은 더 고되다. 주말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위크앤드(weekend)가 아닌 위크앤드(week, and)다.
A씨는 요즘 주말이면 카페로 출근하고 있다. 중소 IT기업에 재직 중이지만 최근 아이가 생기면서 월급만으론 힘들겠다는 생각에서다. A씨는 “아내가 휴직하면서 소득도 줄었고, 출산 직후 들어갈 돈이 워낙 많아 주말에도 일을 안 할 수 없다”고 전했다.
30대 B씨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 역시 주말이면 카페에서 ‘투잡’을 뛰었다. B씨는 “사장님께 직장인이란 걸 얘기하곤 한 달에 40만~50만원 정도 받았다”며 “누군 고작 그 돈 벌려고 주말을 반납하냐고 하지만, 월급에 더하니 적은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주52시간제 도입 후 월급이 줄어든 탓이다. 마트에 근무하는 팀장급의 C씨는 주 52시간 이후 월급이 38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었다.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C씨는 “줄어든 월급을 채우려면 투잡을 해야만 하니 퇴근 후엔 일할 수 있는 다른 매장으로 간다”고 전했다. 또 “그나마 이건 잘 풀린 사례이고, 주변에서 보면 대리운전이나 야식배달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도 업계에 투잡 뛰는 직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도 자구책을 찾는 것”이라며 “업무시간 후에 새벽 2시까지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직원도 있다. 잠시 자고 다시 출근하니 중장비를 주로 다루는 업종인데 안전사고 걱정도 크다”고 토로했다. 또 “특수 분야로 오랜 경험이 필요한 분야이다 보니 70대, 80대 직원도 있는데, 이런 분들까지 투잡을 뛰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주52시간제 전면시행 1년 중소조선업 근로자 영향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주 52시간 이후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 35%가 ‘투잡 생활’을 꼽았다. 절반 이상이 생계유지 차원에서 투잡을 뛰는 것으로도 집계됐다.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실제 국내 대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앱 알바천국의 지난 11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189만8620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11월(174만9359명)보다 15만명 증가했다.
최근 1년간 MAU도 전년 동월 대비 오름세다. 아르바이트 앱 사용자 수가 줄어드는 ‘비수기 격’인 9월, 10월 MAU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5만명, 21만명 가량 늘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앱 ‘알바몬’도 지난 11월 MAU가 220만4367명으로 전년 동월(210만9855명) 대비 10만명 가량 늘었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도 ‘이웃들이 많이 찾고 있는 키워드’로 ‘당근 알바’가 오르내리고 있다.
경기불황은 투잡족이 증가하는 주된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 상반기 전체 자영업자의 70%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평균 13.3% 수준의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과 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선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가 처음으로 9000만원을 넘어선 917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 감소와 월급감소, 경기불황 등이 일순간 겹치면서 결국 부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전경련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부업에 뛰어든 ‘가장’의 수는 2017년 같은 기간보다 41% 급증했다. 김상수·박혜림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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