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야 갚지”…‘급전 창구’는 연일 붐빈다

2022. 12. 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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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 이하의 소액만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의 '비상금대출'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1월 말 기준 121조5800억원으로, 전월(123조6000억원)에 비해 2조원가량 감소하는 등 상반기부터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인다.

올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총잔액 또한 약 9411억원으로, 2017년 9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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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300만원이하 ‘비상금대출’ 증가
금리 인상에 부채 상환 추세에 역행
실질소득 줄어 생활비 등 자금부족 영향

# 인천에 거주하는 강모(27) 씨는 지난 9월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며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시중은행서 100만원의 비상금대출을 실행했다. 이달 고지된 금리는 8.04%로, 실행 당시에 비해 0.6%포인트가량 올랐다. 그러나 최근 강씨는 2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기로 결정했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건 알지만 주말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 추가 대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300만원 이하의 소액만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의 ‘비상금대출’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라 감소 추세로 전환한 신용대출 추이와는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고물가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에 따라 주머니사정이 어려워진 취약계층의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득보다 지출이 34만원 더 많아”…급전 찾는 사람들=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4곳(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1월 말 기준 비상금대출 잔액은 2405억원으로, 지난 6월 말(2114억원)에 비해 200억원가량 늘어나며,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10월(2309억원)에 비해서는 약 100억원이 늘어나며 최근 증가 추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금대출은 최대 한도 300만원의 소액 대출로 분류돼 직장 가입 여부나 소득 등 일반적인 대출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대신 시중은행들은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통신 납부 내용 등을 통해 실행 여부를 심사한다. 이에 소득이나 직장이 없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저소득층 등의 취약계층 또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비상금대출의 추이는 ‘고금리 한파’에 따라 하락세로 전환한 가계대출 추이와 상반된다. 실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1월 말 기준 121조5800억원으로, 전월(123조6000억원)에 비해 2조원가량 감소하는 등 상반기부터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인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부채를 줄여 이자 지출을 막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고금리·고물가에 따라 취약계층의 가계 부담이 커지며, 생활비 등 실사용 목적의 대출이 많은 소액 대출의 규모는 되레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상금대출의 경우 300만원 이하인 탓에 사업 목적 등의 자금 융통보다는 실사용 목적인 경우가 많다”며 “자금이 부족한 가계 수요가 늘어 비교적 문턱이 낮은 비상금대출이 인기를 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계의 자금 부족 현상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월평균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해 금융위기 국면인 2009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월평균 소득은 3% 증가했지만 그보다 큰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여건이 더욱 악화됐다. 심지어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로 나간 돈을 뺀 결과, 34만3000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마다 실사용이 가능한 자금에서 34만원의 돈을 추가로 쓰고 있는 셈이다. 또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3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 감소했다. 총소득이 감소한 분위는 1분위가 유일했다.

▶저축은행도 소액 대출 잔액 사상 최고…“생계형 자금 수요 더 늘어날 것”=현재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비상금대출의 금리는 이날 기준 6.3~8.24%로, 까다롭지 않은 조건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해당 상품이 급전대출의 우선 수단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여기서도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2금융권이나 대부업 등을 이용하는데 최근에는 비상금대출의 증가세와 함께 타 금융권에서도 급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저축은행의 소액 대출도 증가했다. 올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총잔액 또한 약 9411억원으로, 2017년 9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보험 해약도 늘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은 24조원을 넘어 지난 6월 말(13조8000억원)에 비해 76%가량 증가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소득 하위 20%의 경우 적자 지출을 지속하는 등 가계 적자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금리·고물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실사용을 목적으로 한 생계형 자금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층의 어려움과 가계부채의 부실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더 정교한 선별적 복지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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