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일 수 있는 공간...운전대부터 가방 공간까지 새롭게” [디자인 플러스]
대나무 숲·한옥 처마 밑에서 영감 받아
심리적으로 편안함 주는 수평라인 구현
공조버튼 통합·기어버튼 운전대로 통합
천연염색 등 환경생각한 디자인 묻어나
웅장하고 세련되면서도 절제미가 돋보이는 외관 디자인과 어우러지는 최첨단 실내는 7세대 그랜저의 ‘백미(白眉)’다.
탑승자를 편안하게 감싸는 ‘랩 어라운드(Wrap-around)’구조와 대시보드를 은은하게 가로지르는 앰비언트 무드램프, 원 스포크 스타일의 운전대가 그랜저를 한층 고품격의 차로 만든다. 곳곳에 새겨진 디테일은 송지현 팀장의 오랜 고민에서 탄생했다.
운송디자인을 전공한 송 팀장의 어릴 적 꿈은 비행기 실내 디자이너였다. 복잡한 기계가 한데 어우러진 커다란 공간이 움직인다는 점에 매료됐다. 비행기와 비슷하면서도 보다 익숙한 영역인 자동차 실내 디자인에 빠지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송 팀장은 “외형보다는 늘 공간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2005년 입사 당시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한 우물을 팠다”고 회상했다.
송 팀장은 7세대 그랜저의 실내를 디자인하며 단순히 물리적인 요소보다 공간의 느낌을 많이 찾으려고 했다. 한국의 대나무 숲, 한옥 처마 밑에서 바라보는 풍경 등이 출발점이었다.
송 팀장은 “첨단 기술도 중요하지만, 대놓고 드러내기보다 고객이 휴식을 취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회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온전히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 자동차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탑승자를 안락하게 감싸는 듯한 디자인에 더해 수평라인을 실내에서 구현하는 데 집중한 이유다. 수평라인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준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송 팀장은 “화려하고 스포티한 인테리어는 보기에 좋을지 몰라도 탑승객에게 무의식 중에 긴장감을 준다”며 “이번 차에서는 심리적 편안함을 주는 수평라인에 은은한 무드 조명을 활용, 공간 전체에 스며들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특히 7세대 그랜저를 만들면서 기존 차량과는 다르게 각종 버튼과 조작계를 정리하는 작업을 먼저 했다. 송 팀장은 “콘솔에 여러 종류의 버튼들이 배치돼 있었는데, 공조 버튼을 한데 모아 디스플레이 안에 넣었고, 안전을 위해 터치에 햅틱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또 “기존 IG그랜저에서 콘솔의 가장 노른자 면적을 차지하던 기어버튼을 운전대로 옮겨, 주행 중 도로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손을 멀리 움직이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콘솔의 영역은 굉장히 넓어졌다. 이는 여성들의 작은 가방을 보관할 수 있는 알짜 공간이 됐다. 보조석에 가방을 놓고 운전을 하다 급정거로 가방이 바닥에 떨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송 팀장은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었고, 7세대 그랜저에서 이를 실현했다.
조작계를 통합한 원 스포크 스타일의 운전대는 사용자에 최적화된 UX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운전대 상단의 아웃라인은 깔끔하게 마감돼 시야의 제한 없이 클러스터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컬럼 타입의 전자식 변속 레버의 시인성을 위해 운전대의의 좌우 스포크 높이를 높게 설정하는 등 주행 환경을 위한 정교한 설계가 반영됐다.
운전대의 바텀 플랫 림 디자인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설정된 좌우 스포크 구성에서 균형미를 더하기 위해 림의 아래 부분을 평평하게 디자인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의 중심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보다 넓어진 다리 공간은 덤이다.
컬럼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도 독특하다. 네모난 모양에 뒤로 돌리는 방식이다. 레버가 돌아가는 느낌은 꼭 차에 키를 꽂아 시동을 거는 듯하다. 도어에 적용한 세로 줄무늬는 변속 레버에도 새겨졌다. 손으로 잡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으면서도 좋은 촉감을 준다. 송 팀장은 “기능적으로 편리한 것은 기본이고, 키를 꽂는 듯한 재미 요소를 반영했다”며 “수백개의 디자인을 직접 떠보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환경을 생각한 디자인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송 팀장은 “브랜드 자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차종에 있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나파가죽을 염색하는 과정에서 화학적인 공정을 최소화하고, 천연 염색 방법을 도입했다. 또 화학적 펄입자 대신 천연 숯에서 나오는 반짝거리는 소재를 넣어 천연의 펄을 구현했다. 단순히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자원순환 관점에서 신중하게 소재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송 팀장은 “내가 타는 차지만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좋은 기억을 가지고 탈 수 있는, 변함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그랜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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