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전 상상했죠...그랜저는 도시 풍경 바꿀거다” [디자인 플러스]

2022. 12. 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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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 만든 이지헌 팀장
36년 전통의 현대차 대표 세단 미래차 재탄생
수평형 LED 램프·프레임리스 도어 등 신기술
완벽한 실루엣 구현 위해 수백번 미팅·수정
2030세대 뜨거운 관심...타임리스 디자인 지향

“3~4년 전 ‘7세대 그랜저’ 디자인을 처음 시작할 당시, 양산 시점에 전기차가 많아질 것으로 상상했다. 그래서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동떨어지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았다. 그랜저는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차가 될 것이다.”

지난 8일 고양 일산서구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만난 그랜저 외·내장 디자이너 이지헌·송지현 두 팀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각 그랜저의 귀환’, ‘로보캅 눈’ 등 출시 전에 각종 수식어구가 붙을 정도로 그랜저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986년 세상에 등장한 이후 36년간 현대차를 대표하는 고급 세단으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한 영향이 컸다.

두 팀장은 그랜저를 향한 대중의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사장님의 차’로 불렸던 옛 그랜저의 명성을 되찾아보자는 각오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를 빚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특히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전기차와 조화를 고려했다. 더 강렬하고, 혁신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요소를 대거 반영한 이유다.

외장을 담당한 이 팀장은 “그랜저에서 못하면 다른 차종은 할 수 없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럭셔리 브랜드를 역전하는 기술도 많이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내장을 디자인한 송 팀장은 “그랜저는 우리 브랜드에서 가장 고급차”라며 “7세대는 사용자들의 사용자 경험(UX)을 고려, 버튼의 구성과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재편성해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자신했다.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통합형 그릴이 특징적인 7세대 전면부 디자인. [현대자동차 제공]

▶전기차에 밀리지 않는 디자인=이 팀장은 현대차의 1세대 친환경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아이오닉’,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최초 탑재된 ‘아이오닉5’ 등을 디자인하며 전기차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7세대 그랜저를 만들면서 이런 경험은 피와 살이 됐다. 이 팀장은 전기차에 밀리지 않는 디자인, 그러면서도 전기차와 도로에서 잘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고민했다. 그는 “처음에는 통합형 그릴이 너무 와이드한 것이 아닌가, 기존 세단에 비해 좀 과하다는 느낌도 들었다”며 “하지만 차가 5~6년 뒤까지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보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아이오닉5·6 등과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7세대 그랜저에는 고가의 수평형 램프, 프레임리스 도어, 플러시 도어 핸들 등 신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디자인 초기에 다양한 기술을 제안하더라도 품평 단계를 거치며 상당수가 빠지기 마련이지만, 이번 그랜저에는 아이디어 대부분이 양산 모델에 적용됐다.

전면부에서 가장 존재감을 뽐내는 것은 끊김 없이 연결된 ‘수평형 LED 램프(Seamless Horizon Lamp)’다. 단절감 없는 일체형 구조에서 비롯되는 슬림한 조형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이어지는 수평선에서 영감을 받아 고안했다.

이 팀장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특별함을 주고 싶었고, 이를 한 줄의 램프로 구현했다”며 “디자인 초창기부터 계획된 것으로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긴 램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찍어내는 대형 장비가 필요했다. 조립하는 과정에서도 무거운 램프를 통째로 옮겨야 하는 탓에 쉽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다수의 브랜드는 램프를 분리해 연결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팀장은 “밤이 오면 차의 그릴이나 형상을 제대로 보기 어렵지만, 램프는 밤에도 브랜드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며 “현대차는 램프의 전략을 통해 혁신을 시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문 외곽에 프레임이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도 특징이다. 이 팀장은 “프레임리스 도어는 떨림 같은 환경에서도 강성을 유지해야 하고, 맞닿는 부분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아야 하며, 외부의 소리까지 잘 막아야 한다”며 “엔지니어들의 많은 노력으로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헤드램프에서 리어램프까지 수평으로 이어지는 캐릭터라인이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슬림하고 단정한 측면 디자인이 완성됐다.

C필러의 오페라 글래스는 7세대 그랜저의 상징적인 헤리티지 요소 중 하나다.

▶수백번 수정...전통과 미래를 연결하다=완벽한 비례를 위한 노력도 있었다. 2895㎜에 달하는 동급 최장 휠베이스와 롱 후드의 비례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팀장은 “전륜 베이스지만, 후륜 같은 비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루프의 곡률만 100번 이상 잡았을 정도로 완벽한 실루엣을 구현하기 위해 미팅과 수정 작업을 수백 번 반복했다”고 말했다.

역대 그랜저의 유산을 존중하고 계승하는 ‘오마주’도 7세대 그랜저에서 찾을 수 있는 요소다. 보닛에 자리한 타원형 ‘H’엠블럼은 2세대 그랜저부터 선보였던 엠블럼을 다듬어 알루미늄 소재를 새롭게 적용해 새겼다. 1세대 그랜저 C필러에 있던 ‘오페라 글래스’는 7세대에 더 세련된 각도로 도입했다. 실내에서는 운전대가 1세대 그랜저의 모습을 닮았다.

군더더기를 덜어낸 단정한 외관 디자인과 결합한 첨단 기술은 소비자들의 높은 만족도로 이어지고 있다. 출시 전부터 10만9000대에 달하는 계약 건수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시작했다는 평가다. 특히 과거 ‘아빠 차’, ‘사장님 차’로 불리며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았다면 7세대 그랜저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팀장은 “과거에서 히스토리를 찾고, 이를 미래 기술과 재조합해 현대차만의 감성을 가진 그랜저를 만들었다”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가치를 계승하는 ‘타임리스’ 디자인을 지향했는데 고객이 이런 부분을 알아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이어 “고급차를 직접 분석하고, 공부한 내용이 모두 그랜저에 집약돼 있다”며 “자부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만들었던 현대차의 그 어떤 차보다도 가장 깊게 연구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멋진 건물이 있으면 자연스레 눈길이 가듯 그랜저가 도로를 움직이면서 도시와 공간, 풍경을 바꿀 것”이라며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 등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지윤 기자·사진=임세준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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