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난계단에 휴게실, 방화문 고장...화재 취약한 데이터센터

김대영(kdy7118@mk.co.kr) 2022. 12. 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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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화재 취약점 다수 적발
과기부는 합동점검 전체현황 몰라
소방당국은 “과기부 주관” 선그어
지난 10월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 불로 카카오톡, 카카오 택시, 포털사이트 다음 등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국 각지에서 화재에 취약한 민간 데이터센터들이 추가로 적발됐다. 피난계단실에 불법건축물이 발견되거나 방화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사례가 잇따랐다. 배터리실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위치상 화재진압이 어려운 곳도 다수 발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센터 합동점검을 주관했으면서도 이같은 화재 취약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구성된 과기부 디지털재난대응TF도 데이터센터의 전반적인 관리 실태를 모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기부 관계자는 소방청 점검사항의 경우 근거법령이 달라 점검 결과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소방청 측은 “합동점검 주관 부처는 과기부”라고 밝혔다.

피난계단에 휴게실…데이터센터 여전히 취약
23일 매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과기부·소방청 합동점검 결과 다수의 데이터센터에서 미비점이 적발됐다.

경남의 한 이동통신사 데이터센터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피난계단실로 사용해야 할 공간을 직원휴게실로 활용했다. 소방당국은 이를 불법건축물로 보고 담당 지자체에 통보했다. 해당 통신사는 지자체 점검을 받은 이후 곧바로 불법건축물을 철거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이동통신사 데이터센터에서도 불량사항이 적발됐다. 특별피난계단실 안에 창고를 설치하고 배터리실 방호구역이 부적절하게 설정된 점이 지적됐다. 데이터센터 안에 있는 방화문은 화재신호가 있을 때 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경북의 한 클라우드 전문업체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서도 취약점이 발견됐다. 연기감지기가 고장날 경우 이를 대체할 감지기를 갖추지 않았다. 연기감지기가 고장난 상태에서 화재로 인한 연기가 발생하면 조기 발견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이동통신사 데이터센터에서는 화재가 났을 경우 접근과 화재진압이 어려운 곳에 배터리실이 위치해 있었다. 한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데이터센터가 있는 건물에 입주한 다른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정보기술(IT) 기업 데이터센터에는 보험사·증권사 등 주요 기업 10개가 함께 입주해 있어 셧다운 될 경우 관련 회사의 서비스 이용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과기부 “소방 점검자료 공유받지 못해”
전국 곳곳의 데이터센터에서 불량사항과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합동점검을 주도한 과기부는 화재 취약점을 포함한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부는 지난달 데이터센터 90곳을 점검한 결과 위반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화재 발생 상황에서 위험요인을 확인하기 위한 소방점검 결과는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합동점검은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 때문에 실시됐다.

다른 지자체나 담당 소방서 등은 점검 결과를 묻자 “과기부가 주관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지자체와 소방당국도 점검 결과는 과기부의 몫이라고 공을 넘겼다.

한 소방당국 관계자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고 과기부 요청으로 합동점검을 한 것”이라며 “과기부가 주관했으니 그쪽으로 문의하라”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도 “점검단 자체가 과기부 주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기부 디지털재난대응TF는 소방 측 점검 결과 자료를 공유받지 못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저희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보호 조치가 잘 진행되는지에 관한 현황 파악에 치중했고 소방청은 소방법에 근거해 조사했다”며 “TF 쪽에서는 소방 쪽 문서를 갖고 있지 않고 저희도 그건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는 목적이 소방 쪽과 다르다 보니 자료를 공유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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