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IPO 시장 "내년도 장담 못한다"

강서구 기자 2022. 12. 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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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IPO 성적표 2편
상장사 4곳 중 1곳 주가 공모가 밑돌아
증시 부진에 2023년 시장에도 먹구름  

# 2022년 IPO 시장엔 찬바람이 불었다. 증시 침체의 영향으로 IPO에 나선 기업은 감소했고, 어렵게 상장에 성공한 기업의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올해 상장기업 4곳 중 1곳의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 더 큰 문제는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이다. 경기침체는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이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IPO 시장을 더 냉랭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더스쿠프가 2022년 IPO 시장의 성적표를 분석했다. 동시에 2023년 시장의 미래를 내다봤다. 두번째 편이다.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종목 10개 중 4개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사진=뉴시스] 

2022년 IPO 성적표 1편에선 2021년부터 이어진 IPO 열풍, 예기치 않게 찾아온 냉각기, 꺾이기 시작한 IPO 바람을 살펴봤다. 2편에선 2022년 하반기 IPO 시장의 현주소와 2023년 IPO의 미래를 분석해보자.

■ IPO 효과 악화일로 = IPO로 화려하게 증시에 상장한 종목의 주가 상승세는 얼마나 이어졌을까. 공모가 대비 상장 첫날 30.4%의 상승률 기록했던 주가 등락률은 상장 5거래일 33.7%로 증가했지만, 상장 한달 뒤엔 22.8% 떨어졌다. 가장 최근인 지난 19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주가 성적표는 더 악화한다.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 등락률은 4.31%에 불과하다.

실제로 상장 첫날부터 2거래일, 5거래일, 상장 한달 후, 지난 19일까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은 16개, 17개, 22개, 28개, 35개로 증가했다. 어렵게 공모에 성공해 장기투자에 나선 투자자는 손실을 봤을 공산이 크다는 거다.[※참고: 공모가 대비 주가 등락률은 무상증자 등으로 주가에 큰 폭의 변화가 발생한 케이옥션ㆍ모아데이타ㆍ공구우먼ㆍ지투파워ㆍ아이씨에이치ㆍ큐알티를 제외한 58개 기업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공모가가 아닌 상장 첫날 시초가를 대입하면 주가 등락률은 더 떨어진다. 상장 첫날 -1.44%를 기록한 상장기업의 주가 등락률이 상장 한달 후 -9.08%, 지난 19일 기준 -21.0%로 확대했다. 앞서 언급한 올해 코스피지수의 등락률이 -21.9%였다는 걸 감안하면 IPO 기업의 주가도 국내 증시가 빠지는 만큼 하락한 셈이 된다.

이중 주가가 가장 심하게 롤러코스터를 탄 기업은 포바이포다. 이 회사는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했지만 지난 19일 기준 주가 등락률은 -62.0%로 올해 상장기업 중 두번째로 부진했다.[※참고: 올해 상장기업 중 주가 등락률이 가장 부진한 곳은 지난 6월 24일 코스닥에 상장한 레이저 장비 전문기업 레이저쎌이다. 이 회사의 지난 19일 주가는 상장일 시초(2만600원)가 대비 65.9% 하락한 7020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장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사업의 동력을 확보하고 기업의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상장을 진행했다"며 "주가 하락이 기업의 성장성 악화로 비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 부양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진행 중인 사업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상장사 관계자들도 "증시 부진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업종별 주가 등락률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반도체 관련주의 상장일 시초가 대비 현재가 등락률이 -29.8%를 기록하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방 산업의 부진이 IPO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뒤를 이어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주 -29.8%,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업 -22.9%, 제약·바이오 -20.8% 등이 부진했다.

2차전지 관련주가 선전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주가 등락률이 마이너스(-0.24%)였다. 전기차 시장 확대와 폐배터리 처리 등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큰 폭의 상승세는 이끌지 못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침체가 내년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 2023년 IPO 전망 = 문제는 2023년이다. IPO 시장의 부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식시장을 어렵게 만드는 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어서다. 미 연준은 내년 기준금리 목표치를 5% 이상으로 잡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매파적인 발언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중장기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확인을 할 근거가 있을 때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3.5%를 예상한 것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금통위원들의 의견으로 소통의 차원이지 약속이 아니다"고 밝혔다. 경제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금리인상 기조 때문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건 IPO 시장에 또다른 악재다. 정부(1.6%), 한국은행(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1.8%) 등 정부와 주요 경제기관은 내년 한국경제의 1%대 성장을 예고했다. 이는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가 심화하면 기업의 실적도 곤두박질칠 게 뻔해서다.

징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13개 기업이 상장 철회를 선언했다. 경제와 증시 환경이 불투명한 내년에는 IPO 시장이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이 부진하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부진이 IPO 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국내는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며 "증시와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들어야 IPO 시장도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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