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리스크가 되어버린 테슬라의 머스크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21년 ‘올해의 인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했다. 타임은 당시 “지구 안팎의 삶에 머스크만큼 비범한 영향을 미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특히 "머스크는 어릿광대, 천재, 모난 이야기로 돋보이려는 사람, 몽상가, 기업가, 쇼맨"이라며 "'올해의 인물'은 좋든 나쁘든 한 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펠센털 타임 편집장은 “머스크가 빅테크 시대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구체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머스크의 페르소나는 종종 분열과 공격적인 조롱에 탐닉하는 것처럼 보이는 직설적인 도구"라고 덧붙였다. 최근 일론 머스크 관련 기사를 따라 읽다가 다시 보게 된 작년 뉴스의 한 대목이다. 타임의 말대로라면 머스크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훨씬 더 ‘올해의 인물’로 적절할 듯하다.
다만 펠센털의 분석처럼 빅테크 시대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구체화한 머스크에 대해 지난해의 경우 위험성보다 가능성을 조금 더 쳐줄 수도 있었다면 올해의 경우 거꾸로 가능성보다 위험성이 더 드러났다는 게 다를 뿐이다. 머스크는 오래전부터 ‘괴짜’ 이미지가 강하였지만, 그보다 혁신가라는 사실이 더 돋보인 까닭에, ‘괴짜 이미지’마저 어떤 이들에게는 흠모의 대상이 됐을 정도다.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워가 1억2천만 명으로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1억3천만명)에 이어 세계 2위라는 사실과 이들 중 상당수가 스스로를 테슬람(테슬라 + 이슬람)이라 칭할 정도로 머스크에 대한 지독한 팬덤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은 기업가로서 그가 보여줬던 혁신성과 독특한 스타일의 악동(惡童) 이미지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괴짜 같은 악동 이미지마저 팬덤 요인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혁신의 화신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혁신이 중심이고 괴짜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뒤바뀐 것 같다. 혁신 이미지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이 오히려 낡은 사진첩처럼 바래버렸고 짓궂은 악동 이미지만 더 강해졌다. 악동을 넘어서 악당(惡黨)이라는 비난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투자금융사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월가의 관점에서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의 슈퍼히어로에서 악당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그날 하루 국내에서만 이를 키워드로 한 기사가 수십 개 작성됐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셀 수 없이 퍼져나갔다. 해외라고 다를 리 없을 것이다. 머스크를 악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댄 아이브스의 비난은 테슬라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맥없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지만, 사실 트위터 인수 직후부터 이미 머스크에 대한 비난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의 트위터 인수는 한 마디로 괴이했다. 이 거래는 한화로 60조원 안팎이 들어가는 빅딜이고 엄청난 경제뉴스지만 머스크는 이를 정치뉴스로 만들어버렸다. ‘혁신 기업가’의 머릿속에는 이제 딴 생각만 가득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머스크는 "현재 소셜 미디어는 증오를 낳고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극우파와 극좌파의 반향실(echo chamber)"이라며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는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신념이 건강하게 논의될 수 있는 공동 디지털 광장을 갖는 것이 문명의 미래에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새는 풀려났다(bird is freed)"고 덧붙였다. 새로 상징되는 트위터를 통제로부터 해방했다는 거다.
머스크는 그러나 정반대로 행동했다. 트위터에 점령군처럼 들어가더니, 학살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임직원을 무자비하게 해고했고,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더니 기자를 포함해 마음에 안 드는 이의 계정을 마구잡이로 차단하기도 했다. 트위터 인수 이후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부정적인 논란이 됐고, 그가 트위터로 인한 ‘정치적 수렁’에서 헛발질을 할수록 테슬라의 주가는 폭락을 거듭하였다.
결정적인 것은 그가 트위터 인수 비용 마련을 위해 테슬라 주식을 잇따라 대규모로 매도한 사실이다. 테슬라 투자자는 그가 트위터를 인수함으로써 테슬라에 어떤 도움이 되는 지를 전혀 알 길이 없는데 머스크는 혼자 망상에 빠져 헛발질만 해대니 실망 매물이 폭주한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댄 아이브스가 “악당”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분석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가 동의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수많은 논란 이후 트위터를 통한 투표 끝에 "후임을 맡아줄 만큼 어리석은 사람을 찾는 대로 CEO 자리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후에는 소프트웨어 및 서버 부서 운영만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2년간 주식을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진짜 모를 일이다. 대체 그는 왜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리스크로 만들어버린 걸까. ‘머스크 리스크’는 연구돼야 한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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