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탄 만찬 비용 25% 상승…"손주들에게 밥값 청구할 것"

현윤경 2022. 12. 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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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식탁 물가가 직격탄을 맞는 가운데 아낌없이 베푸는 데 익숙한 할머니들이 자식과 손주들에게 크리스마스 밥상의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가 나왔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칠면조 구이, 당근, 감자, 크리스마스 푸딩 등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성탄 연휴 음식을 조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4인 가족 기준으로 31파운드(약 4만8천원)로, 작년의 24.67파운드(약 3만8천원)에 비해 25% 더 들 것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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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크리스마스마켓, 조명 축소·야외히터 금지 등에 타격
영국 런던의 한 푸드뱅크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식탁 물가가 직격탄을 맞는 가운데 아낌없이 베푸는 데 익숙한 할머니들이 자식과 손주들에게 크리스마스 밥상의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가 나왔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BBC는 장바구니 물가 급등에 성탄 연휴를 보내러 찾아올 자식과 손주들에게 밥값의 일부나마 받기로 한 영국 할머니 캐럴라인 더드리지(63)의 사연을 22일 소개했다.

영국 서부 웨일스의 수도인 카디프의 페어워터에 거주하는 더드리지 씨는 24∼26일 이어지는 올 성탄 연휴에 찾아올 아들, 딸, 그들의 배우자, 손주들에게 식사 비용으로 성인은 1인당 최대 15파운드(약 2만3천원), 손주들에게는 5세 이상 5파운드(약 7천700원), 그 미만은 2.5파운드(약 3천800원)씩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인 두 아들에게는 15파운드를 받고,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세 딸에게는 10파운드(약 1만5천원)를 청구했다.

성탄 트리 옆에 선 영국 웨일스 주민 캐롤라인 더드리지 씨. [페이스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더드리지 씨는 "스크루지처럼 인색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몇 명 있지만 내 친구들은 좋은 생각이라고 한다"며 "12월 1일까지 돈을 송금하지 않으면 (자식들에게)오지도 말라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샌드위치 등으로 차린 24일 미니 뷔페, 칠면조를 주요리로 한 크리스마스 당일 만찬과 성대한 뷔페가 이어지는 26일 식사를 포함해 연휴 기간 상차림을 위해 더드리지 씨가 쓴 돈은 총 300파운드(약 46만3천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칠면조 구이, 당근, 감자, 크리스마스 푸딩 등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성탄 연휴 음식을 조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4인 가족 기준으로 31파운드(약 4만8천원)로, 작년의 24.67파운드(약 3만8천원)에 비해 25% 더 들 것으로 추산한다.

더드리지 씨는 남편과 사별한 2015년부터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차리는 식사 비용으로 단돈 2파운드라도 보탤 것을 자녀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손주도 몇 안 되는데 너무한다는 불평도 나왔지만, 남편이 별세한 뒤 보조 교사로 일하며 버는 박봉으로 성탄 연휴 온 가족의 식사 비용을 모두 감당하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그는 고백했다.

더드리지 씨는 식비와 에너지 비용이 치솟은 까닭에 연휴 밥값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자녀들에게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주최자가 금전적 부담을 모두 져야 하느냐"며 손주들이 더 자라면 연휴 식비 청구가 새로운 기준이 되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산 가스가 끊기면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유럽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조명이 축소되고, 야외 히터가 금지되는 등의 조치로 예년에 비해 성탄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최대 규모와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의 경우 국가적인 에너지절약 운동에 따라 조명이 5분의 1 줄어들고, 야외 히터 등이 금지돼 상인들과 방문객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근 도시에도 겨울마다 시내 중심가에 설치돼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던 야외 아이스링크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눈총에 따라 올해는 자취를 감추는 등 에너지난의 여파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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