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줄이고 더 푸르게...크리스마스 트리의 진화

고재원 기자 2022. 12. 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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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틀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장식으로 분위기를 내는 '크리스마스 트리'다. 트리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구상나무나 전나무 등 상록 침엽수를 여러 장식으로 꾸민 것이다.

과학자들은 원예학과 유전학 기술을 적용해 트리를 양식하고 집에 옮겨 놓은 트리를 오래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전 지구 공통 화두인 탄소중립을 위한 트리 생육 방식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트리는 14~16세기 독일에서 시작한 문화로 추정된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사시사철 푸른 빛이 도는 나무에 불을 붙인 양초를 달면서 트리 문화가 시작됐다는 등 여러 기원설이 있다. 분명한 것은 독일에서 시작된 문화가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미국에서 전 세계로 전파됐다는 점이다. 이 때부터 트리 생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탄소 배출을 줄여라...트리에 부여된 시대적 사명
보통 트리는 1~2m 높이로 생육된다. 집에 설치하기 알맞은 크기이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1~2m 크기의 트리를 길러내기 위해 약 0.4 헥타르(ha)당 약 136kg의 질소 비료를 뿌린다. 버트 크렉 미국 미시간주립대 원예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 양이 실제 트리 생육에 필요한 양보다 많다는 분석결과를 지난 2020년 국제학술지 '포레스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농부들이 나무의 크기나 종, 나이에 따라 필요한 비료 양이 다르다"며 "나무별로 비료를 사용할 경우 쓰이는 비료량의 3분의 2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비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다. 비료 사용량을 줄이면 질소사화물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트리를 생육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실제 나무 대신 인공 나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과학자들은 인공 나무를 사용하면 탄소 배출량이 더 많아진다고 분석한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1~2m 크기의 트리 나무로 자라는 데 보통 10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나무 한그루당 약 18kg의 탄소를 흡수한다. 반면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되는 인공 트리 나무는 전 세계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탄소가 발생한다. 인공 트리 나무 한 그루가 약 40kg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세계 크리스마트 트리 시장은 지난해 기준 56억1000만달러(약7조2228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시장인 만큼 지속가능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크렉 교수는 “지속 가능성이 높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찾기 위한 연구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트리 나무 더 푸르게, 더 오래

트리로 사용되는 나무는 보통 일년 내내 잎이 푸른 상록 침엽수다. 겨울에도 푸른 나무는 과거부터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였다. 고대인들은 태양이 신이며 태양신이 병들고 약해져 매년 겨울이 왔다고 생각했다. 상록수의 푸른 가지는 태양신이 강해지고 봄이 돌아올 때 자라날 모든 푸른 식물을 상기시켰다. 상록수가 마녀나 유령, 악령, 질병을 막아준다는 믿음도 존재했다.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인 구상나무가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는 이유도 빽빽한 초록의 잎들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에 트리의 잎 색깔을 더 푸르게 하려는 과학자들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와 오리건대, 미시간주립대 등으로 뭉친 다기관 공동체는 2013년부터 ‘CoFirGE’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전나무종 30~40종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트리에 가장 적합한 종을 찾는 것이 목표다. 잎의 색상은 물론 형태, 병충해 예방능력 등을 평가한다. 이 밖에 크리스마트 트리용 제초나 가지치기 등 생육 전략 등도 연구되고 있다. 

집에 들여다 놓은 트리를 장기간 보관하는 과학적 방법에 대한 탐구도 이뤄지고 있다. 크렉 교수팀은 여러 전나무 종에서 가지를 딴 후 어떤 종에서 잎이 가장 빨리 떨어지는지를 연구 중이다. 일주일에 한번 가지를 잡아당겨 주면서 바닥에 떨어진 잎의 숫자를 계산한다. 

연구팀은 “집에서 청소의 불편함을 줄이고 오랫동안 초록의 빛을 내는 트리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며 “도출된 결과에 따라 유전학을 활용해 품종 개량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캐나다 달하우지대 크리스마스트리연구센터에서는 잎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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