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아파트가 4억 됐다"···전세보다 싼 매매가에 '술렁'
"증여세와 양도세 절감 목적 특수거래일 수 있어"
지난해 12억 4000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던 경기 인덕원역 일대의 한 아파트가 지난달 4억 2000만 원에 실거래 등재됐다. 이번 거래는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직거래로 절세를 목적으로 한 특수 거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며 수도권 각지에서는 직전 실거래가 대비 수억 원 낮은 직거래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푸른마을인덕원대우’ 전용 84㎡는 지난달 4억 2000만 원에 직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8월 12억 4000만 원에 등재된 최고가 거래보다 8억 2000만 원(66.1%) 낮은 가격이며, 이 거래에 불과 3일 앞서 나온 직전 실거래 가격 6억 7000만 원에 비해 2억 5000만 원(37.3%) 떨어졌다. 또한 이번달 기준 84㎡ 전세 가격인 4억 6000만 원보다도 4000만 원(8.7%) 낮다.
인근 공인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정상적인 실거래가 아닌 절세 등을 목적으로 한 특수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인덕원 일대 집값이 크게 떨어진 점을 고려해도 전세 가격보다 낮은 매매가가 나오기는 힘들다”며 “직거래여서 정확한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근처 부동산에서는 이번 거래가 특수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이 같은 거래는 사실상 증여를 목적으로 한 거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가족 간 매매 계약서를 써 증여세와 양도세를 모두 절감하려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거래 또한 특수 거래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법령은 시세와 실거래가의 차액이 시세의 30% 또는 3억 원보다 낮은 거래는 원칙적으로 정상 거래로 인정한다. 가족 간 거래를 원천 차단할 수는 없는 만큼 이 테두리 안에서 거래를 하면 증여세와 양도세 등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푸른마을인덕원대우의 ‘특수 의심 거래’의 경우 불과 며칠 전 등재된 실거래 가격보다 37.3% 낮은 가격이어서 세무 당국에서 거래를 특수 거래로 보고 증여세 및 양도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번 거래가 일어난 주택의 매도자와 매수자는 성씨가 같으며, 매도자가 2017년 주택을 취득했을 당시 지불한 매매가액은 4억 4000만 원이다. 4억 2000만 원을 정상 거래로 보면 양도세를 물지 않게 되지만 특수 거래로 보면 시세를 6억 7000만 원 수준으로 판단해 세무 당국이 양도세를 부과할 수 있다. 우 팀장은 “시세와 실거래가 차액이 3억 원 또는 30%를 넘는 명확한 경우인 만큼 시세를 6억 7000만 원 가량으로 보고 과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 비중 17.8%로 지난해 같은 기간(8.4%)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가격이 하락할 때 증여를 목적으로 가족 간 직거래를 할 경우 ‘시세와 실거래가 차액 3억 원 및 30%’의 테두리 내에서도 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취득세와 양도세를 아낄 여지가 생긴다. 우 팀장은 “주택 가격 하락기에는 증여를 목적으로 한 특수 직거래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부터 전국의 아파트 거래 중 특수관계인 간 이상 직거래에 대한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 편법 증여·명의신탁 등 위법 의심행위에 대해선 국세청,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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