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 전쟁 종식이 목표” 주장…美 “푸틴, 협상 의지 전무”
美 "우크라의 모든 움직임은 확전 시사…말과 행동 달라"
처음으로 ‘전쟁’ 언급해 주목…러 내부서도 비판 확산
"전쟁 언급했던 수천명 기소당해…푸틴도 감옥 가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목표로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군은 오히려 확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푸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처음으로 ‘전쟁’이라고 규정해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연설하며 “우리의 목표는 군사 전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입장을 포기한 적이 없다. 우리를 적대시하는 이들도 이러한 현실을 더 일찍 깨달을수록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적대행위의 심화는 불필요한 손실로 이어진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나라 간의 모든 갈등이 협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모든 무력 충돌은 어떤 식으로든 외교적 협상을 통해 마무리된다”며 협상을 피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2조원이 넘는 군사 지원을 받기로 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은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에 대해 “낡은 무기”라고 폄하했다. 그는 “패트리엇 미사일은 러시아의 S-300 시스템처럼 작동하지 못한다”며 “언제나 해독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라. 우리는 그것들도 파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책임이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서방이 도입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해선 다음주 초 대응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그는 전쟁 종식을 위해 협상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땅과 하늘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계속 폭력을 가하고 전쟁을 확대하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과의 대화에 열려 있지만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미국 동맹과 협의하고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 이후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 아닌 ‘전쟁’이라고 처음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러시아가 온라인 등에서 특별군사작전이라며 여론전을 펼쳐온 데다, 전쟁이라고 반박했던 수많은 러시아인들과 독립 언론사 등이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까지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거나 전쟁이라고 주장했다가 기소된 사례만 5000건에 달한다. 또 기소된 사람들 중 최고 15년형을 받은 인원이 100명이 넘는다.
WP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와 관련해 ‘탈나치화’, ‘해방’, ‘미국의 러시아 파괴 시도 차단’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우크라이나 정복하려 한다는 뜻을 부인해왔다”며 “그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이든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이 사실은 전쟁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동료인 게오르기 알부로프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모스크바 시의원인 알렉세이 고리노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라고 했다가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며 “고리노프를 석방하거나 푸틴을 7년 동안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의원 니키타 유페레프도 트위터에 “수천명이 전쟁이라고 표현했다가 가짜뉴스 배포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이유로 러시아 검찰총장에게 푸틴 대통령을 기소해달라고 요청하는 소장을 보냈다”고 적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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