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억명 대이동’하는 여행 성수기에 ‘폭탄 사이클론’ 덮쳐 초비상

김혜리 기자 2022. 12. 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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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에 혹한·폭설·강풍 몰아쳐
비행편 무더기 취소 등 교통 차질 예상
캐나다 북서부선 영하 53도 기록도
22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서 한 행인이 이불을 둘러매고 거리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약 1억명이 대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연말·연초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중부와 남부, 동부에 이른 광범위한 지역에 ‘폭탄 사이클론’이 덮쳐 초비상이 걸렸다. 혹한, 폭설, 강풍, 홍수 등으로 비행편이 무더기로 취소되고 철도와 도로 교통에도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 등 외신은 22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혹한과 거센 눈보라를 동반하는 겨울철 이상기후 현상인 ‘폭탄 사이클론’이 미국을 덮치면서 올해 크리스마스 주말을 몇십 년 만의 ‘최악의 연휴’로 만들 것으로 예보됐다.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겨울 폭풍이 중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하면서 주말까지 약 1억3500만명이 사는 지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상 당국은 내다봤다. 미 자동차협회(AAA)는 이번 연말에 1억1270만명이 최소 50마일(약 80km) 이상의 여행에 나설 것으로 추산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참전 용사 묘지에 눈이 수북히 쌓여 있다. AP연합뉴스

겨울 폭풍의 영향으로 몬태나주의 일부 산악 지방은 이날 기온이 최저 영하 46도를 찍었다. 캐나다 북서부에서는 영하 53도를 기록한 지역도 나왔다. 덴버는 이날 오전 32년만의 최저 기온인 영하 31도를 기록했고, 시카고는 이날 밤 영하 21도로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은 체감기온이 영하 38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기상 당국은 밝혔다.

한파는 멕시코만까지 영향을 미쳐 텍사스주 댈러스는 이날 밤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었던 텍사스주는 이번에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폭설과 눈보라도 곳곳을 강타할 예정이다. 시카고에서는 최대 18cm의 눈이 내리고, 뉴욕주 북서부 버팔로에는 최대 91cm의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뉴욕시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있지만, 23일 밤에는 센트럴파크 기준으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전망이다. 뉴욕주 동남부를 비롯한 동북부 해안에서는 높은 파도도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혹한은 최근 북극에서 형성된 차갑고 건조한 대기가 미 대륙까지 내려오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제트기류에 갇혀 북극 주변을 맴도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덩어리인 ‘극소용돌이’가 경로를 이탈해 남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극소용돌이가 제자리로 돌아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최대 수주가 걸릴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이런 현상의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북극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졌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기상청(NWS)은 따뜻해진 겨울 날씨에 적응해오던 생태계가 갑작스러운 한파로 비상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달 둘째 주까지도 온난화로 인해 따뜻한 겨울이 이어졌는데 연말 갑자기 맹추위를 맞닥뜨리게 됐다는 것이다. NWS 기상예보센터 기상학자 알렉스 라머스는 가디언에 “이처럼 짧은 기간에 이 정도 수준의 기온 하강은 일반적이지 않다”면서 “최근 인류와 다른 생명체가 겪은 그 무엇보다 극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비행편을 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여행 성수기인 연말에 겨울 폭풍이 덮치면서 22일 하루에만 미 전역에서 국제선과 국내선을 합쳐 22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23일에도 이미 1800여편이 결항된 상태다. 암트랙은 중서부를 중심으로 20개 이상 노선의 열차 운행을 중단했고,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선 경찰 등이 고속도로에 출동해 차량 운행을 돕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건 아이들이 기다리는 ‘스노우 데이(폭설로 학교가 쉬는 날)’ 같은 게 아니다. 심각한 일”이라며 여행 계획 재고를 촉구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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