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한 김여정 “두고 봐라”…북 ‘ICBM 재진입 기술’ 어디까지?
대기권 재진입 기술 없으면
미사일이 우주로 튕겨나가
ICBM 고각 발사해온 북한에
한·미 “재진입기술 입증못해
7천도 견디는 탄두 보여줘야”
김여정 “곧 보면 알게 될 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18일 진행한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 시험에 대한 남쪽의 부정적 평가를 반박하면서, 머지않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직각에 가까운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30~45도)로 시험발사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검증하려면 정상 각도로 발사해야 한다는 남쪽의 지적에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한·미 전문가들을 향해 “괴뢰군깡패들이나 괴뢰전문가 나부랭이들이 몇년째 그나마 그래야 자체 위안이라도 되는지 우리의 대륙간탄도미싸일이 대기권재돌입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다느니, 검증되지 않았다느니 늘쌍 그런것들을 물고늘어져왔는데 나는 살다살다 별걱정을 다 해주는 꼴을 본다”고 말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핵심 기술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전체 비행시간이 총 20~30분 가량이다. 탄도미사일은 포물선 모양으로 날아간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발사·추진단계→중간비행단계→ 대기권 재진입·종말 단계 등 3단계 비행과정을 거친다.
첫번째 발사·추진단계에서 미사일이 지구 중력을 벗어나 하늘로 올라가려면 초속 5~7㎞ 속도를 내야 한다. 이 추진력을 1단계 로켓엔진에서 얻는다. 로켓엔진은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지만, 연료 소모량이 엄청나 오래 작동할 수 없다. 대기권 상층부에 진입하면 1단계 로켓은 분리되고 2단계 로켓이 탄두를 궤도 위에 올려놓는다. 발사 추진단계는 180~300초이다.
중간비행단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로켓엔진이 꺼진 뒤에도 관성을 이용해 계속 올라간다. 하지만 엔진이 꺼져 있어 최고 고도에 도달하고는 중력에 의해 다시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중간 비행단계는 1000~1200초 가량 걸린다. 이 단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공기 밀도가 매우 희박한 대기권 밖을 비행한다.
마지막인 재진입·종말단계는 대기권에 다시 진입해 목표지점에 탄착하는 비행 과정이다. 종말단계는 30초 가량이다. 정점에서 중력에 의해 자유낙하하는 대륙간탄도탄은 가속도가 붙어 마하 20~30(시속 2만5천~3만6720㎞)로 대기권에 다시 들어온다. 이때 탄두부가 공기와의 마찰로 7천도 이상의 고열과 큰 충격이 발생한다.
재진입 때 대륙간탄도미사일 내부에 있는 전자장비 등 모든 구성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열제거와 열차단이 필수다. 대기권 재진입 때 고열에서 탄두를 보호하려면 카본 등을 사용한 복합재료가 필요하다. 이 재료 거래는 국제 규제 대상이다. 재진입 방향 제어를 하려면 정밀유도제어기술 등도 필요하다.
이중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쓸모가 없어진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없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튕겨 나간다. 또는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고열에 탄두가 녹아버리거나 탄두 표면이 불균형하게 삭마(깎이고 갈림)될 경우 미사일이 균형을 잃고 공중에서 회전하다 폭발하게 된다.
김여정 부부장의 장담처럼 북한은 재진입 기술을 갖고 있을까.
북한은 이미 6년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재진입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2016년 3월 탄도탄의 재진입시 공력 가열에 의한 실제 열 환경과 유사한 압력과 5배 정도의 열흐름 조건에서 첨두의 침식 깊이와 내면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신문> 2016년 3월15일치는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 결과 첨두에 사용된 열보호 재료들의 열역학적 구조 안전성이 확증됨으로써 군사대국들만 보유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재진입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는 북한이 공개한 것은 배기가스에 의한 재진입 탄두의 마모 상태를 확인하는 `기계적 삭마 시험’으로서, 이때 발생한 온도를 약 1500~1600도 수준으로 추정했다.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려면, 미사일 탄두가 7천도 이상의 고열과 압력을 수십초 이상 견디는 화학적 삭마시험(산소의 화학적 반응)을 거쳐야 한다. 북한이 실시한 대기권 재진입 모사시험조건은 대륙간탄도미사일급 재진입 환경과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북한이 재진입기술을 자체 기술로 확보했다고 평가하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는게 당시 국방부의 판단이었다.
북한뿐만 아니라 최근 일부 미국과 한국 전문가들이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과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수준의 재진입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급 재진입체 기술 확보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간단하게 말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탄이란 사실을 입증하려면 최소 7천도에서 견딜 수 있는 탄두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30~45도로 발사하는 정상각도가 아니라 발사 각도를 올려 90도에 가깝게 발사해왔다. 정상 각보도다 각도를 높게 해서 발사하면 정점 고도가 높아지고 비행거리는 짧아진다. 고각으로 발사하면 미사일이 거의 수직으로 올라갔다가 떨어지기 때문에 재진입시 대기권을 통과하는 시간이 짧아 정상발사와 견줘 대기권 재진입시 고열이 덜 발생한다.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대기권 진입 시간이 길어지고 고열과 충격이 심해진다.
‘북한이 고각발사를 해서 재진입 기술을 증명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곧 해보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정상 각도로 발사 시험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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