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작심토로 “黨 오래 있던 인물 대표 되면 공천 파동 난다”
● 유승민, 나경원 아닌 내가 부각될 구도
● 총선에서 지면 尹 정부는 식물 정부
● 尹 대통령, 이재명 대표 만났으면 좋겠다
● ‘중도로 10년 생존한 유일한 사람’이라더라
● 대표 자격 없는 사람이 ‘난 친윤’ 떠들어
● 이상민·윤희근, 연내에 사퇴 의사 밝혀야
"그게 전당대회 순위죠."
인사 겸 건넨 말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웃으며 답했다. 그는 잠룡(潛龍)이다. 이번에는 대권이 아닌 당권을 겨눈다.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언론에 보도되는 양도 늘었다. 톤도 부쩍 높아졌다. 그를 만난 날은 2022년 12월 2일이다. 전날 그는 페이스북에 "지금 우리에게는 총선 승리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민주당의 대선 불복, 총선 승리로 승복시켜야 한다"고 썼다. 서울시장 보궐선거(2021)와 대선(2022)에서 연거푸 주인공 자리를 내줬던 그가 자기 이름 석 자를 전면에 내걸 기회를 얻었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2022년 12월 4~6일 전국 성인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33.6%로 1위였다. 다음으로 나경원 전 의원 12.5%, 안 의원 10.3% 순이었다. 범위를 당 지지층으로 좁히면 나 전 의원 22.9%, 안 의원 15.0%였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권가도가 평탄하지만은 않겠다는 의미로 그에게 물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당심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 민심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앞서갑니다. 안 의원은 당심·민심에서 공히 2위권에 있는데요.
"현행 룰(rule)이 7대 3(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이잖아요. 룰(rule)대로 계산해 보면 세 사람이 거의 비슷하거나, 제가 점점 올라오는 추세를 보여요.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나와요. 총선이 다가올수록 판단 기준은 결국 누가 나서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지 하나로 좁혀집니다. 그러면 점점 제가 부각될 수밖에는 없는 구도라고 보죠."
이와 관련해 2022년 12월 19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를 적용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30%를 반영하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없애고 당원 투표 비율을 100%로 끌어올린 것이다. 또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하는 '결선 투표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같은 해 12월 20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선 룰이 바뀌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면서도 "(바뀐 룰은) 민심을 반영하지 않아 전당대회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총선 승리에서도 멀어질까 그게 두렵다"고 말했다.
"용산이 30%대에 갇혀 있다"
국민의힘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헌정 사상 최악의 여소야대 상황이죠. 대통령 임기 첫해가 개혁의 골든타임이 돼야 해요. 지금 (임기) 6개월이 지났는데 민주당의 방해로 법안이 한 개도 통과가 안 돼요. 2024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제1당이 되면 그때부터 윤석열 정부 개혁의 골든타임이 시작되고 '내셔널 리빌딩(National Rebuilding)'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1당이 못 됐을 때 윤석열 정부는 5년 내내 식물 정부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건 대한민국의 불행이고 국민의 삶은 더 피폐해질 겁니다.
그래서 (당대표에) 나섰죠."
총선이 치러지는 시기는 집권 3년차인데, 대통령제하에서는 레임덕이 시작될 수도 있는 시기 아닙니까.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 임기 4년차에 총선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만 2년이 지난 3년차니까 아직 절반이 안 지났잖아요. 임기 전반기니 기회가 있습니다."
당대표가 되면 인수위원장으로 제시한 과제를 수행할 역량이 생기겠네요.
"그래서 하려고 합니다. 용산(대통령실)이 30%대 지지율에 갇혀 있어요. 이대로 가면 총선을 제대로 못 치릅니다. 당이 용산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용산이 하는 일에 대해 옳다고만 하면서 쌍둥이처럼 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지지율이 올라가겠어요? 안 되거든요. 여당이 하는 일은 두 가지예요. 첫째는 정부나 대통령실이 하려는 일을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죠. 둘째는 대통령실이 민심과 다른 쪽으로 갈 경우 과감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만들어 제시하는 겁니다."
보수 정당의 역사를 보면 집권했을 때 대통령과 여당이 잡음을 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우려가 없겠습니까.
"그러니까 미리 미리 소통해야겠죠. 과거에 (대통령과 여당 간) 잡음이 극심할 때는 공천파동 형태로 나타났거든요. 지금까지 이 당에 오래 있었고, 여러 번 전당대회를 치른 분들은 신세 진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만약 이런 분들이 당대표가 되면 기존 당협위원장들을 대거 자기 사람으로 바꿔버려요. 그러면서 공천 파동이 일어나는 거죠. 저는 봐줄 사람이 없거든요. 이길 수 있는 공천, 객관적이고 투명한 공천을 할 수 있는 (당대표) 후보라고 생각해요. 여의도연구원을 개혁해서 전략과 객관적인 여론조사 기능을 회복해 지역에서 명망 있고 존경받는 분들, 그렇기 때문에 이길 수 있는 분들을 공천하고 용산과도 상의하면서 잡음이 안 나게 만들어야죠."
공천 파동을 막을 공정한 공천의 요체는 여의도연구원을 통한 객관적인 시스템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당 안팎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대통령께서도 가장 절박한 게 이번 총선에서 이기는 것일 겁니다. 예를 들자면, 나랑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만 공천했는데 다 떨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1순위는 이기는 거예요."
여의도연구원 개혁이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예를 들면 지난 대선 당시 10%포인트 차로 이긴다고 자만했잖아요. 왜 분석이 정확하지 않았는지 제대로 살필 필요가 있어요. 아쉬운 것 중에 하나가, 0.73%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겼으면 왜 그랬는지를 조사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조사가 없어요. 민주당은 제대로 조사했습니다. 한두 달 전 나온 민주당 쪽 보고서(‘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를 보면 유권자를 6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의 특성에 대해 분류했어요. 최근 본 것 중 가장 심층적으로 잘 수행된 조사 중 하나예요. 우리 당에서 먼저 했어야 하는 건데, 늦었어도 지금부터 해야죠."
보수의 자격
안 의원이 소개한 민주당의 보고서는 3000명의 패널이 응답한 자료를 모아 6개 그룹을 분류했다. 구체적으로는 평등·평화 그룹(37.7%), 자유·능력주의 그룹(21.5%), 친환경·신성장 그룹(18.8%), 반권위·포퓰리즘 그룹(9.3%), 민생 우선 그룹(6.4%), 개혁 우선 그룹(6.3%)이다. 이 중 친환경·신성장 그룹의 경우 경제성장을 중시하되 국가의 역할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 그러면서 혁신을 통한 신산업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복지에 대해서도 관심의 끈을 갖고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간 정치권에서 회자된 중도 혹은 무당층에 가깝다.민주당 보고서에 나오는 '친환경 신성장 그룹'은 안 의원이 평소 강조해 온 스윙보터와 어느 정도 겹칩니다. 국민의힘이 그런 그룹과도 소통해야 중도보수 정당이 될 텐데요.
"갤럽 등에서 나오는 여론조사를 보면 20·30세대가 (국민의힘에서) 다 떨어져 나갔어요. 20·30 여성은 (그전에) 이미 등을 돌렸잖아요. 이제는 남성까지도 등을 돌렸단 말이죠. 중도·무당층 덕에 대선에서 이겼는데 이분들도 대부분 등을 돌렸어요. 이 그룹을 (지지층으로) 복원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중도층이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간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요.
"제가 좋아하는 중견 언론인들이 '중도층으로 10년 살아남은 사람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안철수밖에 없다'고 하거든요.(웃음) 중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도덕성입니다. 두 번째는 유능함, 세 번째는 헌신입니다.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재산을 기부해 함께 살아가야 사회가 안정되잖아요. 남들이 고통스럽고 못 먹고 있는 데 버려두는 건 보수가 아니에요. 품격도 있어야 해요. 저희 집안의 뿌리가 경북 영주예요. 지금도 제가 온다고 하면 의관을 정제해 입고 '양반 자손이 막말하면 안 되느니라' 말씀하세요.(웃음) 저는 '정치 10년 동안 한 번도 막말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리죠. 보수 정당이라 해놓고 막말하는 사람들은 기본이 안 돼 있는 겁니다. 그러니 중도의 지지를 회복하는 데는 제가 적임자 아니겠어요?"
야당 결정권 가진 대표 관저로 불러서…
"삼국시대 이래로 한강을 지배한 자가 한반도를 지배했어요. 이번 선거도 똑같습니다. 수도권에서 지휘관이 나와야 돼요. 멀리 떨어진 후방에서는 수도권 민심을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 중도 소구력이 있어야 돼요. 제가 초·재선을 노원구에서 했습니다. 요즘 강북의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만나보면 굉장히 우호적입니다. 제가 강북 쪽에 표가 많거든요. 저는 오랫동안 강북 발전을 위해 힘썼고 강북 정서도 잘 알고 있는 강북 출신 국회의원이었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언급하신 당권 경쟁자들과 구별되는 유일한 사람 아니겠어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은 2023년 3월 초로 윤곽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정진석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22년 12월 12일 부산 지역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피드를 내서 3월경에는 전대를 치러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일정을 놓고 5월이나 6월까지 거론되다가 최근에는 2말3초(2월 말 3월 초)로 굳어지는 듯한데, 빨리 치러지는 게 좋습니까.
"언제든 상관없습니다. 불확실성만 없으면 돼요. 어느 쪽이건 현재 비대위에서 결정하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유·불리 따지지 않아요."
당대표가 되면 대야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겠습니까.
"능력 있는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는 게 중요합니다. 국민의 삶에 필요한 정책이면 민주당이 반대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정책을 만들 실력이 부족했어요. 보완해야죠. 그 과정에서 싸울 건 또 싸워야죠."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조사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당대표가 되면 사법 리스크가 있는 야당 대표가 카운터파트가 되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정당 대 정당으로는 해야 할 역할이 있지 않겠어요? 사법 리스크 문제는, 검찰을 포함해 사법부에서 절차대로 진행될 겁니다. 그건 그대로 두고, 저는 저대로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민주당과 협상해서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켜야죠. 필요하면 대야 투쟁도 하고요."
지금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는데요.
"시기의 문제이긴 하지만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관저도 생겼으니 사법적인 리스크와는 별도로, 현재 야당의 결정권을 가진 대표를 (관저로) 불러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및 공화당 상·하원 원내대표 등 5명이 철도파업 금지 법안에 합의하고 찍은 사진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제가 대표가 되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모여 그런 모습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근 당원 콘서트에서 반드시 10년 이상 집권해야 된다고 말씀했는데요. 왜 어떤 이유에서 그렇습니까.
"5년 만에 개혁은 못 합니다. 대통령의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개혁은 거의 다 한 것 같아요. 남은 건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들입니다. 예를 들면 환경문제가 있죠. 또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엮여 있는 연금개혁 문제가 있고요. 이런 문제들은 한 방에 해결하지 못합니다. 최소한 10년 정도는 시간표를 만들어 점진적으로 개혁해야 해요. 연금 개혁을 예로 들면, 보험료율을 한 번에 급속히 인상하지는 못하거든요. 어느 정도 시장 참여자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죠. 그런 의미에서 10년 이상은 필요하다고 했죠."
그를 만났으니 중도에 대해 논해 보자. 국민의힘이 집권하고 있지만 보수가 주류 자리를 다시 꿰찼다고 말하기는 무리다. 국회 의석수는 여전히 민주당의 압도적 우위다. 양당의 풀뿌리 조직을 비교하면 확연히 민주당이 우세하다. 2020년 제21대 총선 직후 진중권 교수는 "한국 사회의 주류(主流)가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됐다"고 쓴 바 있다. 거센 정권교체 바람에도 민주당이 대선에서 간발의 차로 패한 건 세력으로서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수인 진보가 중도와 연대를 꾀했지만 이제는 보수가 중도에 구애 전략을 펴야 한다. 그러려면 전통 지지층의 반감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보수 성향이 강한 당원들은 국민의힘이 중도와 실용을 강조하면 보수 정당의 색채가 약화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선거 공학만 생각해도, 30%만 갖고 이길 수 있습니까? 그리고 실용이 보수와 반대되지 않습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 이렇게 썼어요. 진정한 균형 감각은 좌우 양극단의 정확한 중간 지점에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라, 양극단의 본질·장점·단점을 파악하고 그 시점에서 가장 적정한 지점을 찾는 동적인 개념이라는 거예요. 세상이 계속 바뀌니 최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뜻이죠. 정확한 표현이잖아요. 중도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중간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중간이 아니라 중심이 되는 겁니다."
말하자면 중도는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적극적 포지셔닝 전략으로 쓰여야 한다는 거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예를 들면 북한이 미사일을 쏴대는데 유화적으로 갈 수 있나요? 그럴 때는 전통적인 보수 정책으로 강경하게 나서는 게 제대로 된 균형감각이죠. 반대로 서독과 동독이 통일을 하기 직전인데 갑자기 서독이 동독한테 적대적으로 나서면 통일이 되겠어요? 오히려 살살 구슬리고 지원하는 쪽으로 가야 통일을 이룰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상황마다 다른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우리는 보수적인 솔루션만 할 거야'라는 건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모든 의원이 윤핵관"
국민의힘 내에 친윤, 비윤에 이어 반윤(反尹)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저는 우리 당에 친윤·반윤·비윤은 없다고 생각해요. 방법론은 다를 수 있지만 가치의 지향이 같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의미로 '무리 당(黨)' 자를 쓰잖아요. 친윤·비윤을 강조하는 사람은 총선 승리의 적임자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고백하는 겁니다. '나는 친윤이고 상대는 비윤이니 내가 당대표가 되겠다'는 인식이 당을 분열시켜요. 대통령도 친윤·비윤 구도로 당이 비치기를 원치 않습니다. 당이 화합하고 한목소리를 내길 원하죠. 그건 확실합니다. 대통령도 바라지 않고 총선에서 이길 방법도 아닌데 당대표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나만 친윤이야' 떠들고 다니는 거죠."
그의 답이 묘하다. 비윤 혹은 반윤이 아니라, 친윤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겨냥한 뉘앙스가 읽혀서다. 그러면서 강도도 센 편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4인방인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과 관저에서 부부 동반 만찬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친윤·비윤 같은 단어가 자꾸 나오는 건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존재감이 도드라지기 때문 아닐까요.
"제가 들은 바로는, 대통령이 당선 직후 고생했던 사람들 밥 한번 사겠다고 말씀했대요. 그런데 관저 입주에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늦어진 거예요. 부부 동반으로 하는 자리인데 거기서 무슨 전당대회 규칙 같은 걸 말할 상황은 아니죠."
그럼 윤핵관의 존재도 과장돼 있다고 봅니까.
"윤핵관으로 따진다면 여당의 모든 의원이 윤핵관이죠."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친소 관계를 떠나 책임자에 대해 단호한 인사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 안에서도 나왔는데요.
"제가 가장 먼저 용감하게 했죠."(웃음)
아직까지 인사 조치가 없지 않습니까.
"경찰청장은 경질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태를 수습한 후 명예롭게 사퇴하는 것이 옳겠다고 제안드린 이유가 두 가지예요. 첫 번째로는, 그동안 어느 정부건 국민적 비극이 있을 때면 정무직은 책임져 왔어요. 정무직이 책임져야 대통령까지 불이 안 번집니다. 두 번째는, 선제적으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민주당이 집중 공세를 해서 끝까지 흔들 거라고 봤어요. 사실은 시기를 놓친 감이 있습니다. 그럼 지금 최선의 방법이 뭘까 생각해 보면,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경찰 조사가 끝났을 때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국정조사가 끝날 때도 가능한데, 가급적이면 올해(2022) 내로 사퇴 의사를 표명해야 국민들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거예요."
의사이자 개발자
그는 의사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방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하면서 과학 방역을 주장했다.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과학 방역을 강조했는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과학 방역의 핵심은 의사결정권자가 전문가라는 거예요.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버락 오바마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할 때 찍은 백악관 사진이에요. 테이블 중앙에 장군이 앉아 있고 오바마는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요. 세상이 복잡해지고 너무나 빠르게 현장이 변하다 보니 현장 전문가가 가장 정확하게 압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대확산할 때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죠. 우리나라는 지금 국무총리가 결정권을 갖고 있어요. 과학 방역 아니죠. 제가 인수위 때 정리 다 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복지부 장관이 컨트롤타워인데 장관 자리를 못 채우고 계속 간 거예요. 그렇다고 질병관리청장한테 권한을 다 주지도 않았어요.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 때의 그 방대본(중앙방역대책본부) 체제를 유지하는 겁니다."
그는 개발자이기도 하다. 의대 박사과정 시절이던 1988년 V3 백신을 개발했고 7년 동안 무료로 제공했다. 1995년 서울 서초동에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현 안랩)를 열었다. 그는 최근 'IR52 장영실상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을 선정하고 그 개발에 공헌한 연구원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그와 함께 헌액된 인물들은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 등이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가 트로피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안랩 CEO 때 장영실상을 두 번 받았는데요. 앞으로도 장영실상 받은 사람이 정치를 하면 좋겠습니다. 반도체 이야기하는데 알아듣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제가 힘들어요.(웃음) 과학을 잘 아는 사람이 정치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Copyright © 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