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는 죄인? 부동산 정치 끝낼 때 됐다 [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2. 12. 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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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직후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다주택자와의 전쟁’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2014년 폐지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활했고,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늘어났다.

정부는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은데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이 집값을 올리고 있다며, 다주택자를 적폐로 몰았다. 공직자를 선발할 때 능력이나 도덕성보다 ‘1주택자냐 다주택자’를 먼저 따지기도 했다. 다주택자는 승진에서 배제하겠다는 지자체도 있었다. 다주택자는 공직을 맡을 수도 없을 만큼 부도덕한 사람으로 전락했다.

집값 상승은 투기 탓이며, 그 중심에는 다주택자가 있으니 집 있는 사람, 특히 집을 두세 채 가진 사람은 증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해 시장이 안정됐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도 못했다.

집값 상승기 다주택자들은 과도한 양도세를 피해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증여를 선택했다. 그 결과는 매물 증발과 집값 추가 상승이었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꿈은 더욱 멀어졌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는 조세의 전가를 불러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전세가 상승의 고통은 무주택자들이 감당해야 했다. 오르는 집값보다 빠르게 뛴 세금 부담에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까지 분노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치는 매맷값도 전셋값도 잡지 못한 실패로 귀결됐다.

지난해 이후 집값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과도한 상승의 후유증과 글로벌 긴축으로 인한 금리인상 때문이지, 정부가 다주택자와의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 아니다.

부동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윤석열정부는 다주택자에 가해졌던 징벌적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부동산 정책을 수정했다.

‘오른 것에 비하면 아직 떨어진 것도 아니다.’ ‘집값이 안정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 ‘왜 부자인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을 펴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부동산 가격의 가파른 하락은 나라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크다.

역전세난 속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는 제때 이사를 할 수도 없고, 그 피해는 또 다른 세입자에게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일부 투기적 다주택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40%는 전세, 월세 등 임대주택에 살고 있으며 임대주택의 80%는 다주택자가 공급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주택자들은 중장기적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주택시장에서 급등락을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가 집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보유하는 것도 어렵게 만들었다. 다주택자에게 출구를 열어주고, 주택가격에 따른 누진세율에 따라 세금을 내게 하면 된다.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갈라치는 부동산 정치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부동산 문제는 정치가 아닌 경제원리로 풀어야 한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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