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치켜세운 금융당국 수장…입지 좁아진 우리

이경남 2022. 12. 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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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이복현, '징계받은 CEO 안된다' 메세지
손태승 회장 압박 차원…타사와 형평성 논란도

금융당국 수장들이 또 한번 '징계를 받은 금융권 CEO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이번에는 라임사태의 책임을 지고 3연임을 두고 용퇴하기로 걸정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치켜세우면서다.

라임사태로 중징계를 받고 행정소송을 고민하고 있는 손태승 회장에게는 압박의 수위를 높인 셈이다. 이런 금융당국 수장들의 목소리가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한 치켜세운 이복현 금감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3연임이 가능하다 생각했으나 용퇴를 발표하면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시는 것을 보니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라임 사태를 초래한 것과 관련해 성과에 대한 공과 소비자 보호 실패 등의 과를 자평하며 후배들에게 거취를 양보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는 라임사태로 징계 이력이 있는 조 회장이 용퇴의사를 밝히면서 금융당국의 뜻을 따라주는 모양새를 보여준만큼 이를 치켜세운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조 회장은 라임사태와 관련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있었던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손태승 회장은 최고경영자로서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라임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확정한 바 있다. 책임이 명확하니 소송등의 절차에 나서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경우 임기 종료 이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하다.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손태승 회장에게 연임의지를 접으라는 의미도 담겼다는 분석이다.▷관련기사 : [금융권 인사 태풍]'관치' 소용돌이 속 붕 뜬 우리금융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라임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인사는 치켜세우고 행정소송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진 인사에게는 압박의 수위를 높혔다"라며 "징계이력이 있는 CEO는 불가하다는 메세지를 다시 한 번 보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봤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입지 좁아지는 우리금융

금융당국의 이러한 '금융권 CEO 징계 이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형성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조용병 회장을 이어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라임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으로 부터 '주의적 경고'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았다. 조용병 회장이 받은 '주의'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진 내정자 역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같은 중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한단계 경감된 바 있다. 

다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물론 이복현 금감원장도 진옥동 행장의 징계 이력은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다. 오히려 신한금융지주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이날 "새로 (회장으로)취임하게 될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능력 혹은 인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심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또 신한금융에서 절차를 거쳐 여러 후배 세대를 이끌 CEO 후보를 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우 건강한 견제와 균형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 수장들이 신한금융지주의 사례를 들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가는 모습이라는 반응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역시 장고에 들어선 모습이다. 차기 회장 후보군을 정해야 하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 자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박상용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지난 16일 정기이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손태승 회장의 거취는 올해 이사회 차원에서 논의할 계획이 전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쉽사리 손태승 회장의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는 데에는 두가지 요인이 상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손태승 회장 연임을 반대할 경우 외풍에 쉽게 시달린다는 이미지를 투자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반대로 금융당국의 입장과 달리 손 회장을 지지한다면 금융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수년간 유지해야 한다.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 이후 관련된 금융회사가 모두 소비자 보호를 위해 CEO를 중심으로 하는 피해자 구제책을 만들어왔지만 이같은 노력이 인정되는 수준이 회사마다 다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징계 이력을 토대로 금융권 CEO 자질을 평가한다면 일관성 있는 모습을 금융수장들이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낙하산 인사 투하를 위한 여론 형성이라는 오해를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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