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이재명 대표와 영리한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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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토끼의 해.
10간12지로 계묘년(癸卯年)인데 癸가 '검은색'을 함축하고 卯가 '토끼'를 의미하기에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을 대표해 패배해 놓고는 교토삼굴 즉, 세 개의 굴을 찾기는커녕 마치 민심의 선택을 받은 사람처럼 행동해 왔다.
대선 때 사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민주당 대표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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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2023년은 토끼의 해. 10간12지로 계묘년(癸卯年)인데 癸가 '검은색'을 함축하고 卯가 '토끼'를 의미하기에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교토삼굴(狡ⓢ三窟)이란 고사성어도 재미있다. '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뜻. 다음과 같은 고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 맹상군이라는 고관대작이 있었다. 그는 어떤 지방에서 자기에게 빚진 사람들의 부채를 모두 탕감해 주었다. 맹상군이 왕의 결정으로 관직에서 쫓겨나자 그는 빚탕감을 해준 지방으로 내려가 사람들의 환대와 호응 속에 잘 살아갈 수 있었다. 지방살이를 하는 중에도 맹상군은 몰래 다른 나라에 사람을 보내 그 나라의 관직 얻을 길을 알아봤다. 이 일이 소문이 나자 왕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맹상군을 다시 재상의 자리에 모셨다."
영리한 토끼는 위험에 대비해 세 개의 굴을 판다
교토삼굴은 좋은 시절에 위험이 닥칠 것을 예상해 한두 개 숨어있을 굴을 파놓으라는 교훈이다.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플랜A, 플랜B, 플랜C를 마련해 두라는 얘기겠다. 트렌드 학자로 유명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3》이라는 책에서 제시한 키워드도 교토삼굴이었다.
2022년을 돌이켜보며 가장 문제적인 인물들을 꼽으라면 그 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시키고 싶다. 이 대표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을 대표해 패배해 놓고는 교토삼굴 즉, 세 개의 굴을 찾기는커녕 마치 민심의 선택을 받은 사람처럼 행동해 왔다. 염치없는 짓이라고 본다. 염치는 부끄러움을 뜻한다. 2023년 이재명의 행태는 부끄러움 즉, 창피함을 모른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과거 대선 패배자들은 하나같이 '자숙의 시간'이라는 굴에 일정 기간 들어가거나 199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유학 같은 더 깊숙한 굴속에 들어가 장기 칩거했다. 그분들이 이재명 대표보다 못나서 뒤로 물러난 건 아닐 터다. 그들은 맹상군 시대의 왕보다 더 무서운 민심이라는 최후 심판자의 결정을 존중했기에 교토삼굴처럼 숨을 곳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대선 패배자 이재명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는 본토 성남을 버리면서까지 송영길이 꽃길처럼 깔아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자리에 탐닉했다. 대선 때 사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민주당 대표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대선 민심에 승복하기보다 대선 민심에 대들겠다는 모양새로 보였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건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재명의 행태는 그렇지 않았더라면 전진적으로 새롭게 개선할 수 있었던 민주당의 체질을 과거 그대로 붙들어 매는 효과를 발휘했다.
'대장동 사건' 말고도 민주당을 대선불복당처럼 만들어
대선 불복 느낌을 주는 민주당의 퇴행성은 국회 정책 활동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그들은 대선 때 국민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심판한 사안들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되풀이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검수완박) 입법'인데 지방선거에서 검수완박 민주당은 또 한 번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민주당의 대선 불복 힘자랑은 그 후로도 계속된다. 사상 초유인 데다 건국 이래 헌법의 상상력을 넘어선 곳에 있는 이른바 '야당만의 예산안 강행 처리'가 자칫하면 펼쳐질 뻔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이 정부의 예산작성권을 행사한다면 도대체 선거에 의해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 사건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건 같은 개인의 형사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을 대선불복당으로 비춰지게 만든 것만으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전통의 민주당을 훼손한 정치인으로 기록될 수 있다. 2023년엔 한두 개 숨을 굴을 파는 영리한 토끼의 지혜를 배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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