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와 월순씨… 할머니들은 왜 기록서 사라졌나요?[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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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궁금하면 그의 아버지와 관련된 내용을 묻던 시절이 있었다.
그림책 '넌 누구니?'는 네 명의 여성이 자신들을 둘러싼 구체적인 역사를 찾아가는 그림책이다.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또 한 명의 여성은 경상도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며 사는 월순 씨다.
백 년 전을 살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 두 여성의 경험을 몸 안에 물려받은 21세기의 두 여성 작가는 은폐되었던 정체성의 뿌리를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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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넌 누구니?
노혜진 글 │ 노혜영 그림 │ 비룡소
어떤 사람이 궁금하면 그의 아버지와 관련된 내용을 묻던 시절이 있었다. 한 사람의 존재와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이 부계에 집중되면서 여성들은 기록의 세계에서 사라지거나 지워졌다.
그림책 ‘넌 누구니?’는 네 명의 여성이 자신들을 둘러싼 구체적인 역사를 찾아가는 그림책이다. 자신들을 낳은 엄마의 어머니와 아빠의 어머니, 두 여성의 삶에 대해서 노혜진은 글을 썼고 노혜영은 그림을 그렸다.
첫 장면은 1922년 황해도에서 ‘정자’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난 여자 아기를 위한 첫 물그릇으로 시작한다. 소반 위에 놓인 정화수는 이 생명 앞에 수많은 기도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이 어린이는 큰 사랑 속에 자랐지만 일본군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전쟁을 만난다.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또 한 명의 여성은 경상도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며 사는 월순 씨다. 일찍 남편을 잃고 혼자서 아이들을 장성시켜 세상에 내보냈다. 정자 씨와 월순 씨가 각각 낳은 아이들 둘이 결혼해서 작가 노혜진과 노혜영의 아빠와 엄마가 되었다. 작품은 정자 씨와 월순 씨가 만나는 1980년대까지 이어진다.
이 논픽션 작업을 처음 본 곳은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의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전시였다. 책으로 출간되지 않은 신인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는 이 전시에서 정자 씨와 월순 씨를 만났다. 그 둘의 삶을 중심축으로 삼아 해석한 그림책 속의 한국의 근현대사는 선명했다. 판화지에 연필로 그린 두 할머니의 삶은 물기 없는 건식 재료의 특성상 번짐이나 과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정직하다.
백 년 전을 살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 두 여성의 경험을 몸 안에 물려받은 21세기의 두 여성 작가는 은폐되었던 정체성의 뿌리를 복원한다. 사진보다 뭉클하고 사진만큼 정교하다. 긴 세월 외로웠던 우리의 할머니들과 함께 설날에 같이 읽으며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 역사적 사건뿐만 아니라 생활사의 고증도 풍부해서 이야깃거리가 많다. 48쪽, 1만6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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