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유물 고비용·장기대기 영장류임상, 국산화 열었다"
국내 최초 민간 영장류 연구시설 준공을 마친 키프라임리서치가 영장류 비임상시험 사업 본격화에 나선다. 연간 130건 이상의 동물시험 수행이 가능한 오송캠퍼스를 통해 국산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인다는 목표다.
김동일 키프라임리서치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 영장류 연구시설 오송캠퍼스에 이달 수백마리의 영장류가 도입된 상태"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동물 비임상 시험 사업을 시작해 해당 분야에서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키프라임리서치는 국내 비임상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선두 바이오톡스텍의 자회사다. 의약품 개발에 필수적인 영장류 독성시험 등을 수행하기 위한 최초의 민간 기업으로 지난해 2월 설립됐다. 키프라임리서치는 누적 3만건 이상의 비임상 경험을 축적한 모그룹 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르기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 12월 오송캠퍼스 착공을 시작해 지난 9월 준공했다.
후보물질 발굴과 본임상을 잇는 비임상 단계의 영장류 시험은 다른 동물로 수행하는 시험과 임상 데이터의 질적 격차가 극명하다. 영장류가 인간과 가장 유사한 유전자 서열(93%)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지능력과 뇌신경계 등은 다른 동물이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다. 황반변성 치료제 개발 등에 필요한 황반은 실험동물 가운데 유일하고 보유하고 있다.
김동일 대표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 주류로 떠오른 바이오의약품 개발 단계에서의 영장류 실험 강점은 더욱 두드러진다"며 "바이오의약품은 기존 케미컬 의약품 대비 구조가 복잡하고, 기전이 다양해 인체 적용의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영장류 실험을 통해 위험을 낮추고,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 성공률 극대화라는 장점에도 영장류 실험을 위한 환경 구축은 쉽지 않다. 365일 가동이 필요한 음압시설 등이 구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개체 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영장류 대량 도입을 위한 자금력도 요구된다. 자금력이 된다 해도 전세계적으로 한정된 공급자에게 선택돼야 영장류를 공급받을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연구시설로 인정받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인 셈이다. 키프라임리서치는 바이오톡스텍이 다져온 관계를 기반으로, 시험결과 정확도가 높은 베트남으로부터 안정적 영장류 공급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오송캠퍼스에 작은 제약사 2개는 설립할 수 있는 700억원(집행예정액 포함)을 투자하긴 했지만, 영장류 연구 사업은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생명체를 다루다 보니 반도체 보다 더 엄격한 관리능력이 요구되고, GLP(우수실험실기준) 인증과 사육 전문인력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기관에 동물시험을 의존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내는 안정성평가연구소(KIT)와 생명공학연구원 등에서 정부 주도 동물시험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시험건수도 연간 2000건 이하로 미국(8만건), 일본(3만건)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해외 기관에 고비용을 지불하고도, 오랜기간 대기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명확한 소통 부재에 데이터의 신뢰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키프라임리서치는 영장류 시험 국산화를 통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 국산신약 개발의 지원군이 된다는 계획이다. 1700마리 이상의 동시 사육이 가능한 오송캠퍼스를 통해 내년부터 독성평가에 집중한다. 국내 도입된 영장류 법정검역기간 30일이 지난 다음달부터 기본적인 시험이, 하반기 목표 중인 GLP(우수시험기관) 인증 이후엔 전세계적으로 통용 가능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진다.
일반독성 시험을 시작으로 약동학적, 안전성약리, 흡입독성 등 제약사들의 수요가 높은 모든 분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영장류 흡입독성 시험이 가능한 기관은 국내에 전무하다. 이를 위해 국공립 GLP 기관 경험 보유자로 구성된 인력들 역시 현재 32명에서 140명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송캠퍼스를 통해 실험동물 및 검체 사업화도 가능해 진다. 영장류는 그 자체가 국내 도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혈장·혈청을 도입하는데만 6개월이 걸린다.
김 대표는 "동물시험이 아니라도 신약개발 과정에서 영장류 혈장이나 혈청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해외 도입의 경우 즉시성 자체가 떨어지고, 그 품질도 확신할 수 없다"며 "오송캠퍼스 가동 본격화는 회사의 비즈니스는 물론, 국내 영장류 혈장·조직 등의 연구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7위에 해당하는 오송캠퍼스엔 이미 국내외 관심이 쏠린 상태다. 국내는 물론, 해외 다수 제약사 관계자들이 오송캠퍼스를 다녀갔다. 현재 5개 해외 제약사와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을 위한 논의를 구체화 중이다. 내년 150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연간 1000억원 규모까지 외형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그는 "모회사 바이오톡스텍, 생체시료분석부터 동물의약품 개발, 감염병 연구, 실험동물(비영장류) 판매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인 키프론바이오와 함께 그룹사 차원의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국내 유일의 비임상CRO분야 원스톱서비스가 갖춰졌다" 며 "정부·민간을 통틀어 현재 2위 수준으로 평가 중인 기술력을 2년 내 선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26년 글로벌 10위권 동물 비임상 기관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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