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육아는 꼭 엄마와 아빠만의 함께가 아닙니다"
서울시와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는 육아에 함께하는 가족문화를 실천하자는 취지로 '서울 100인의 아빠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100인의 아빠단은 놀이, 교육, 건강, 일상, 관계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매주 육아 과제를 아이와 함께 수행한다. 올해 서울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해 온 아빠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지금 아이들이 아빠가 필요해서 보내는 눈빛을 외면하고 귀찮아하신다면 아이에게 사춘기가 왔을 때 똑같은 눈빛으로 돌려 받으실 거에요."
2년 전 서울시 아빠단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들었던 강의에서 강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던 나이지만 이런 말을 듣고는 가슴이 뜨끔했다. 과연 나는 아이에게 그런 눈빛을 보낸 적이 없었나 생각하며 반성했었다.
요즘 주위에 사춘기 아이와 문제가 있는 아빠들을 많이 보고 있다. 아이와 공감대도 없었고 이제껏 관심을 갖지 않다가 갑자기 사춘기가 되어 관심을 가지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아빠 왜 저래"라며 아빠와 말을 섞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빠들은 자녀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 이유로 우리 세대는 아이와 공감하고 놀아주는 역할을 보고 배울만한 롤모델이 거의 없었다. 과거 아버지들은 엄하고 무뚝뚝한 가부장적인 역할만을 해왔기 때문이다.
2015년 OECD 자료에 따르면, 아빠가 하루 평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OECD 평균 47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6분에 불과하다. 하루 300분인 스웨덴 아빠들과 비교는 물론 OECD 평균 시간에도 훨씬 못 미친다.
물론 우리나라도 아빠 육아휴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과거보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아기 띠를 매고 있는 아빠들을 자주 볼 수 있고, 놀이터나 공원에 가면 아이와 자전거를 타거나 공놀이를 하는 아빠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4~5년 전에는 학교나 유치원에 참여 수업을 가면 아빠가 오는 경우는 10% 내외였지만 얼마 전에 갔을 때에는 20% 정도 돼 보였다.
아이는 아빠와 놀면서 신체 발달이 좋아지고, 새로운 도전을 덜 두려워하게 된다. 자존감과 사회성 발달, 문제해결 능력 향상 등 아빠 육아의 장점은 너무나 많다. 게다가 엄마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면서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가정이 화목해지는 효과도 있다.
이제껏 육아 참여가 부족했던 아빠들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선 매일 아이와 적은 시간이라도 함께 해보자. 무엇을 할지 고민된다면 안아주고 업어주기부터 시작하자. 초등 고학년 이상의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운동이나 게임을 같이 해보기를 추천한다. 처음에 아이가 어색해한다고 포기하고 시간이 흐르면 아이와의 관계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린다.
지금은 서울시 아빠단에서 3년간 활동하며 4년째 100인의 아빠단 멘토를 하고 있고, 육아 토크콘서트와 토론회, 방송 촬영 등을 수없이 하며 육아 전문가 소리를 듣고 있는 나도 한때 육아가 막막했고 내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불안했던 적이 있었다.
나를 비롯해 요즘 아빠들은 육아 고민도 많다. 아빠들은 자녀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쌓아 가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그런 아빠라면 가입도 되지 않는 맘카페에 기웃거리지 말고 아빠 육아 카페에 가입 후 활동을 해보자. 3세에서 7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100인의 아빠단, 서울에서 초등, 중등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서울시 아빠단이 있다. 이 이외에도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여러 아빠 육아 모임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열심히 활동한다면 같은 공감대와 고민을 갖고 있는 아빠들과 많은 친분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아이들도 또래의 모르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지금 나는 카페를 통해 아이들과 매주 멘토가 출제해주는 미션을 수행하고, 주말에는 다른 가족들과 캠핑을 가거나 모임을 한다. 와이프 없이 아빠와 아이들만 하는 모임이기에 엄마들도 좋아한다. 평일에는 육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엄마들이기에 이럴 때만이라도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아빠들도 그런 고민을 가질 수 있다. 나는 한때 주말이 없고 내 시간이 없는 삶을 한탄한 적이 있었다. 주말에 골프를 치러나가자는 친구들과 지인들도 하나둘씩 멀어져갔다. 나이 먹고 젊게 살려면 주위에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는데 나는 육아만 하다 나중에 외롭게 혼자이면 어떻하지 고민도 많이 했다.
지금은 육아를 함께하는 아빠들이 주위에 있다. 서울시 아빠단 자조 모임으로 같이 캠핑을 가서 아빠들끼리 이야기해보면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커서 같이 다니기 싫어하면 아빠들만의 캠핑을 다니자고 했다.
'함께 육아'는 꼭 엄마와 아빠만의 함께가 아니다. 아이들의 친구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육아 모임에서 만난 가족일 수도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어려운 짐을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말고 나누고 번갈아 가며 들면 훨씬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어렵고 막막한 육아 이제는 함께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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