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부부 노린 ‘깡통전세’ 사기···서울시, 불법 중개 5명 적발해 검찰 송치

김보미 기자 2022. 12. 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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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골목에 빌라 주택이 밀집돼 있다. 서울시 제공

부동산컨설팅 업체 직원인 A씨는 이사비와 전세 대출 이자 지원금 명목으로 200만원을 주겠다며 사회초년생 B씨를 꼬셨다. 세입자가 잘 구해지지 않았던 신축 빌라의 전세 계약을 시세보다 비싸게 체결하려는 속셈이었다. 이를 통해 A씨는 중개 대가로 1000만원을 챙겼다.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었던 A씨는 계약도 다른 공인중개사의 대필로 진행했다.

이후 원래 임대인은 빌라를 100여채 소유한 ‘바지사장’에게 소유권을 넘겼다. 결국 B씨는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도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

신축 빌라 전세 계약 피해 구조도. 서울시 제공

임대인에게서 법정 중개수수료보다 많은 대가를 받기로 한 공인중개사 C씨와 D씨는 한 신혼부부에게 주택 시세를 부풀려 알려주는 방식으로 전세 계약을 중개했다. 선순위 세입자만 10가구, 전세보증금이 총 9억2000만원이고 선순위 근저당이 약 6억원 설정돼있는 집이었다.

C씨와 D씨는 “건물 시세가 18억~20억원 수준”이라며 부부를 안심시켰다. 이 말을 믿은 부부는 총 2억2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냈다.

그러나 실제 경매 감정평가금액은 13억원, 매각 금액은 13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올해 초 집이 경매로 매각된 후 임차인 부부는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이 같은 이른바 ‘깡통전세’를 불법 알선한 공인중개사 등 5명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강서구 등 신축 연립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9월부터 4개월간 시민들의 제보와 서울경찰청 정보를 바탕으로 깡통전세 수사를 벌인 결과다. 깡통전세는 통상 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실거래 매매가보다 높아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전세 형태를 의미한다.

깡통전세 계약 피해 구조도. 서울시 제공

이번 수사에서는 주택법을 위반해 인기 청약단지에 당첨된 4명도 적발돼 검찰에 송치됐다. 큰 시사차익이 기대돼 ‘로또단지’로 불렸던 강동구 E아파트와 성북구 F아파트 등에서 부정청약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G씨는 서울의 친구 집으로 주민등록만 옮겨 서울 지역 청약 자격을 얻은 후 기관 추천으로 특별공급에 당첨됐다. 전북에 사는 H씨는 생후 3개월 된 쌍둥이와 3살 아이 등 세 자녀가 있음에도 혼자 서울 원룸에 위장 전입해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되기도 했다. 경북에 거주하는 I씨는 자신의 주택을 미등기하는 방식으로 무주택 자격을 얻어 서울의 자녀 소유 오피스텔로 주소지만 옮겼다. 서울 청약자격을 얻은 I씨는 기관추천 특별공급에 당첨됐다.

김명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깡통전세 피해자는 대부분 20~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라며 “반드시 근절해야 할 범죄이며 내년에도 부동산 침체로 관련 피해가 예상돼 강도 높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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