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십니까2023] 미중일러 4강 ‘안보 이기주의’ 속 한반도…日 안보전략 개정 ‘격랑’
‘정주년’ 맞는 北, 한미 확장억제 강화에 비례 대응
‘한미 동맹 70주년’…한미일 견고할수록 한중 도전
한일관계 최대 변수 ‘영토주권’…강한 원칙 최우선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엄중하다. 미중일러 4강국이 각자의 셈법으로 ‘안보 이기주의’로 향하는 중심에 한반도가 있다. 2023년에도 이러한 안보 이기주의는 한층 긴장된 동북아 정세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올 한해 한미일과 북중러의 연대 구도가 고착화되는 과정을 보인 만큼 내년에는 복잡하게 얽힌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부딪칠 상황이 언제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촘촘한 전략으로 연대와 경계를 넘나드는 외교력이 필요한 때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사들이고 있다. 북한은 7차 핵실험을 향해 핵미사일 고도화를 가속화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명분으로 올 한해 전례 없는 도발을 단행했다. 한미는 북한의 도발에 ‘강대강’으로 대응하며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도발을 명분으로 ‘반격능력’ 보유를 선언하며 전수방위 원칙을 77년 만에 폐지했고, 중러는 이에 맞서 동중국해에서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대만통일’을 목표로 세운 중국은 미국과 대립하며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책임으로 돌리며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안보전략 개정으로 촉발된 ‘안보 이기주의’는 2023년 동아시아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2023년 7월27일은 6.25전쟁 정전 70주년으로, 남북미 모두에 상징적인 한 해다. 5년, 10년 단위로 꺾이는 ‘정주년’에 의미를 부여하는 북한은 내년 7월27일 제70주년 ‘전승절’(조국해방전쟁 승리일)을 맞이하게 되며, 9월9일은 정권수립 제75주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023년을 “역사적인 해”라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내적으로는 경제적 성과를 내 내부 안정을 도모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정주년’을 맞아 군사적 측면에서도 강한 국방력과 기술력으로 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은 내년에도 핵미사일 고도화를 가속화하며 한미 확장억제력 강화와 한미 연합훈련에 비례적으로 대응하며 ‘강대강 대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에 대한 저평가에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고 위협, 정상각도(30~45도) 발사를 시사했다.
통일연구원은 ‘2023 한반도 연례정세전망’에서 “핵실험 여부는 북중, 북러 등 관련국과의 외교관계,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 기술적 필요, 정치적 실익 등을 고려했을 때 당장 감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핵실험 준비 동향 노출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대미 압박 효과를 누리는 것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21년 하반기 이후 북한이 한국과 미국이 군사적 대응에 비례하는 대응을 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에 강화되는 한미 확장억제력을 명분으로 북한도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 김 부부장은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었나”라고 위협하며 태도변화가 없을 것을 선포했다.
아울러 북한이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이 2023년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성과를 부각하려는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략무기부문 최우선 5대 과업으로 꼽은 극초음속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제고,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등 성과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식 양탄일성을 목표로, 전술핵+전략핵(ICBM, SLBM)+정찰위성 등의 3축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선방’으로 중간선거가 마무리된 미국과 ‘시진핑(習近平) 3기’ 체제를 시작한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고조될 전망이다. 올해 미중 대면 정상회담으로 서로 ‘레드라인’을 확인한 양국은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치열하게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전략적 경쟁에서는 치열하게 싸우면서, 내부적으로 미국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책에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로 반발을 달래고 경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한미는 올해 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 간 만남을 포함해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한국을 찾았던 만큼,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 노력이 지속되고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이 공고해지겠지만 변수는 한일 관계다. 과거사와 영토주권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미국이 3국 협력의 틀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개연성이 크다.
우리나라 전기차 차별문제가 제기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 하위 규정이 내년 3월 시행으로 연기됐지만,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은 변함이 없어 여전히 양국 간 주요 현안이 될 전망이다.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구조적인 도전 요인이 증가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의 추가 대북제재를 비롯해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을 위해서는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반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중국도 우리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3년에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16일 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의 핵심은 ‘반격능력’이다. 북한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기존의 미사일 방어만으로는 완전히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억지력’ 차원의 반격능력을 보유하겠다고 명시했다. 패전 후 일본이 헌법에 기초한 ‘전수방위’(공격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 행사)가 77년 만에 폐기되는 수순으로, 일본은 창과 방패를 모두 손에 쥐게 됐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올해 두 차례 만나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뜻을 모았지만, 강제동원 해법안 도출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반도에 ‘반격능력’ 행사 시 우리와 사전 협의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일본은 자위권 행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독도 영유권 주장까지 우리 정부에 거침없이 도전하고 있다.
양국 관계 개선을 대일외교 최우선으로 둔 윤석열 정부에게 강제동원 해법안과 영토주권 문제에 대한 대응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 한일 정상회담의 형식과 의전문제를 두고 한 차례 굴욕외교 논란이 있었던데다 우리 해군이 참석한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서 욱일기에 거수경례 논란이 있었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정부의 해명이 일본을 두둔한다는 논란으로 재확산되는 양상이 지속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 움직임에 대해 “일본 열도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국방비를 증액 안 하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았을까(추측한다)”라고 밝혔다.
한일 관계에서 명확한 원칙과 대응 기준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도로 설계되지 않은 발언이 ‘야욕’을 보이는 일본 정부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반격능력’ 보유를 선언한 것이 처음인 만큼 정부의 원칙이 향후 영토주권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기본 원칙이 된다. 타협할 수 없는 강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최우선 대일 외교 정책이 돼야 하는 시기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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