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산타’ 양의지 “이승엽 감독님에게도 우승 안겨드려야죠”[스경X인터뷰]
이번 겨울 프로야구 10개팀 감독들 중 가장 큰 선물을 받은 이는 아마도 이승엽 두산 감독일 것이다.
지난 10월 중순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양의지를 품에 안았다. 양의지는 지난달 22일 두산과 4+2년 총액 152억원이라는 조건에 ‘친정팀’으로 다시 복귀했다.
양의지는 초보 이승엽 감독에게 더 큰 선물을 안기고픈 마음이 크다. 크리스마스의 산타처럼 두산에 선물을 안기는 기쁨을 주겠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창원 모처에서 다음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들고 있는 양의지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승엽 감독님에게 선물이 되어야 한다. 이동욱 전 NC 감독님 때처럼 큰 선물이 되어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양의지는 앞서 자신이 몸담고 있던 팀의 사령탑들에게 ‘우승’을 선사했다. 김태형 전 두산 감독과는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6년 통합 우승을 함께했다. 이동욱 감독에게는 2020년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승엽 감독도 같은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의지는 “좋은 감독, 명장들은 선수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감독님이 현역 시절 야구를 어떻게 하느냐에 상관없이 좋은 선수를 만나야 좋은 감독이 된다. (함께 한)모두 좋은 감독님을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대구 남자’인 이 감독은 양의지에게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양의지도 FA 계약 직후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화로 인사를 했고 시상식장에서 이 감독을 마주쳤을 때 인사한 게 전부다.
양의지는 “선수 생활할 때에도 너무 대단하신 분인 데다가 상대팀 선수여서 인사 드리고 안부만 묻는 정도였다”고 과거를 돌이켜봤다.
이승엽 감독은 멀리서만 지켜봐왔던 야구계 대선배였다. 2006년 두산에 입단했던 양의지는 2007년 1군에서 단 3경기만 출장한 뒤 경찰청에 입대했다. 제대 후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는데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이승엽 감독을 마주쳤다. 당시 일본 요미우리에서 뛰던 이 감독은 종종 두산의 캠프장을 찾아 몸을 만들곤 했다. 양의지는 “저녁에 매일 와서 자신의 운동량이 부족한 것 같다고 연습을 더 하시곤 했다. 선수들에게도 많이 알려주시곤 했다. 운동을 진짜 많이 하신 기억만 난다”고 했다.
멀리서만 지켜보던 후배 양의지는 이제 이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그는 “포수는 감독의 ‘분신’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걸 경기장에서 풀어내야 하는데 포수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시리즈에 7년 연속 진출했던 두산은 올시즌에는 9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양의지는 두산이 다시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4년 간 두산을 상대팀으로 만나왔던 양의지는 “올해 부진했어도 두산은 두산이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빠졌어도 다시 더 좋은 두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옛날 기억에 취해 있으면 발전이 없더라”며 “나도 이적을 안하고 두산에 그대로 있었으면 나태해졌을 수도 있다. 현재 위치에 안도했을 지도 모른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포수 양의지의 강점은 공격력이다. 꾸준한 활약을 해왔고 장타도 가지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다시 홈으로 쓰게 된 양의지는 “타격에서 세부적인 기록은 어느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잠실에서 경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목표로 “기본적으로 3할에 20홈런 100타점을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라던 양의지는 “기존 4번 타자인 김재환에게 ‘4번 경쟁하자’고 농담을 했다. 내가 많이 도와서 재환이의 성적이 좋아지면 팀 성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수로서는 곽빈 등 젊은 투수들과 다시 호흡을 하게 될 날이 기대된다. 양의지는 “NC에 가기 전부터 곽빈을 가장 예뻐하고 좋아했다”라며 “그밖에 박치국, 이영하 등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의지는 자신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된다는 것을 잘 안다. 올시즌만해도 양의지는 코로나19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다. NC는 시즌 초반 최하위를 전전했다. 그는 “내가 못하니까 다른 친구들도 못하고 팀 성적이 확 떨어지더라. 그럴 땐 미칠 지경이었다”고 돌이켜봤다. 그는 “내가 중심이 되는 팀에서는 묻어갈 수가 없다. 나 하나로 (팀)성적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걸 많이 느껴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책임감을 밝혔다.
4년 동안 몸 담은 NC에 대한 애정은 아직 크다. 양의지는 “NC와서는 말하는 대로 됐다. 입단식에서 ‘우승한다’고 했는데 하지 않았나. 주변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단골 식당 사장님이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시고 볼때마다 고생했다고 힘내라고 하는 팬들도 많았다. 창원에 오면 언제나 생각날 것 같다. 4년 동안 감사했던 마음을 어떻게든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 양의지는 2023년을 바라본다.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웃었다.
창원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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