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 부활? 지금은 어림없는 이유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목표로 주택임대사업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폐지됐던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을 국민주택규모인 85㎡이하에 한해 다시 허용하고, 양도소득세 중과배제와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 세제혜택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당장 제시된 당근만으로는 임대사업 유인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던져진 혜택들 중 받아먹을만한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취득세 적다고 아파트 살 때인가
당장 신규로 아파트를 취득해 임대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임대사업 유인책으로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절반 이하로 낮추고, 신규아파트 매입임대에 대한 취득세는 최대 전액 감면하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2주택 취득세율은 8%에서 1~3%의 기본세율로, 3주택은 12%에서 6%로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법인과 4주택 이상의 취득세율도 12%에서 6%로 절반까지 낮춘다.
또 국민주택규모 이하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50%에서 최대 100%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부활하기로 했다.
하지만 취득세가 낮아진다고 해서 주택을 구입해 임대를 놓겠다는 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주택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가격 하락도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아파트값은 내년에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12월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고,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도 지난 4월 이후 7개월 째 하락했다. 조정대상지역이 집중된 수도권과 서울일수록 하락폭은 더 크다.
아파트, 그것도 조정대상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를 놓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중과세 피하려 임대등록하는데, 중과가 풀렸다
신규취득이 아니라 어차피 팔리지 않는 집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라면, 그나마 장기임대로 임대를 놓는 방법이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10년 이상 장기임대사업자에게 다시 종합부동산세 계산시 합산배제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대사업을 하다 최근 등록말소된 다주택자들의 경우 종부세 부담이 상당히 큰 상황이다.
과거 2018년 9월 13일 이전에는 조정대상지역의 임대주택이라 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를 합산배제하는 혜택이 있었다.
하지만 9.13 대책으로 임대주택도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9.13 이전에 정부 유인책에 편승하면서 5년 장기임대로 임대등록했던 사업자들은 올 초 대거 임대등록 말소가 되면서 종부세부담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다시 임대등록을 한다면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종부세 합산배제만으로 임대등록을 유도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최왕규 세무사는 "사실 종부세는 지금 세율과 공시가격은 낮추고, 기본공제는 높이면서 세부담이 견딜만한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며 "기존 다주택자들도 종부세 합산배제만으로 임대등록을 유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장원 세무사도 "다주택자들은 중과세율이 무서워서 임대사업을 했었는데, 취득, 보유, 양도에 따른 모든 중과세율을 폐지하는 수순인 지금은 그럴 요인도 없어지는 것"이라며 "조금만 삐끗하면 과태료 맞고 세금 토해내는 임대사업을 하면서 10년 간 발을 묶일 집주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들은 잊을 수 없는 2018년 9월 13일
과거 임대사업자등록을 활성화할 때보다 시장 여건은 좋지 않은데, 대책의 무게는 더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주택임대사업자 지원방안은 2018년 9.13 대책 이전의 혜택에는 크게 못미친다. 9.13 대책에서 뒤집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는 임대사업자에 대해 종부세 합산배제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에서도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과 비과세감면 혜택이 상당했다.
8년 의무임대기간을 지키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50% 받을 수 있었고, 10년 이상 임대하면 70%까지 공제해줬다. 특히 8년 이상 임대시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하는 혜택도 존재했다. 당시 주택 임대등록이 크게 늘었던 이유다.
최왕규 세무사는 "조세특례제한법을 바꿔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양도세 혜택까지 과거 수준으로 되돌리는 정도가 아니라면 임대사업으로의 유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가져가겠다는 분들도 지금 정책으로 임대등록을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크다.
2017년 임대등록을 유도하며 세제혜택을 쏟아냈던 정부는 불과 1년여만인 2018년 9.13대책으로 혜택들을 대거 회수했다. 다주택자들은 임대주택 공급과 임대사업 양성화를 위해 정책도우미로 활용됐지만,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투기꾼으로 몰리며 혜택을 토해냈다.
이 과정에서 결국 아파트임대가 폐지되고, 임대등록 말소까지 되는 상황까지 경험했던 다주택자들은 지금 정부가 임대사업자로 유인하려는 다주택자들과 대부분 겹친다. 한 차례 큰 배신을 당한 사람들이 다시 등록임대인의 길을 걸을지는 의문이다.
이장원 세무사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줬다가 예전처럼 또 뒤집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불과 2~3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당장은 또 속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할 분들이 더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15년은 너무 길다…5%룰의 낮은 가성비
임대주택 요건의 비현실성도 크다.
정부는 10년 장기임대에 대해서만 혜택을 준다는 계획이다. 과거에는 4년, 5년, 8년의 임대사업도 혜택을 받았지만, 이제는 최소 10년 이상은 임대를 해야 혜택이 제공된다.
심지어 이번 대책에는 15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 주택가액요건을 더 완화하는 혜택도 제안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장기임대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 장기임대로 등록하면 중간에 주택을 매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은 하락장이지만 10년 내에는 시장이 바뀔 수도 있는데 장기임대로 등록을 하면 뒤늦게 매각을 하고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과거 임대사업자들이 세제혜택은 적지만 4년이나 5년 임대를 선호했던 이유다.
더구나 임대사업 등록을 하면 임대료 인상률을 연 5%아래로만 가져갈 수 있는 제한도 걸린다. 당분간 지금과 같은 고금리가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임대사업은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사업이다. 고금리에 대출이자는 많이 나가지만 임대료는 5% 이상으로 올릴 수가 없다.
주택가격 기준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주택임대사업자로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이면서 수도권은 기준시가 6억원 이하, 지방은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의 주택을 임대해야만 한다.
주택 공시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당장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주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있더라도 임대주택으로서는 매력이 떨어지는 미분양 물량일 가능성이 크다.
시행은 될 수 있는 내용인가…정치불신도 겹쳐
12월 21일 발표된 주택 임대사업 부활 방안은 대부분 법률개정이 필요한 내용이다.
세제혜택만 하더라도 다주택 취득세 중과완화, 매입임대주택의 취득세감면 및 법인세 추가과세 배제,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주택 등록 시 양도세 중과배제, 종부세 합산배제 모두 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법률개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시행령도 대부분 국회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고 동의를 거친다.
하지만 이미 올해 7월부터 바꾸겠다고 밝힌 2022년 세법개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종부세 중과세율 인하, 소득세율 인하 등 임대사업자와 연관된 세법들 중 앞서 만들고 발표된 법들도 법정처리시한을 넘겨 겨우 국회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내용도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서 상당수준 달라졌다.
임대사업 부활방안들은 빠르면 내년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인데, 그 사이 정치권 협의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알 수 없다.
최왕규 세무사는 "대부분 법개정 사항들이고, 여야합의가 필요하다. 지금 이런 대책들이 정말 실현 될 것인가,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납세자들의 의문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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