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물결 타고 돌아온 日 사케… ‘노재팬 넘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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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일본 술들이 엔저(低) 물결을 타고 다시 밀려오고 있다.
2019년 반일(反日) 불매 운동,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본 술 수요는 반절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일본 술은 불매 운동이 잦아든 지난해부터 다시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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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일본 술들이 엔저(低) 물결을 타고 다시 밀려오고 있다. 2019년 반일(反日) 불매 운동,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본 술 수요는 반절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 상승(엔화 가치 하락), 올 봄부터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국내에 상륙하는 일본 술이 늘고 있다.
23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일본 술(酒·사케) 수입량은 3763톤을 기록했다. 지난 한해 기록했던 3109톤을 3분기가 끝나는 시점에 이미 멀찌감치 앞장 섰다.
일본 술은 보통 12월을 성수기로 본다.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정종 수요가 몰리는 데다, 연말 모임이 많아지면 음식점 수요 역시 급증한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해 올해 일본 술 수입 물량이 4000톤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입금액으로 보면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일본 술 수입액은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도 아랑곳 않고 거의 매년 상승했다. 특히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4년 동안 연평균 10% 이상 불어났다.
그러나 2019년 이후 불매 운동과 코로나 국면을 맞으면서 수입금액 기준 55%가 쪼그라 들었다. 이 시기 국내 소규모 일본 술 수입사들은 잇달아 폐업을 선언했다. 일본식 선술집에서조차 일본 술 대신 막걸리나 국내산 청주 같은 전통주를 팔았다.
일본 술은 불매 운동이 잦아든 지난해부터 다시 기지개를 켰다. 양병일 니혼슈코리아 영업총괄 이사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오마카세(요리사가 알아서 내주는 코스 요리) 형태로 음식을 내는 고급 식당들이 많이 늘었고, 이런 곳에서 좋은 음식과 맞춰 고가 사케를 마시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수입 통계를 보면 이전에는 수입한 제품 가운데 팩으로 된 저렴한 일본 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이제 10만원이 넘는 술이 그 자리를 많이 차지했다”고 말했다.
올해 10월까지 일본 술 수입액은 1722만달러(약 225억원)다. 엔화로 환산하면 23억4400만엔에 해당한다.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 전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던 2018년(22억1200만엔)보다 더 높다.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2019년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로 늘어났다.
주류업계에서는 일본 술 수입 물량이 내년에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위스키는 물론 우리나라 전통주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8년 이후 100엔당 1100원을 웃돌던 엔화 환율은 최근 900엔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공급가가 낮아지자 일본 술을 주류 메뉴에 다시 넣거나, 취급하는 일본 술 종류를 늘리는 업장도 늘었다.
팬데믹 기간 내내 밤 영업이 어려웠던 일본식 선술집과 오마카세 음식점들이 올 봄부터 자유롭게 영업을 재개하면서 고가 일본 술 판로가 넉넉히 확보된 것도 한 몫을 했다.
신세계엘앤비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주류소매 프랜차이즈 와인앤모어는 일본 술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전용 냉장 진열 시스템을 완비했다. 온도가 일정하지 않으면 변질되기 쉬운 일본 술 특성에 맞춘 판매전략이다.
한국주류수입협회 회원사 관계자는 “일본을 직접 찾는 여행객이 줄을 설 정도로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희미해지면서 일본 술에 대한 인식도 반일 불매 운동 때보다 나아졌다”며 “그래도 아직 정치적인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에 눈에 띄는 프로모션은 일본 술 수입사들 전체가 자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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