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AFF 출격' 신태용 "한국 감독 삼국지, 우승은 제가 하겠습니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 시작됐다.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이 지난 20일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비록 축구 약소국이라 평가되는 동남아 국가들의 대회지만 현지의 열기와 관심도는 진짜 월드컵 못지않다. 동남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라 할 수 있다.
AFF컵은 10팀이 A조와 B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고, 상위 2팀이 4강에 진출해 토너먼트로 우승을 다툰다.
이번 AFF컵에는 특히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도가 높다. 우승후보 3팀의 감독이 한국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 말레이시아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판곤 감독. 그리고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 있다. AFF컵을 정의하는데 있어 '한국 감독 삼국지'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한국 감독들의 출발이 좋다. 베트남은 B조 1차전에서 라오스를 6-0으로 대파했고, 말레이시아는 B조 1차전 미얀마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이제 인도네시아 차례다. 인도네시아는 23일 오후 홈구장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A조 1차전 캄보디아와 일전을 치른다. 인도네시아는 캄보디아를 비롯해 태국·필리핀·브루나이와 A조에 편성됐다.
AFF컵 첫 경기를 앞두고 '마이데일리'는 신태용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 감독은 먼저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 16강 신화를 쓴 태극전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지도한 바 있다.
신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의 한국 대표팀 경기를 모두 챙겨봤다. 감동적이었다. 열심히 해준 선수들, 하나된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 후회 없는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에서 인도네시아 선수들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신 감독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신 감독의 목표는 간결하다. '우승'이다. 우승이 아닌 다른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다.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상처가 있어 우승이 더욱 간절하다. 또 인도네시아는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준우승이 6회로, 최다 준우승팀에 이름이 올라 있다. 신 감독이 우승을 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 목표는 우승이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다. 많은 준비를 했다. 자신도 있다"고 다짐했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신 감독은 "냉정하게 팀을 평가하고 있다. 지난 대회에서는 A매치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이끌고 지난 대회를 준우승을 거뒀다. 이 선수들이 주축이 돼 지금까지 함께 왔다. 이제 A매치 경험을 갖췄다. 훨씬 더 성장했고,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도 열심히 잘해주고 있어 이번 대회는 특히 우승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 신 감독까지 한국 감독 삼국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경쟁도 치열하다. 우승팀은 단 1팀일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내가 봐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우승후보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도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고, 나머지 한 팀은 태국이다. 이 4팀이 4강에서 만날 것으로 전망되고, 우승팀도 이 중에서 나올 것 같다. 모든 팀들이 우승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고, 인도네시아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지도자 맞대결. 부담스러울까. 아니면 오히려 서로를 잘 알기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을까.
신 감독은 "박항서 감독님과 김판곤 감독님 모두 잘 하고 있다. 두 분 모두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냉정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려고 한다. 그분들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해온 대로, 내 방식대로 팀을 이끌 것이다. 만약 상대로 만나게 된다고 해도 상대 감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 팀 전체를 보고, 분석하고, 대응할 것이다. 두 감독님들을 의식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우리가 목표한 우승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다. 유럽파 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했다. 이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의무 차출 규정이 없다. 때문에 잉글랜드 질링엄(4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20세 신성' 센터백 엘칸 배것 등 유럽파가 대표팀에 오지 못했다.
신 감독은 "잉글랜드까지 가서 선수를 만났고, 구단도 설득했다. 당시에 분위기는 좋았다. 구단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결국 풀어주지 않았다.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니라 어쩔 수 없다. 아쉽지만 다른 좋은 선수들도 있으니 잘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회의 특징은 국가 간 홈 앤 어웨이 경기라는 점이다. 월드컵처럼 한 장소에서 치르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를 이동하면서 홈과 원정 경기를 펼쳐야 한다. 때문에 국가 이동이 가장 큰 변수다.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승팀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신 감독은 "3일 간격으로 국가를 이동하며 홈과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힘든 스케줄이다. 국가를 이동하면서 3일 마다 경기를 치르면 선수들 컨디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최대한 집중을 할 것이다. 컨디션 관리 플랜도 마련했다. 컨디션 관리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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