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현성 “고집스럽게 완성된 ‘라스트 필름’...다양한 영화 극장서 볼 수 있길”
‘라스트 필름’은 꿈을 좇아 사는 고독한 영화과 교수 ‘상민’이 자신을 영화로 찍으면 빚을 갚아주겠다는 사채업자 ‘만복’과 만난 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진솔하게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부산에서 첫 장편영화를 연출한 이후 20년 넘게 작품활동을 하며 부산독립영화계의 선구자 역할 해온 전수일 감독의 마지막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영화감독인 상민은 학생들에게 영화를 가르치지만 정작 자신은 빚쟁이 때문에 학교에 텐트를 치고 사는 남루한 처지다. 돈 안되는 영화는 그만두라는 주변의 만류와 죽음마저도 쉽지 않은 답답한 현실 속에 어느 날 갑자기 사채업자 만복이 나타나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주면 빚을 전부 갚아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상민은 결국 만복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동행하며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감독의 자전적 영화인 만큼 설계도를 정확하게 가지고 시작한 작품은 아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그 날것의 솔직함이 재밌고 흥미로웠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즈니·마블과 같은 어떤 흥행 공식에 충실한, 아주 세련된 공산품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좋았다”면서 “어쩌면 나 역시 그런 대중성에 충실한 작품들을 많이 해오면서 이런 여백이 많은 난해한 작업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점점 더 영화계가 위축되고 있고, 이런 작고 개성 강한 작품들은 정말로 설 자리가 없어졌다.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이 작업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할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깊은 애정을 보였다.
“사실 첫 호흡을 맞춘 뒤 다시는 (전 감독과) 안 하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가끔 만나서 작품 이야기를 하면 좋은 형, 동생으로 남자고 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세계관, 현장이었으니까”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내가 연기한 상민은 많은 예술가들의 현실과 고뇌를 투영한 인물이다. ‘그거라도 안하면 죽을 것 같아서’ 영화를 찍지만 동시에 ‘고통이죠’하고 말하는 그는, 꿈과 현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고독한 낭만가다. 당연히 끌릴 수밖에”라고 말했다.
“감독님과 첫 작업 이후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잖아요. 저 또한 제 연기 인생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고, 가슴 깊은 곳에는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업에 갈증을 느낀 것도 같아요. 누구나 도전하지만 제대로 완주하는 경우는 드문, 그런 미션을 받은 느낌이랄까요? 거장의 아주 유명한 작품처럼요. 물론 전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만의 그 난해한 세계관이 제겐 꼭 경험해보고 싶은 어떤 자극이었어요.”
장현성은 ‘라스트 필름’에서 전수일 감독의 분신인 주인공 상민으로 분해 깊은 내공을 뽐낸다.
드라마 ‘하얀거탑’, ‘밀회’, ‘디어 마이 프렌즈’, ‘닥터 프리즈너’, ‘슈룹’을 비롯해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쎄시봉’, ‘강철비’ 그리고 최근 개봉한 ‘나를 죽여줘’까지 그야말로 영화와 드라마, 연극, 예능을 종횡무진 활약 중인 그의 또 다른 얼굴이 반가울 따름이다.
장현성은 “완성본을 보니 여전히 고집스럽더라”며 “갑자기 이 사람이 상업적인 편집을 한다거나 말랑말랑한 변주를 할 거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딱 생각한대로, 자신의 색깔대로 완성됐다. 때로는 고집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동시에 다행이다 싶다. 뭔가 반갑고 뭉클하다”며 솔직한 평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사실 우리 영화는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주길 바란다기 보단, 소수라도 진심으로 이런 작품을 즐길 준비가 된 분들을 위한 작품이다. 단 몇 분이라도 관심 있게 봐주시고, 극장에 찾아와 함께 소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가져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라스트 필름’은 주인공의 고독한 내면과 정서가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표현, 부산의 섬 ‘영도’를 배경으로 한다.
항구의 따뜻한 색과 바다의 푸른색, 조선소의 녹슨 적황색과 폐선들의 벗겨진 페인트 색, 오래된 골목의 무채색이 어우러져서 풍부한 색채미를 느낄 수 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어른미 가득한 색채로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고독한 예술가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29일 개봉.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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