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진 빚, 한국 경제 2년 번 돈으로도 못 갚는다

김혜지 기자 2022. 12. 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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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와 기업 등 민간이 낸 빚이 국내 전체 경제 규모의 2배를 넘어섰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와 한계 기업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만일 내년 경기 둔화로 인해 자영업자 매출 회복이 더뎌지고 금리까지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 자영업자 부실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말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 규모는 취약차주 15조~19조5000억원, 비취약차주 16조1000억~19조7000억원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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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빚에 레고랜드 사태 설상가상…FSI '위기' 단계
자영업자 대출 40조 부실 위험…부동산 경기 '뇌관'
2022.12.7/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이 낸 빚이 국내 전체 경제 규모의 2배를 넘어섰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와 한계 기업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불안지수(FSI)는 '위기' 단계를 가리켰다.

23일 한국은행이 전날 펴낸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 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23.7%였다.

이는 전분기보다 1.4%포인트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운 것이다.

금액으로는 가계부채(1870조6000억원)와 기업부채(1722조9000억원)의 합계가 3593조5000억원에 달했다.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FSI는 10월과 11월 23.6, 23.0으로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 FSI는 올 1월만 해도 5.9였으나 3월 주의 단계인 8.6로 올라서더니 9월에는 19.7를 찍고 10월부터 위기 단계(22 이상)에 들어섰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주요국 통화 긴축 강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 등) 우발적 신용 사건이 가세해 채권·단기자금 시장의 자금 중개 기능이 일부 제약됐다"며 "다만 11월 들어 정부와 한은의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FSI가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제공)

한은이 이번에 주목한 위험 요소에는 자영업자 대출이 포함됐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현재 0.19%로 정부 지원 덕에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대출 금리 상승에 따라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 3분기 말 1014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1년 전에 비해 14.3%나 증가했고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4분기에 비하면 무려 48% 치솟았다.

한은은 만일 내년 경기 둔화로 인해 자영업자 매출 회복이 더뎌지고 금리까지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 자영업자 부실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말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 규모는 취약차주 15조~19조5000억원, 비취약차주 16조1000억~19조7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취약차주와 비취약차주를 통틀어 최대 40조원에 육박하는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 위험에 놓이는 셈이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임호성 시스템리스크팀장(왼쪽부터), 임광규 안정총괄팀장, 이종렬 부총재보, 이정욱 금융안정국장, 이대건 안정분석팀장이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를 열고 있다. 2022.12.22/뉴스1

이 같은 민간 신용 확대는 단기적으로 금융 안정을 해칠 위험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계대출 증가가 주춤한 대신 기업 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기업 대출 증가세와 관련해 "한전채·은행채 등이 회사채를 구축 하면서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리는 데다 그동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기업 운전자금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운전자금 수요 등 비용 증가 대응 차원에서 대출이 증가하는 부분은 금융 안정 측면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된다면 금융 리스크는 더욱 커지게 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금융이 흔들리면서 금융기관까지 위험이 번질 수 있어서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조정되면 대출자 부실화 문제가 발생해 금융기관 건전성도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한은은 시스템적인 금융 리스크가 커지진 않았다고 봤다. 이 국장은 "지금 국면은 FSI는 올라가지만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떨어지고 있어 전체 금융기관 복원력은 양호하나 단기 불안이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CP(기업어음) 시장에서 금리 스프레드가 좁혀지고 환율과 주가 변동성도 지금보다 줄어들면서 앞으로 FSI도 소폭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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