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민간임대 물량 늘리면 괜찮을까

채신화 2022. 12. 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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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등록임대 규제완화 등 임대공급 촉진
'오락가락' 정책에 전세수요 급감하는데
금리인상·빌라왕 등…전세 거부감 어쩌나

정부가 전월세 공급 활성화에 한창입니다. 다주택자를 '투기의 온상'으로 보고 각종 혜택을 뺏었던 민간 임대등록 제도를 되살리고 민간 사적임대, 공공임대 시장에도 힘을 싣고 있는데요.

임대 사업자가 많아지고 임대 물량이 늘어나면 임대차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거죠. 하지만 정책 신뢰도 저하 등으로 임대 등록 유인 효과가 적은 데다, 전세 수요가 꺾인 상황에서 임대 물량을 늘리는 게 오히려 시장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서는데요.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임대차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민간임대 등록하세요~' 이제 와서?

정부는 지난 2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이전 정부에서 대폭 축소했던 민간 등록임대 혜택을 되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용면적 85㎡ 이하의 아파트도 임대주택 등록을 허용하고 신규 아파트 매입임대 사업자에겐 주택 규모에 따라 취득세 50~100%를 감면해주고요.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맞춤형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인데요.▷관련기사:아파트 등록임대 부활…'국민평형'도 가능(12월21일)

이로써 약 2년 반 만에 다주택자를 향한 시각이 다시 바뀌는듯 합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만 해도 민간 임대사업자에 혜택을 확대하며 임대 등록을 유도했는데요.

이후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단계적으로 혜택을 축소하며 사실상 등록 임대 폐지 수순을 밟아왔습니다. 등록 임대가 다주택자들의 조세 회피 수단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본건데요.

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하락기에 접어들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기 시작했고, 지난 2020년 7·10대책에서 대폭 축소된 등록임대사업 복원까지 나선거죠. 

이날 발표 이후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임대 등록을 문의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전문가들도 수도권 외곽지역 위주로 임대 등록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예상했는데요.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민간 등록임대에 대한 혜택이 크게 개선되면서 집값 하락이 상대적으로 컸던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급급매물 등을 저렴하게 매입하고자 탐색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임대사업 초기 수익률을 따져볼 때 취득세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취득세를 감면해준다니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신규 매입 임대를 검토해볼만 하다"며 "지방에 미분양 주택도 많기 때문에 이를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규제 완화가 당장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금리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데다 '오락가락 정책' 탓에 정책 신뢰도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부동산 커뮤니티엔 "정부 말만 듣고 임대 등록했다가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또다시 혜택은 뺏기고 임대 의무만 유지해야 되는 꼴이 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임대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전세 거부감' 어쩌나…

정부는 등록임대뿐만 아니라 민간 사적임대, 공공임대 등 시장 유형별 맞춤형 대응으로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안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사적임대 시장에선 전세사고 방지에 힘쓰고 공공임대는 50만 가구 공급계획에 충실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전월세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임대차 물량이 늘어나면 일부 가격 안정 효과가 있을 거란 평가가 나옵니다. 

윤수민 위원은 "일단 전월세 파이(시장 규모)를 키우면 장기적으로 가격이 안정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눈치보기 하던 수요들이 다시 진입하면서 수급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임병철 팀장도 "최근 전세 수요는 꺾였지만 월세 수요는 뒷받침 되는 상황이라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월세 물량이 늘어나면 다시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고요. 

그러나 마냥 물량을 늘리는 게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전세 시장은 이미 금리 부담 등으로 수요가 확 꺾인 상태기 때문이죠. 올 들어 기준금리가 빠르게 치솟자(총 2%포인트) 전세 대출로 나가는 이자보다 월세가 더 저렴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는데요.

아실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8월(말일 기준)까지만 해도 2~3만 가구 수준이었는데요. 9월에 4만107가구로 확 뛰더니 10월 4만7158가구, 11월 5만3088가구, 12월 5만5490가구로 물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상황인건데요. 여기에 매매 시장은 가격이 빠르게 꺼지면서 전셋값이 오히려 집값보다 높거나 비슷한 '역전세' 현상도 나타났고요.

최근 '빌라왕'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임차인들의 전세 거부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갭투자로 1139채의 주택을 소유한 임대업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사태인데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도 구상권 문제로 보상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이 사태로 불안해진 세입자들이 전세보증보험 가입에 몰리면서 신규 가입 심사 등도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전세 물량을 늘려봤자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는 대출 의존도가 매매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더군다나 이미 전월세 물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임대차를 활성화하면 갭투자, 대출 끌어쓰기 등으로 시장의 혼란만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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