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법인세 무차별 인하 좋은지 의문”

김현주 2022. 12. 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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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사면엔 "모르겠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최근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해 "이미 거의 모든 나라는 누구하고는 헤어진다고 생각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이제는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헤어질 결심'에 비유하고, 시장 변화에 따른 맞춤형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 회장은 21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헤어질 결심이 끝나 있는 지금, 시장의 변화가 가장 큰 위기"라며 "이제 작은 시장도 개척해 우리 것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였던 글로벌 시장이 쪼개지다 보니 내 것을 지키려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고 시장 변화가 좇아온다"며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다 보니 변화의 파고가 크고 형태도 달라 무역과 수출 위주인 우리가 소화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올 한해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최 회장은 "암울했던 코로나 터널을 회복하는데 새로운 복병이 들어오고 있다"며 "단순한 복병이 될지 팬데믹 같은 쇼크를 줄지 걱정스러운 한해"라고 말했다.

이어 "위기와 쇼크는 계속 올 것이고 쇼크를 견디면서 살아나가는 게 우리 체질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올해는 쇼크를 견디는 체력을 비축하는 데 경험과 대책을 쌓는 한해였다"고 평했다.

시장이 변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우리도 변해야 한다는데 힘을 줬다.

아프리카를 예로 들며 "이제는 (그동안) 보지 않았던 시장을 다 들여다보고 판단해야 한다"라고 했다.

엑스포 유치위 공동위원장 겸 민간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최 회장은 2030부산엑스포 유치 활동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6개월 동안 하드웨어 잘 지어놓고 손님 많이 받아 관광객 장사하고 그 다음에 하드웨어 철거하는 걸로 생각하면 대한민국 경제에 큰 의미가 없고 그걸 경제효과라고 치면 우습다"며 "(유치활동은) 우리가 선진화되고 모든 게 달라지는 척도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이 어떤 위상을 글로벌 사회에 보여줄지 척도의 기준으로 엑스포가 쓰였으면 좋겠다"며 "전세계 많은 나라를 접촉하며 결국은 그 시장을 우리가 개척해 끌고 올 수 있는 하나의 접점이 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회장은 "많은 기업이 열심히 뛰어주고 있다. 뭔가 협력하고 새로운 얘기를 해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게 중요한데 그런 각도로 볼 때 우리가 사우디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예전처럼 시장에서 (가격이) 싸기만 하면 통하던 것과는 차별화가 시작됐다"며 신뢰 관계 구축을 강조했다.

"솔직히 우리 기업은 웬만한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쫓아가겠지만 문제는 내부"라며 "내부에서 통일성을 갖고 한 몸이 돼서 움직이면 유연하게 잘 대처하는 것이고 박자가 안 맞으면 자꾸 불협화음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 사회, 세대, 지방 등의 문제(갈등)는 어느 나라나 안고 있다"며 "세상의 변화에 맞춰 제도, 시스템과 국민이 얼마만큼 이해해서 빨리 흡수해 적응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엔 정부에 시장 변화에 따른 맞춤형 정책을 중점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위기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새로운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시장이 변했으니 맞춤 정책이 뭐가 돼야 하는지, 변한 시장을 어떻게 맞춤으로 들어가야 할지 정책적으로 연구하고 거기 맞는 정책을 준다면 기업하는 사람들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경제계가 법인세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에도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법인세를 인하하지 말라고 하는 건 전혀 아니지만 그냥 무차별적으로 다 인하하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생각은 있다"며 "(업종에 따라) 높낮이를 어떻게 가져갈지 생각하는 건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고 했다.

이어 "무조건 세금을 안 걷으면 좋으냐 이런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며 "어떻게 배분시킬지 생각하는 게 중요한 철학이자 국정 과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 회복·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최 회장은 "미국과 안보 동맹도 중요하고 넘버원 경제파트너인 중국을 소홀히 하고 배척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G2 갈등이 심해지면 주변국은 더 결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방안도 "결국 신뢰 관계를 통한 우군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역대급 고용 한파 우려에는 "고용 콘셉트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똑같은 직업과 형태를 만들어 고용을 계속 창출하라고 하는 건 문제"라고 답했다. 획일화된 고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유연성을 갖춰야 고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취지다. 노사 관계 대립도 고용이 유연해지면 사그라들 걸로 봤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해선 위험을 회피하려는 비용 증가를 언급하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계의 경제인 특별사면 요구에는 "잘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니까 특별히 의견 표출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일반적으로 경제인도 해주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은 있지만, 어쨌든 대통령이 뭔가 결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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